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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오늘의 인용-왜 지금 '좌파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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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온 지난 40여 년의] 시대는 전지구적인 사회 세력 관계를 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해간 구조 개혁의 시기였다. 또한 금융 세력이 지구 자본주의의 최정상부에 복귀해 초국적 금융 과두제를 구축한 반동-혁명의 시기였다. '신자유주의'란 다름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운동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단순한 정책 패키지나 자본 내 특정 분파의 이해관계 정도가 아니라 자본 권력이 추진한 문명적 수준의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한다. '문명적' 수준이라고 한 것은 지구 자본주의를 이 혹성의 유일 지배 체계로 만들기 위해 시장, 국가, 대중의 일상생활 같은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들을 재구성하고 재배치하려 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극복이란 적어도 신자유주의가 그랬던 것만큼은 거대하고 심원하게 세상의 질서를 바꿔나가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 40여 년 세월 동안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전지구적 수준에서 사회 세력 관계를 뒤집어야 할 것이고,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20세기에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민족해방을 실현했던 것과 같은 거대한 도전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 세력 관계를 역전시키자면 신자유주의 시기를 거치면서 분열되고 조직력을 상실한 노동 대중을 다시 단결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 삶의 기본 구조를 재편하려면 20세기 사회주의의 유산을 재구성하여 계승할 뿐만 아니라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등 새로운 문제의식들을 종합하는 변혁 청사진을 만들어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자본 권력과 정면 대결하고 이를 제압해나갈 대항-대안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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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준,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개마고원, 2014), pp.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