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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포터: 오늘의 인용-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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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버트 역시 똑같이 중요한 나의 또 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가 생각하기론,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그것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쉽게 파괴도 할 수 있는 나의 일부다. 그것은 닫힌 문 뒤에 있을 때, 어두운 침실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제일 편안하게 느끼는, 유일한 진실은 우리가 서로 숨기는 비밀에 있다고 믿는 나의 일부다. 로버트는 거의 10년 동안 내가 콜린에게 숨긴 비밀이다. 가끔은 그에게 말을 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기를 10년이 되었고, 그동안 우리는 유산, 파산지경 그리고 시부모님의 죽음을 지나왔다. 이제 나는 우리가 함께 헤쳐나갈 수 없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가 두려운 것은 그의 반응이 아니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 그는 그 사실을 내면화하여 속으로만 삭일 것이다. 그 때문에 나를 미워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내색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도 그는 아마도 내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을 테고, 내게서 로버트에 대한 감정을 듣는다고 해도 내게 상처를 주지 않을 방법만 생각할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안다.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하여 나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내게 그러했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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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루 포터(Andrew Porter),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김이선 옮김, 21세기북스, 2011), pp. 1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