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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빌링스: 오늘의 에세이-멋진 신세기

 

멋진 신세기

Brave New Epoch

 

―― 리 빌링스(Lee Billings)

 

라이세스트 대학 지질학과의 입구를 따라 유리판이 뻗어 있다. 그 유리판은 원시 시대로부터 상승하는 듯 보이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벽에 부착되어 있는 화석 수집물을 보호한다. 18세기 말에 지구 나이를 판별하고 지질학이라는 과학을 정초한 스코틀랜드 자연학자인 제임스 허턴(James Hutton)의 말을 인용한 단편이 유리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아무런 기원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 종말의 전망도 찾지 못한다... 모든 것을 측정하는 시간은 영원한 자연에 대한 것이다."

 

그 근처 자기 사무실을 오가며 얀 잘라시에비츠(Jan Zalasiewicz)는 그 전시실을 애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흩어진 유리 파편들은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될 것이지만, 결국 전시실의 화석은 부식되어 사라질 것이다. 먼 미래에 잘라시에비츠 같은 지질학자들이 여전히 지구에 살고 있다면, 그들 가운에 한 사람은 바람과 비로 매끈하게 풍화된 반투명의 안경알을 몇 개 발견하고,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진 과거 세계의 인공물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잘라시에비츠는 층서학자, 즉 지구의 심원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연속적인 암석층들을 연구하는 지질학자이다. 그는 필석(graptolite)―이전에 매우 널리 퍼져 있던 매우 작은 멸종 해양 생물들의 화석으로서 지구 전역에서 암석의 나이를 오억 년으로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을 연구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그런데 더 최근에 잘라시에비츠는 비정통적인 연구, 즉 미래의 층서학으로 전환했다. 그는 30명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이끌고 있는데, 그들은 일이 년 후에 인류가 행성 지구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쳐서 자연의 무심한 과정이 아니라 인간 활동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새로운 지질 시대, 즉 인류세(Anthropocene)에 진입했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오존 결핍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던 대기화학자 폴 크루첸(Paul Crutzen)은 새천년 초에 이산화탄소와 여타 온실 가스들의 배출을 통해서 인간들이 생물다양성을 변동시키고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증거를 인용하며 인류세라는 관념을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와 여타 변화들의 증거가 지질 기록에 오래 지속되는 자국을 남길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런데 인류세는 지질 시대 척도를 보호하는 단체인 국제층서위원회(ICS)에 의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잘리시에비츠의 노력으로 그것이 바뀔지도 모르는데, 그의 ICS 작업 집단은 공식 시대 단위로서의 인류세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고 논의한다. 그의 집단의 업무는 인류세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의 이행은 어떻게 측정되어야 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2016년에 그 집단은 국제지질학대회 모임에서 보고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그 다음에 ICS는 인류세를 축성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고, 지구 역사의 새로운 단계를 소개하는 지질학 교과서들이 다시 쓰여질 것이다. 이 모든 것과 관련된 큰 어려움은  인류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성 지배가 심원한 시간의 범위에서 단기적인 것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또는 인류세가 행성 전체를 지구의 남은 존속 기간 동안 영속하는 어떤 새로운 상태로 변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과감하게, 인류세가 지구 자체의 경계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인데, 그때 우리 후예가 우리의 지질학적 발자국을 다른 세계로 확장하면 행성간 현상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형성할 우리 자신의 시대가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 그것과 관련하여 우리가 행하는 것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고, 가능한 결과가 우리의 불멸적 지배와 임박한 소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것이다.

 

46억 년 동안 존속하면서 지구는 냉각된 용암과 수인성 퇴적물의 층들로 자서전을 적어왔다. 새로운 암석이 형성될 때 그것은 지질학자들이 인쇄된 종이 위의 낱말처럼 읽는 화석과 동위원소들을 포획한다. 또한 오래된 암석에는 지진, 홍수, 지열 가열, 또는 빙하 이동의 자국들이 새겨질 수 있다. 이 방대한 기록을 보면서 지질학자들은 세계 전체가 언제 변화했는지 나타내는 신호를 찾는다. 암석층의 차이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별함으로써 층서학자들은 지질 시대 척도를 천천히 조립해왔다.

 

그 척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누대(Eon)를 나타낸다. 최초의 누대, 즉 하데스 누대(Hardean Eon)은 6억 년 동안 지속되었고 용암과 증기로 뒤덮힌 지구를 특징으로 한다. 하데스 누대는 지구에 거대한 해양이 생겨난 시기 근처 무렵에 끝났다. 시생 누대(Archean Eon)은 그 다음 15억 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생명에 대한 가장 초기 증거에 의해 특징지워진다. 그 다음에 원생 누대(Proterozoic Eon)가 도래했는데, 이것은 지구 대기가 점차 산소로 채워지고 대부분의 생명이 단세포 형태로 살아가던 20억 년에 걸친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 누대(Phanerozoix Eon)가 대략 5억4천만 년 전에 다세포 생명과 동물 다양성이 폭발하면서 개시되었다.

 

각 누대는 대(Era)라고 불리는 더 작은 시대들로 구분되고, 이어서 대는 기(Period)라는 더 작은 시대들로 구분된다. 현생 누대에서 대와 기는, 공룡의 종말에 이어 포유류가 번성했듯이, 다양성과 거대한 대량 멸종의 분출 속에서 유기체 집단들의 등장과 소멸에 의해 주로 구분된다. 지질 시대 척도의 더 세밀한 구분 단위인 세(Epoch)는 기후, 지리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미묘한 변화를 추적한다. 세의 이름은 흔히 그리스어에서 유래하고, "최근"을 의미하는 "-cene(세)"이라는 접미사로 마무리된다. 에오세(Eocene), 미오세(Miocene),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 홍적세) 등이 있다. 크루첸의 원래 표현에서 인류세는 하나의 세, 즉 "최근의 인간 시대"일 것이다. 그런데 인류세는 더 큰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질학자들은, 인류세는 세가 결코 아니고, 그래서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 대해 결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케임브리지 층서학자이자 ICS 작업 집단의 구성원인 한 비판가 필립 기바드(Philip Gibbard)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더 적절하게 후기 홀로세라고 불러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최근의 공식적인 세와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규정될 자격이 있으려면, 새로운 생물의 변화, 퇴적층의 변화 그리고 지구화학적 변화로 표시되는, 홀로세의 표징과 확연히 다른 전지구적인 표징이 필요하다"고 기바드는 작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적었다.

 

그런데 잘라시에비츠는, 인류세라는 술어가 이미 과학 문헌에서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층서학자들은 인류세를 공식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대응한다. "다른 과학자들은 퇴장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그들이 현명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좇고 있을 뿐이다."

 

논변은 층서학자들 사이에서 규범이다. 대부분의 시간 조각들을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세계적인 지질학적 전환을 요약하는 암석에 대한 단일한 정확한 연대 측정과 관련하여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전지구적인 층서학적 단면과 지점" 또는 비공식적으로 황금못이라고 불리는 이 암석을 선정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대략 2억5천만 년 전의 암석으로 규정된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사이의 경계를 고려하자. 페름기 말의 암석들은 다양한 상이한 종 계보의 갑작스런 급격한 소멸을 기록한다. 1840년대에 지질학자들은 이 대량 멸종 사건이 새로운 기, 즉 트라이아스기를 보증할 만큼 충분히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트라이아스기의 시작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그 기의 시작을 새로운 것과의 출현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전지구적인 지질학적 전환을 밝혀내는 화석 집단을 선정하는 데 100년 이상 걸렸다. 지질학자들은 페름기 멸종의 여파로 지구 전역에서 출현하게 된 생물체인 코노돈트라고 불리는 뱀장어 같은 유기체들의 멸종 집합에서 한 종을 결정했다. 마침내 2001년에 지질학자들은 중국 남부의 한 채석장의 석회암 층에서 이 특수한 코노돈트 종의 초기 출현을 알아낼 수 있다는 합의에 이르렀고, 그래서 그 층이 트라이아스기의 시작을 가리키는 황금못이 되었다.

 

인류세를 공식화하는 황금못을 찾아내는 것은 틀림없이 더 어려울 것이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전환을 포착하는 2억5천만 년 전 퇴적암과 달리, 인류세의 가능한 암석 대부분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으며, 인간 활동의 신호를 이미 포함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암석들은 매우 최근의 것이어서 층서학의 많은 지질학적 연대 측정 기법을 적용할 수 없게 한다. 흔히 그런 기법들의 불확실성은 홀로세의 시작과 현대 세계 사이의 시간 간격에 해당하는 12,000년보다 훨씬 더 크다. 예를 들면, 트라이아스기의 시작을 나타내는 황금못은 대략 400,000년의 연대 측정 불확실성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인류세에 대한 그 어떤 황금못도 더 미세한 해상도를 나타내는 신호, 즉 어떤 화석화된 형태의 최초 출현이 아니라 아마도 연도별 지구화학적 변화를 수반하는 신호를 기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업 집단의 활동 대부분은 인류의 가능한 추적자들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한 신호를 나타내는지, 그리고 지구의 어느 곳에서 그 신호가 가장 보존될 것인지 가늠하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나도 찾아낼 수 없다면, 유일한 다른 선택지는 오랜 층서학적 전통을 뒤집고 인류세의 시작을 실제 암석층이 아니라 어떤 추상적인 연대에 할당하는 일일 것이다.

 

오래 지속되는 신호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마천루, 고속도로 그리고 다른 도시 하부구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영국 지질조사국의 층서학자이자 현재 ICS 작업 집단의 비서인 콜린 워터스(Colin Waters)는 말한다. "우리는 항상 백만 년이라는 지질학자의 시각에서 이것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의 많은 도시들은 그 시기 동안 부식되어 그냥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지하철 연결망 같은 이미 파묻힌 지하 하부구조, 또는 가라앉고 있는 거대한 강 델타 지역 위에 세워진 해안 도시처럼 곧 매몰될 것들에 대해서는 상황이 바뀐다. 델타 지역이 바다로 천천히 가라앉음에 따라 그 지역 위에 세워진 그 어떤 구조물도 궁극적으로 암석으로 변형되는 보존성 퇴적물의 두꺼운 층 아래에 파묻히게 된다. 뉴올리언즈, 상하이, 라고스 그리고 암스테르담 같은 해변 도시들의 가라앉은 경계 지역들은 이미 층서학적 기록에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장소들은 세계 전역에 걸쳐 있는 규범이 아니고, 그래서 월터스와 많은 다른 지질학자들은 그것들이 기껏해야 미약한 전지구적 신호를 형성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인류세는 새로운 어떤 것의 탄생이 아니라 사라지는 세계에서 없어지게 되는 모든 것에 의해 구분될지도 모른다. 인간이 화석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스며들고, 그래서 바다를 산성으로 만들게 되어서 탄산염이 풍부한 석회암과 산호초가 용해되어 사라진다. 화석 기록에서 미래의 지질학자들은 백색 탄산염 퇴적물 및 화석화된 산호초와  인류세의 어두운 진흙 층 사이의 전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업 집단은 시간의 시험을 견디는 것으로 알려진 전지구적 신호, 즉 핵실험과 원자로 사고로부터의 방사성 낙진에 가장 많이 사로잡히게 될지도 모른다. 핵탄두 폭발과 노심 용해로 인해 방사성 동위원소들의 혼합물이 환경에 배출될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은 바람과 조류를 타고 지구 전역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그런 방사성 동위원소들은 모두 특정한 속도로 붕괴하고, 그래서 그것들의 잔류물이 대단히 정확한 연대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 신호를 구성한다. "방사성 낙진은 정말 지문과 같다"고 워터스는 말한다.

 

방사성 신호는 인류세의 다른 핵심적인 표식들과 잘 들어맞는 시기인 20세기 중반에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조지타운 대학의 역사가 존 맥닐(John McNeil)은 20세기 중반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인류세 출발 시점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는 동시에 발생한 표식들에는 온실 가스 배출의 급증, 비료의 대량 생산, 대규모의 벌목 그리고 종의 신속한 멸종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한다. "때때로" 우리는 "이것을 '거대한 가속'이라고 부른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크루첸의 원래 표현에 따르면, 인류세는 증기 기관의 개발과 이어진 산업혁명으로 시작하며, 그 결과 인류세의 개시를 18세기 후반에 두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훨씬 더 이전의 기원을 옹호하는 논변을 제시한다. 한 제안은, 인간 조상들이 오스트랄라시아, 유라시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화한 시기와 거의 같은 시기인 대략 12,000년 전에 그런 지역들에서 일어난 많은 대형 포유류의 갑작스런 멸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연구자들은 탐욕스러운 사냥이 이런 대량 멸종에 기여했다고 믿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지질학적 기록에서 탐지할 수 있다. 다른 가설들은 농경이 지구 전역에 퍼지게 된 2,000년 전과 8,000년 전 사이에 일어난 대기와 토양의 변화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인류세의 기원을 설정한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인류세의 발단은 현생 인류의 등장 시기보다 훨씬 이전의 시기로 호미니드 조상들의 연장과 불 사용 시기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인류세에 대한 더 철학적인 견해를 취한다. 그들에게 시대 측정과 황금못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들이 지구의 행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명시적인 인식이다. 코페르니쿠스적 강등과 다윈적 강등의 세기들에 맞서서 인류세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지구 생명의 미래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류세는 지질학과 과학의 문제인 것만큼이나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도덕의 문제인 것이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릭 포츠(Rick Potts)는 우리 시대를 가리키는 공식적인 명칭을 변화를 위한 촉매로 여긴다. 그는 말한다. "인류세의 기본적인 의문은 인간들이 공존하고 있는 다른 생물체들에 대한 연민을 품은 채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변화시킴으로써 인간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