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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언 존스턴: 유물론에 관한 11가지 테제-첫번째 테제

 

     I

유물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유물론은 무엇이든 자연주의와 경험주의 둘 다의 요소들을 포함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이런 칭호들의 전통적인(특히 칸트 이전의) 의미들에서 직접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자연주의적이거나 경험주의적일 필요는 없다(그리고 선험적 유물론을 비롯한, 독일 관념론 이후의 유물론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 이것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어떤 모습이든 간에, 반자연주의적 유물론은 무엇이든 유물론으로서의 자격을 동시에 갖출 수 없다는 점이다. 반자연주의적 합리주의는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모순이 없게 만들 수는 있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결코 유물론과 양립 가능하게 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순전히 형상주의적인 유몰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근대 과학의 탄생과 관련하여 말하자면, 베이컨이 없는 갈릴레오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을 주로 경험적 획득 방법들과 연결짓는 것에 대한 거부와 더불어 근대의 실험 자연과학에 대한 혐오에 의해 촉발되어 시대착오적인 피타고라스주의들, 존재론적 이원론들, 영성주의적 관념론들, 종교적 신비주의들 그리고 제멋대로 증식하는 한 무더기의 작화들, 망상들, 상상들, 환상들 그리고 책임감 있는 엄밀한 철학하기로 행세하는 헛소리들로 이끄는 길을 따라 사유하게 된다. 게다가, 경험적으로 특징지워지는 유사자연주의적 유물론이 경직된 기계적 결정론과 전혀 뜻이 같지도 않고 동등하지도 않는 한, 자연과학에 적응한 유물론적 감성을 자율적 주체성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모든 것을 위한 공간의 즉각적 폐쇄를 개시하는 것으로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 애드리언 존스턴(Adrian Johns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