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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빌링스: 오늘의 에세이-아무도 읽지 않은 책, 숨마 테크놀로기아

 

아무도 읽지 않은 책

The Book No one Read

 

―― 리 빌링스(Lee Billings)

 

나는 밝은 미래에 대한 나의 확신이 최초로 사라져간 때, 즉 기술적 진보의 만병통치약에 대한 나의 확신이 흔들려버린 때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낸 9월의 어느 따뜻한 밤이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미래 인간들의 쇠퇴를 논의하는 과학자, 기술학자 그리고 기업가들의 연례 모임인 "싱귤래리티 서밋(Singularity Summit)"을 이틀 동안 취재한 후에 한 저렴한 모텔 방에서 쉬고 있었다.

 

수학에서 "특이점(singularity)"은 무한한 값을 띠는 함수인데, 일반적으로 방정식의 의미와 감성을 손상시킨다. 물리학에서 그 술어는 일반적으로 밀도가 무한하고 공간의 곡률이 무한한 영역을 가리키는데, 그런 영역은 블랙홀의 내부와 빅뱅 바로 직전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사뭇 다른 용법에 따르면 "특이점"은 인간들이 가속되는 기술적 진보의 파도를 타고서 아무튼 뛰어난 인공 지성체들―인간의 문명, 인간 종 그리고 심지어 지구 전체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어떤 상태로 빠르게 변환될 정도로 강력하고 심대한 후속적인 파괴적 혁신들을 폭발적으로 이루어내는 지성체들―을 만들어내는, 불가피하게 다가오고 있는 사건이다. 특이점이 도래한 지 얼마 후에 지구에 대한 인류의 지배는 끝날 것이라고 특이점 옹호자들은 주장한다.

 

나는 그 학술회의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다양한 사유를 만났었다. 역사를 더 염두에 두는 참석자들은 신기술들이 풀어놓을 수 있는 가능한 악마들을 두려워한 반면에, 몇몇 참석자들은 활기가 넘쳐 흘렀는데, 그들은 결핍 이후의 이상향적 유토피아에서 사랑스러운 우아한 기계들을 지켜보기 위해 그것들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석자들 가운데 자칭 회의주의자들도 세계가 기술에 의해 추동되는 어떤 거대한 전환의 첨단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지했다. 그 학술회의에서 이루어진 전형적인 대화는 뇌 전체의 에뮬레이션, 인지 능력 향상, 인공 생명, 가상 현실 또는 분자나노기술 같은 기묘한 개념을 최소한 한 번은 언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종말론적 강매 행위를 냉소적으로 윤색했다. 올라타시오, 미루지 마시오, 지금 투자하시오, 그러면 여러분도 이전 세계의 폐허에서 권력을 쥐게 될 선택받은 자들에 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이 에어리어(Bay Area) 지역 대저택에서 채소 전채와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나는 억만장자 벤처 자본가 피터 티엘(Peter Thiel)와 잡담했었는데, 그는 그것이 먼저 "세계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가장 큰 붐"을 일으킬 "긍정적인" 특이점에 투자할 "공격적인" 전략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나는 독학한 인공지능 연구자 엘리저 유드코프스키(Eliezer Yudkowsky)와 인공 정신이 일단 만들어지면 빠르게 지구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그의 두려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언젠가 설교자로 변신한 투자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원격 방송으로 무엇보다도 트랜스휴먼이 되기 위한 계획, 즉 일종의 영원한 삶을 획득하기 위해 자신의 생물학을 초월하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논의했다. 커즈와일은, 자신이 21세기 중엽의 어느 때일 것으로 추정한 특이점의 새벽을 볼 수 있을 때까지만 살 수 있다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심지어 개연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루에 대략 150개의 비타민 보조제를 먹는다고 한다.

 

매일 밤 기진맥진한 채 모텔 방으로 돌아온 나는 숨마 테크놀로기아(Summa Technologiae)라는 오래된 책의 발췌문들을 읽음으로써 긴장을 풀었다. 고인이 된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Stanislaw Lem)이 1960년대 초에 그 책을 저술했었는데, 그는 스스로 기독교 신학의 토대와 한계를 탐구하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획기적인 개론서인 13세기의 숨마 테올로지카(Summa Theologica)에 대한 세속적 대응물을 만들어낼 숭고한 목적을 설정했다. 아퀴나스는 성서에 바탕을 둔 창조자, 불멸의 영혼 그리고 영원한 해방의 확실성을 옹호하는 논변을 전개한 반면에, 렘은 근대 과학의 신조들에 의해 유도되는, 우주 전체에 걸친 지능과 기술의 불확실한 미래에 관심을 가졌다.

 

렘 자신의 말을 바꾸어 말하면, 그 책은 아직 번성하지 않았던 기술적 장미의 가시에 대한 탐구였다. 그런데, "미래만큼 빨리 늙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나중에 제시된 렘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거의 반 세기가 된 그 책의 예언들은 그 학술회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마주쳤던 것과 동일한 화제들에 관련된 것이었고, 마찬가지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놀랍게도, 그 후에 이어진 대화들에서 나는 트랜스휴먼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모인 우리의 기술적 우주의 거장들 중에 그 책, 또는 그 점에 있어서, 렘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나의 의심을 확인했다. 나는 운전자 시야의 초점에서 맹점을 발견하는 승객처럼 느껴졌다.

 

그런 맹목성은 이해할 만했다. 문학자 피터 스워스키(Peter Swirski)와 프랑크 프렌겔(Frank Prengel)이라는 독일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독립적으로 수행한 부분 번역을 통해서, 2007년이 되어서야 영어판 숨마 테크놀로기아의 단편들이 세상에 나왔었다. 이런 단편들이 그 모텔에서 내가 읽었던 것이었다. 매체 연구자 조안나 질린스카(Joanna Zylinska)가 번역한 최초의 완전한 영어판은 2013년이 되어서야 발행되었다. 렘 자신이 인정했듯이, 처음부터 그 책은 초판이 출판되었을 때 "아무 흔적도 없이 가라앉은" 상업적 실패작이자 중대한 실패작이었다. 렘의 술어와 치밀한 바로크적 문체는 부분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그의 가장 훌륭한 주장들 가운데 많은 것이 지엽적인 우화, 비유 그리고 각주들에서 이루어졌으며, 그는 당시에는 확연히 비가시적인 분야인 것들에 대한 나름의 신조어들을 고안했다. 렘의 용어에 따르면, 가상 현실은 "판토마틱스(phantomatics)"였고, 분자나노기술은 "몰렉트로닉스(molectronics)"였고, 인지 능력 향상은 "세레브로마틱스(cerebromatics)"였으며, 그리고 생체모방과 인공 생명의 제작은 "이미톨로지(imitology)"였다. 그는 구글 식의 검색 엔진 최적화에 대한 술어, 즉 "아리아드놀로지(ariadnology)"도 고안했었다. 그는 선진적인 인공 지능에 이르는 길을 "인텔렉트로닉스(intellectronics)"의 "테크노이볼루션(technoevolution)"으로 불렀다.

 

지금도, 렘이 아무튼 영어권 세계의 대다수에게 알려져 있다면, 그것은 주로 1961년에 출판된 인기 있는 과학소설 <<솔라리스(Solaris)>>를 저술한 덕분인데, 그 소설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와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therberg)에 의해 각각 각색된, 호평을 받은 두 편의 영화를 낳았다. 그런데 다작의 그 작가가 과학소설을 저술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게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그의 저작 대부분이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것은 그의 대단히 많은 지적 방황이 그를 지식의 외부 변경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렘은 박식가였고, 고전 문학의 정전뿐 아니라 다량의 연구 저널, 과학 잡지 그리고 선도적인 연구자들이 저술한 대중서들을 탐독한 물릴 줄 모르는 독서가였다. 그의 재능은 과학적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 그들의 수학적 추상물들을 심원한 실존적 불가사의들과 인간 조건의 본성에 연결하는 달콤 쌉쌀한 통찰력과 사고 실험들을 곁들인 채로 그들의 작업의 정수를 증류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렘을 읽는 것은 일종의 교육인데, 거기서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정보 이론의 개발, 앨런 튜링(Alan Turing)의 계산에 관한 연구, 그리고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의 게임 이론의 탐구 같은 획기적인 업적들의 심원한 파생물들을 알게 될 것이다. 그의 최고의 저작 대부분은 누구나 동의할 논리에 근거를 둔 분석들의 구성한 다음에 이런 확연히 합당한 전제들이 어떻게 놀라운 결론들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을 수반했다. 그리고 숨마 테크놀로기아가 바로 그 모든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본, 그의 나머지 저작들이 비롯된 원천이다.

 

그 책의 핵심은 진화생물학, 열역학―체계를 통과하여 흐르는 에너지에 대한 연구―그리고 사이버네틱스, 즉 되먹임 고리들이 기계와 유기체들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는, 1940년대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에 의해 창시된 산만한 분야의 격렬한 혼합물이다. 이런 식으로 지구 문명을 고려한 렘은 사회의 안정성과 그것의 기술적 발달 정도 사이의 되먹임 집합을 상정했다. 초기 단계에 기술의 발달은 항상성, 즉 끊임없는 변화와 무질서의 증가에 직면하여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촉진하는 자기 강화 과정이라고 렘은 적고 있다. 즉, 기술의 점진적 진전은 전염병, 기근, 지진 그리고 소행성 충돌 같은 파괴적인 환경적 힘들에 맞서는 사회의 탄력을 점차적으로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더 많은 진전은 더 많은 보호로 이어지고, 그것은 여전히 더 많은 진전을 촉진한다.

 

그런데, 그런 동일한 기술 추동적 양의 되먹임 고리가 행성 문명들에 대한 취약점, 최소한 지구의 인간 문명에 대한 취약점이기도 하다고 렘은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