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레비 브라이언트: 오늘의 인용-객체지향 유물론

 

"

[...] 객체지향 존재론(OOO) 이론가들 사이의 단층선들 가운데 하나는 유물론자들과 실재론자들 사이의 분계선이다. 하만(Harman)은 자신의 입장은 실재론(realism)으로 서술하는 반면에, 나는 내 입장을 유물론(materialism)으로 서술한다. 나는, 유물론이 사유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에 독립적인 존재자들에 대한 전제에서 비롯되는 한 유물론은 필연적으로 실재론이라고 간주한다. 어떤 측면들에서 유물론은 하만이 옹호하는 종류의 실재론보다 존재론적으로 더 한정적인 입장이다. 한편으로 하만의 객체지향 철학(OOP)은, 물질적 존재자들이 존재하지만, 예를 들면 수 같은 다른 비물질적 객체들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 하만은, 유물론은 객체들이 아래로 환원되거나 소거되는 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 뉴욕 증권거래소는 건물의 벽돌과 모르타르, 창문, 광섬유 케이블 등으로 환원되거나 적절히 이해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유물론적 견지에서 설명될 수 없다고 하만은 진술했다. 내가 유물론에 대한 하만의 비판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요점은 뉴욕 증권거래소는 이런 부분들의 합보다 더 큰 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합당한 범위 내에서 뉴욕 증권거래소는 계속 존재하게 되면서 이런 부분들 가운데 많은 것이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들이 파괴되어 제거되더라도, 뉴욕 증권거래소는 지속된다. 새로운 전화들이 설치되고 뉴욕 증권거래소는 지속된다. 건물이 바뀌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뉴욕 증권거래소이다.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하나의 객체로서 뉴욕 증권거래소에 고유한 것을 놓치는 것이고 터무니없게도 이 객체를 자체의 물질적 부분들로 환원시킴으로써 그것을 아래로 환원하는 것이다. 뉴욕 증권거래소를 구성하는 것은 그런 부분들 자체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을 넘어서는 무언가이다.

 

[...] 일반적으로 나는 환원적 유물론에 대한 하만의 비판을 공유하며, 객체는 자체의 물질적 부분들로 환원될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 다시 말해서, 중요한 것은 그저 부분들이 아니라, 그런 부분들이 조직되거나 관계들을 맺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이런 주장이 왜 유물론을 거부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물론은, 모든 존재자들은 기본적인 부분들로 환원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자들은 물질적으로 육화되어 있다는 주장만을 필요로 할 뿐이다. 다시 말해서, 유물론과 창발 이론들 사이에는 그 어떤 비일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

 

이것은 변화하는 부분들과 지속하는 존재자라는 문제를 남긴다. 머리를 깎거나 새로운 머리가 자랄 때 나는 동일한 사람인가? 하만은, 유물론자의 경우에 부분들이 변하면 존재자도 더 이상 동일한 존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 주장은, 존재자의 존재가 오로지 그 존재자를 구성하는 부분들에 의해서만 개체화될 때에만 견지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존재가가 자체의 부분들과 조직 둘 다에 의해 개체화된다면, 그런 조직이 유지되는 한 그 존재자는 지속된다. 요구되는 유일한 것은 조직이 어떤 식으로 육화된다는 것이다.

 

때떄로 유물론은 물질에 대한 잘 발달된 개념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내가 보기에, [...] 이것은 유물론의 이점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나는 라뤼엘(Laruell)의 사유에 대한 카테리나 콜로조바(Katerina Kolozova)의 논의와 전개에 점점 더 영향을 받게 되었다. [...] 무엇보다도 라뤼엘은 사유의 개념들이 결국 실재계를 결정하게 되는 철학적 사유에 내재적인 일종의 순환성을 지적한다. 여기서 문제는 철학이 결코 실재계에 이르지 못하는 순환성에 구조적으로 갖히게 되어 사유로 실재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테제에 비추어 바라보면, 물질에 대한 개념의 부재는 유물론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잘 발달된 물질 개념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는 상관주의적 고리에 갖히게 되고, 그래서 결국 사유와 세계가 동일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잘 규정된 물질 개념이 없다는 것은, 여타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사유도 물질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물질은 사유에 대해 본원적으로 이질적이고 낯선 것이라는 점을 가리킨다. 물질에 대한 개념은 [...] 우리가 미리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과정 속에서 물질을 탐구함에 따라 커지는 이동 표적이다. 물질에 대한 개념은 우리가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

――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