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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용: 오늘의 인용-마음의 사막

 

- 아래 글은 '여행생활자' 유성용 시인의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을 묶은 기행문집 <<다방기행문>>(책읽는수요일, 2011)에서 두 단락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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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인간은 '나'로 태어나서 평생토록 '나' 아닌 다른 것이기를 꿈꾸지만 끝내 '나'로 죽는 우스꽝스러운 존재다. 물론 그 와중에 이따금씩 제 마음의 황량한 서부로 내몰려 자신의 보잘것없는 삶을 망연히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사는 일이 애초에 허망하고 쓸쓸하다지만, 슬픔과 허무는 이 세속을 벗어나 있는 어떤 정체불명의 감정이 아니고, 오히려 끊임없는 욕망 실현의 장에서 쌓여온 상처쯤일 것이다."(95쪽)

 

"아무래도 세상은 너무 과도하게 인간화되어 있고, 인간들은 대개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 과대망상에 빠져 있다. 자신이 어떤 대우쯤 받아야 한다는 것은 거만이고, 세상에서 자신의 지위를 규정해본다 한들 그것은 임의적인 생각일 뿐, 그 속에 자신의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대의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대만큼 가치 있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속 깊이 겸손하고, 쉽게 절망도 마라. 인간들아, 너희는 고작 심장이 뛰고 있을 뿐이야. 그것이나 좀 귀히 여기고 살아. 천하게 절망하지 말고. 그리고 또 누구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지만, 어쩌면 정체불명의 사랑에 기대어 있는 자, 그들이 유죄다. 모르겠으면 명랑한 시골 다방의 아가씨들에게 물어볼 일이다."(99-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