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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오피니언-서구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위기

 

- 아래 글은 2011년 7월 10일 미국인 경제학자 조지프 유진 스티글리츠(Joseph Eugene Stiglitz)가 웹 기반 비영리 진보적 뉴스 매체인 <<트루스아웃(Truthout)>>에 기고한, 현재 서구 자본주의의 상황을 논평한 기고문을 옮겨 놓은 것이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인 경제학자이며 현재 콜럼비아 대학의 교수이다. 그는 2001년에 "비대칭적 정보 상황의 시장 분석(analyses of markets with asymmetric information)"에 대한 공로로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와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세계은행의 수석 부총재를 역임했다. 그는 세계화, 자유시장 경제학자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기구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책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홍민영 역, 21세기북스, 2008), <<끝나지 않은 추락>>(장경덕 역, 21세기북스, 2010), <<GDP는 틀렸다>>(박형준 역, 동녘, 2011) 등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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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위기

The Ideological Crisis of Western Capitalism

 

 

겨우 몇 년 전에 하나의 강력한 이데올로기―구속을 벗어난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가 세계를 파멸 직전에 몰고 갔다. 1980년대 초부터 2007년까지 걸친 그것의 전성기에도 탈규제화된 미국식 자본주의는 세계의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매우 부유한 자들에게만 더 큰 물질적 복지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상, 이 이데올로기가 우세했던 30년 동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해마다 자신들의 수입이 줄거나 정체하는 것을 목격했다.

 

게다가, 미국의 생산 성장은 경제적으로 지속불가능한 것이었다. 미국 국민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 극소수에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성장은 산더미처럼 쌓이는 빚에 의해 융통된 돈으로 이루어진 소비를 통해서만 지속될 수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금융 위기가 미국인들(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평등, 더 강한 규제, 그리고 시장과 정부의 더 나은 균형의 필요성에 대한 교훈을 가르칠 것이라고 희망했던 사람들 가운데 속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항상 그렇듯이, 이데올로기와 특수한 이해관계에 의해 추동되는 우파 경제학의 부활이 다시 한 번 세계 경제―또는 최소한 이런 관념들이 계속 번성하는 유럽과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지자들이 수학과 경제학의 기본 법칙들을 무효로 하려고 명백히 노력하는 이런 우파의 부활은 국가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강행할 우려가 있다. 미 의회가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요구하면, 적자가 발생할 것이고, 그 적자는 충당되어야 한다. 정부의 각 지출 계획의 편익을 그런 편익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증세의 비용과 신중하게 균형을 맞추기보다, 우파는 큰 쇠망치―증가하는 국가 부채 때문에 지출이 세금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는―를 사용하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어떤 지출이 우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미해결인 채로 남는다.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기 위한 지출이 우선하지 않는다면, 채무불이행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초래한 위기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지출을 줄이는 것은 불가피하게 불황만 연장할 것이다.

 

경제가 한창 활황이었던 십 년 전에 미국은 매우 큰 흑자에 직면하여 국가 부채를 고려하지 않는 징후를 보였다. 감당할 수 없는 감세 및 전쟁, 극심한 불황, 그리고 의료보험 비용의 급등―부분적으로는, 정부 자금을 걸고서라도, 제약사들에게 가격 책정의 자유를 주고자 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의지가 부채질 한―으로 인해 막대한 흑자가 빠르게 기록적인 평화시 적자로 바뀌었다.

 

미국 적자에 대한 해결책은 이런 진단에서 즉시 도출된다. 그것은 경제를 자극함으로써 미국이 다시 움직이게 만들기, 어리석은 전쟁의 종식, 군사 비용 및 의약품 비용의 통제, 그리고 최소한 매우 부유한 자들에 대한 증세이다. 그러나 우파는 이런 것은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고, 대신에,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기에 빠뜨리고 사회계약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난도질하는, 투자와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 삭감과 더불어 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훨씬 더 큰 감세 정책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금융 부문은 끔찍하게 무책임한 이전의 방식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로비를 해 왔다.

 

그런데 유럽의 상황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그리스와 다른 국가들이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오늘의 대책은 단지 낡아빠진 긴축 꾸러미와 민영화인데, 그것들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더 가난하고 더 취약해질 따름일 것이다. 이런 대책은 동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그밖의 지역에서 실패했고, 이번에도 유럽에서 실패할 것이다. 사실상, 그것은 아일랜드, 라트비아, 그리고 그리스에서 이미 실패했다.

 

한 가지 대안이 있는데, 그것은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이 뒷받침하는 경제성장 전략이다. 성장은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회복시켜, 이자율을 하락시키고 후속적인 성장을 증진시키는 투자를 위한 더 많은 재정적 여지를 남길 것이다. 성장 자체가 세수를 증가시키고 실업 수당 같은 사회적 지출의 필요성을 줄인다. 그리고 이것이 낳는 신뢰 덕분에 계속해서 성장이 이루어진다.

 

유감스럽게도, 금융시장과 우파 경제학자들은 그 문제를 정반대로 이해했는데, 그들은 긴축이 신뢰를 낳고, 신뢰가 성장을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긴축은 성장의 기반을 약화시켜, 정부의 재정 상황를 악화시키거나, 또는 최소한 긴축의 지지자들이 약속하는 것보다 모자라는 개선을 낳는다. 두 경우 모두, 신뢰의 기반은 약화되고, 나선형 하강 운동이 시작한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실패한 관념들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드는 또 하나의 실험이 정말 필요한가?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점점 더 또 하나의 실험을 견뎌야 할 것처럼 보인다. 유럽 아니면 미국이 강건한 성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에 나쁠 것이다. 주요 신흥시장 국가들이 자기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둘 다 실패하면 재앙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더 현명한 사람들이 우세하지 않는 한, 그것이 세계가 향하고 있는 길이다.

 

번역: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