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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아이어데일: 에세이-선거가 사실상 미인대회인 까닭

 

- 아래 글은 영국의 철학 잡지 <<TPM: The Philosophers' Magazine>>의 <Sci-Phi> 칼럼란에 실린 매트 아이어데일(Mat Iredale)의 칼럼 <선거가 사실상 미인대회인 까닭(Why elections are literally beauty contests)>를 옮긴 것이다.

 

- 이 칼럼에서 매트 아이어데일은 심리학의 최근 결과들을 원용하여 "인간은 생각하는 만큼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사실상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기보다 감각적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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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사실상 미인대회인 까닭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상당수의 남성 사이에 지배적인 견해는 여성들이 자신의 유권자를 대표하며 나라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격을 가장 잘 갖춘 정치 후보자가 아니라 그저 외모가 가장 훌륭한 정치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성차별주의적 관점들은 이제 터무니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그리고 그것들은 그래야만 하는데,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도 외모에 근거하여 정치 후보자들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최근에 인지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올리볼라(Christopher Olivola)와 알렉산더 토도로프(Alexander Todorov)의 관련 문헌을 살펴본 후에 얻은 불가항력적인 결론이다.

 

삼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는, 외모에만 바탕을 둔, 정치 후보자들의 개성에 관한 빠른 판단이 그들의 당선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리학자 찰스 밸류(Charles Ballew)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토도로프는,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자들과 차점자들의 얼굴이 0.1초 동안 노출된 후에 이루어진 능력 판단들이 무한정 노출된 후에 이루어진 판단만큼이나 선거 결과 예측에 있어서 거의 정확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다른 한 실험에서 밸류와 토도로프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2초 안에 판단을 내리도록 강요하는 것이 예측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실험들의 핵심은 능력에 관한 인상이 아무 심사숙고도 없이 빠르게 그리고 힘들이지 않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올리볼라와 토도로프가 진술하듯이, 이것은 투표자들이 어느 후보자를 선출할지 선택할 때 후보자의 경험, 능력, 믿음 등보다 외모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치 후보자 선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우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심각한 실패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확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불행하게도, 인간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일의 복잡성을 다루는 데 정신적으로 적합하지 않을 뿐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일련의 중요한 쟁점들―종교적, 경제적, 도덕적, 사회적, 국제적, 그리고 국내적인―에 관해 조정을 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거르고, 해독하고, 조직하고, 간직하고, 나중에 생각해 내야 하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정보의 홍수가 있다. 유권자들은 정보로 넘쳐나고, 그래서 저자들이 설명하듯이, "자체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직면할 때 정신은 단순한 규칙이나 경험 법칙에 의존함으로써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인지심리학 분야가 가르쳐준다."

 

소속 정당은 여러 쟁점에 관한 후보자의 관점에 대한 좋은 예측 지표라고 믿는 것과 같이 이런 단순한 규칙들 가운데 몇 가지는 전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의사결정의 근거를 후보자의 외모에 두는 것과 같은 다른 것들은 완전히 터무니없으며 "합리적인 투표자라는 관념을 의문시하게 한다." 올리볼라와 토도로프의 결론은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정치학과 공공선택 경제학 분야가 투표자들은 피상적인 단서에 휘둘릴 수 없는 정교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라고 가정해 왔지만, 이 논문에서 검토된 문헌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런데 인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에 무의식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모만이 아니다. 조슈아 에커먼(Joshua Ackerman), 존 바지(John Bargh), 그리고 크리스토퍼 노세라(Christopher Nocera)라는 사회학자들이 수행한 또 하나의 최근 연구는 부수적인 사물들의 물리적 속성들이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강하지만 일반적으로 지각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연구자들은 사물들의 무게, 결, 그리고 딱딱함이 어떻게 무관한 사건들과 상황들에 관한 판단들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탐지하는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다. 무게의 영향을 시험하는 한 실험에서, 구직자의 이력서를 가벼운 클립보드에 꽂거나 아니면 무거운 클립보드에 꽂은 상태에서 통행자들에게 그 구직자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거운 클립보드에 이력서가 꽂힌 구직자가 그 직책에 대해 더 나은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더 진지하다고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구직자는 동료들과 "잘 지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는 받지 않았는데, 이것은 무게 단서가 구직자의 수행 능력과 진지함―"무거운"이라는 은유에 부합되는―에 대한 인상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사교성이라는 은유적으로 무관한 특질에는 그렇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무거운 클립보드를 사용한 참가자들은 가벼운 클립보드를 사용한 참가자들보다 그 업무에 대한 적합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딱딱함을 시험하는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모호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푹신한 담요 아니면 딱딱한 나무 뭉치를 받았다. 나무 뭉치를 접촉한 사람들이 부하 직원을 더 단호하고 엄격하게 판단했다. 딱딱함에 관한 두 번째 시험에서 참가자들은 딱딱한 의자 아니면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신차 가격을 흥정하는 모의 실험에 참여했다. 이 시험은 더 수동적인 접촉도 상호작용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딱딱한 의자에 앉은 참여자들이 푹신한 의자에 앉은 참여자들보다 덜 유연했고,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협상 상대를 더 안정되어 있으며 덜 감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왜 인간의 촉감은 접촉하지 않은 것들 또는 심지어 접촉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인상들을 지배할 수도 있는가? 한 가지 가능성은 어린 시절의 감각적 경험들이 개념적 지식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애커먼 교수는 말한다. 그 결과, 이런 개념적 지식은 나중에 새로운 경험들에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사물들과의 접촉은 물리적 감각의 처리와 촉감과 관련된 개념의 처리를 동시에 촉발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무거운 노동부담", "거친 날을 보내기", "무거운 문제에 관해 생각하기", 그리고 "상황의 무게" 같은 일반적인 은유들을 사용함으로써 더 강화되는데, 무거움은 중요함과 진지함이라는 인상을 산출하는 반면에 거침은 저하된 조정력에 관한 인상을 낳는다.

 

촉감은 발달하는 첫 번째 감각이자 정보 획득과 환경 조작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행동 연구에서 가장 과소평가되고 있는 감각이라고 그 저자들은 믿고 있다. "우리 연구는 악수와 볼 키스 같은 접촉을 수반하는 인사들이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노세라는 말한다.

 

애커먼은 "사포 만지기나 딱딱한 의자에 앉기가 어느 구직자를 고용할 것인지, 우리가 얼마나 관대한지, 그리고 가격이 비싼 상품에 대해 얼마나 많이 지불할 것인지와 같은 매우 중요한 결정에 대해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경이롭다"고 말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평가와 결정이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는 우리의 물리적 환경과 특히 우리의 촉감을 통해 어떻게 이런 환경에 관여하는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손이 우리의 환경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지배한다는 점을 배웠다."

 

매우 다른 이 두 연구가 예시하는 것은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은 의사결정을 할 때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만큼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합리성의 지연을 겪는다는 점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상당히 불쾌한 이 결론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축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흔한 이의 제기는 합리성에 대한 심리학 실험들이 현실 세계의 재현이 아닌, 유별나게 인위적이거나 꾸며낸 상황들을 연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갖고 노는 간악한 심리학자들에게 속고 있다. 그런 인위적인 상황들이 일어나지 않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힙리성의 지연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런 반응은 두 연구와 명백히 상충된다. 그것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상 상황들을 분명히 포함하며,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심하거나 (푹신한 또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결정을 내리는 데는 인위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그것을 아무리 많이 싫어하더라도 다시 한 번 결론은 명백하다. 일상적인 결정들 가운데 많은 것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싶은 만큼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번역: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