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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페란도: 서평-탈인간적인 것

 

탈인간적인 것

The Posthuman

 

―― 프란체스카 페란도(Francesca Ferrando)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의 책 <<탈인간적인 것(The Posthuman)>>[(Polity, 2013)]은 자체의 상대적인 참신성 때문에 흔히 오해받는 한 운동을 상당히 해명한다. 그 분야의 주요한 선구자인 브라이도티는 탈인간적인 것의 다양한 의미작용에 대한 포괄적인 지도를 추적해낸다. 이 책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 숙고하면서 중층적인 물리적 및 기호학적 존재지도학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개발하기를 원하는 미래학자와 예언가들의 필독서일 것이다. <<탈인간적인 것>>은 주제별로 네 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은 탈인간적 변화의 어떤 특정한 함의에 집중한다.

 

제1장 '탈인간주의: 자아를 넘어선 생명(Post-Humanism: Life beyond Self)'에서는 '만물의 척도'로서의 인간이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인간 의식, 레오나르도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에 표현된 신체적 완벽함의 이상 그리고 계몽주의 시대의 진보 및 합리성의 신화 같은 상이하지만 연관된 서양 모형들을 통한 인간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전개된다. 그런 모형들은 보편화와 균질화라는 암묵적인 실천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들의 주체는 무엇보다도 백인 남성이다. 여성이나 노예 같은 '타자들'은 배제되는데, 그것들은 표준에서 벗어난 경멸적인 술어들이며 인간 이하의 것들이다. 브라이도티의 말을 사용하면, 이런 유형의 문화적 에피스테메에서는 '차이란 열등성을 의미한다'(p. 15). 이와는 대조적으로, 차이는 모든 다양성 속에서 인간들을 인식하는 탈인간주의의 핵심이다. 인간적인 것은 일자가 아니라 다자이다. 탈인간적인 것의 개방성은 인간적인 것에 대한 관념 자체의 고정성과 영구성을 파괴한다. 인간적인 것은 더 이상 비인간적 영역에 대립되는 엄밀한 이원론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탈인간주의는 인간 종의 위치를 여타 비인간 종 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사이에 두는 '탈인간중심주의'(제2장의 주제)이고, 그래서 인간주의의 위계적 가치들에 대한 비판적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브라이도티는 탈인간적 접근 방식의 선구자일 뿐 아니라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이 술어 자체가 1990년대 중반에 로지 브라이도티와 마누엘 데란다에 의해 독자적으로 고안되었다―의 핵심 사상가들 가운데 일인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유물론은 물질을 진행 중인 물질화 과정을 인식하는데, 이것은 과학과 비판 이론을 중재한다. 문화가 물질적으로 구성되는 것만큼이나 자연도 문화적으로 매개된다. 비이원론적 사상가를 넘어서 브라이도티는 일원론적 사상가이다. '나의 일원론적 생성 철학은 인간적 육체를 구성하는 특정한 물질 조각을 비롯한 물질이 지성적이고 자기조직적이라는 관념에 의존한다'(p. 35). '지구-되기'에 대한 브라이도티의 들뢰즈적 요청은 인간중심주의적 습관의 결과가 지구를 전지구적 환경 위기로 몰고 가버린 현재 지질 시대인 인류세의 일부라는 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브라이도티는 주체성이라는 관념을 인간, 비인간 그리고 지구 전체를 포함하는 횡단적 존재자로서 다시 표현하기를 제안한다. 이런 '일원론적인 관계적 구조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탈개체주의적 주체성 관념'(p. 87)은 모든 종에 공통적인 비인간적 생성력과 활력으로 간주되는 생명이라는 그의 조에(zoe) 관념과 신유물론적 접근 방식의 조합으로 읽어야 한다. 조르조 아감벤의 비오스-조에 구분과 대조적으로 브라이도티는 이전의 저작들에서 이런 관념을 전개했다.

 

자연-문화 연속체와 더불어 브라이도티의 탈인간주의는 '기계-되기'이다. 움베르토 마투라나와 프란치스코 바렐라의 자기생산(autopoiesis)이라는 관념뿐 아니라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에 의해 고무된 그런 기계-되기는 유전공학, 정보기술 그리고 기술체(technobody)에 대한 쟁점들을 제기한다. 기술 환원주의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브라이도티는 육화된 실천의 기술적으로 매개되는 현장들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그의 초점은 대체로 윤리적이고 정치적이다. 현대 자본주의와 세포의 생성 능력을 비롯한 모든 생성 능력에 대한 그것의 착취에 대한 브라이도티의 비판은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의 생태페미니즘과 잘 맞으며, 그리고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를 통해서 브라이도티는 기술과학의 민주주의를 요청한다. 그런데 몇몇 비판가들이 지적했듯이, 조에의 긍정적인 생성력과 유전자 조작 내에 새겨진 가능한 것들 사이의 이론적 연결은 다소 미흡하다. 이 점을 더 상세하게 정교화하지 않으려는 브라이도티의 선택에 대한 한 가지 이유는 탈인간주의란 하나의 실천이라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브라이도티는 역사적 패러다임들 내에서 이런 생명공학적 실천들에 집중한다. 그런 기술들이 수행된 방식들이 그것들의 유산, 목적 그리고 연결망을 설정하였고, 그래서 그것들은 자체의 역사적으로 획득된 견지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탈이원론으로서의 탈인간주의는 그 어떤 엄격한  양극성도 해체하고, 그래서 그것은 삶과 죽음 사이의 명백한 구분을 설정하지 않는데, 브라이도티는 "삶-죽음 연속체의 생산적 측면"으로 재규정한다(p.132). 현대의 '인도주의적' 전쟁들의 신식민주의적 실천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제3장 '비인간: 죽음을 넘어선 생명(The Inhuman: Life beyond Death)'은 아쉴 음벰베(Archille Mbembe)[...]로부터 차용한 술어인 '죽음의 정치(necro-politics)'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제시한다. 여기서 브라이도티는 무인 지상 차량 및 무인 비행기의 군사적 개발과 종 멸종이라는 환경 문제에 관해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일단 이런 정치적 비판이 이루어진 뒤에 그의 논변은 주체의 죽음에 대해 전개된다. 원자화된 자아의 생성의 흐름으로의 붕괴로서 '지각할 수 없게 되기'에 대한 그의 요청은 필멸성의 형이상학을 넘어서는 탈인간적 윤리를 개발하기 위한 문을 개방한다. 그런 윤리는 '우리 모두를 너무나 인간적으로 만드는 주체 내 생성적인 비인간적인 것으로의 탈인간적 죽음에 대한 긍정적 이론'(p. 142)에 의존한다. 또한 주체의 죽음은 '인간적' 주체의 죽음이다. 이어서 브라이도티는 인간 자체에 관한 관념의 역사적 표현, 즉 인문학에 많이 기여한 체계들 가운데 하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제시한다. 그 책의 마지막 장 '탈인간적 인문학: 이론을 넘어선 생명(Posthuman Humanities: Life beyond Theory)'은 상호작용의 과정 존재론을 개발하고, 상호 의존하는 관계에 놓여 있는 인간 영역과 비인간 영역을 함께 탐구하며, 그리고 브라이도티가 서술하듯이, '멸종을 방지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탈인간적 미래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지구적 멀티버시티에서' 작업하는 탈인간적 인문학을 향한 변화에 대한 요청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다양한 상이한 운동들이 현재 '탈인간'이라는 표제어 아래 규정되고 있다고 언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탈인간적 시나리오의 일부이지만 매우 상세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성찰 분야인 반인간주의(antihumanism)에 대한 브라이도티의 해설이다. 반인간주의적 접근 방식에 대한 브라이도티 자신의 역사적 관련성 덕분에 그의 성찰은 특별한 통찰력을 드러내게 된다. 그런데 더욱 더 상세하게 전개될 수 있었을 한 측면은 비슷한 화제들을 고려하지만 같은 관점이나 계보학들을 공유하지 않는 트랜스인간주의(transhumanism)와 탈인간주의 사이의 차이이다. <<탈인간적인 것>>은 트랜스인간주의를 대체로 논의하지 않으면서 탈인간주의적 전환에 특히 집중하여 그것의 상이한 의미와 측면들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 책은 대안들을 유지하고 육성하는 생산적인 방법들, 즉 비판적이고 긍정적인 견지에서 미래를 고려하는 방법들을 제시하면서 심층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희귀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브라이도티가 강조하듯이, '고전적 인간주의의 종말은 위기가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p. 51). 사실상, 이 책의 표지 그림 자체가 하나의 진술로 간주될 수 있다. 사이버네틱스적 연결들로 이루어진 우주 속에서, 진행 중인 DNA 흐름을 날개 모양으로 갖춘, 녹색 방에 둘러싸여 있는 비트루비우스적 남/여성. 생물학, 정보학, 생태학, 페미니즘, 역사 그리고 전망. 우리 탈인간들을... 생성하는 자연-문화 연속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