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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스, 머민, 샤크: 큐비즘 입문-경험은 경험되는 것에 앞서 존재하지 않는다

 

경험은 경험되는 것에 앞서 존재하지 않는다

Experiences do not exist prior to being experienced

 

수행되지 않은 실험은 아무 결과도 없다.

   ―― 애셔 페레스(Asher Peres)

 

이 실험은 내가 경험할 때까지는 아무 결과도 없다.

   ―― 실험을 수행하는 행위자

 

큐비즘은 애셔 페레스의 유명한 언명을 받아들인다. 어떤 실험의 결과는 그것이 행위자에게서 끌어내는 경험이다. 행위자가 아무 결과도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아무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험은 인간 행위자에 독립적으로,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지 않다. 실험은 행위자가 어떤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실행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어떤 결과는 행위자가 그것을 경험할 때야 비로소 결과가 된다. 그런 경험이 바로 결과이다.

 

이것은 유명한 위그너(Wigner)와 그의 친구의 "역설"로 분명해진다. 위그너의 친구는 폐쇄된 실험실에서 측정을 수행하여 어떤 결과를 경험한다. 실험실 밖에 있는 위그너는 아무 실험 결과도 경험하지 못한다. 위그너가 자기 친구가 실험실에서 수행할 계획에 관해 자신에게 말했던 것을 믿는다면, 그는 자기 친구, 실험실 장치 그리고 자기 친구가 개입하고 있는 체계에 어떤 얽힘 상태를 할당할 것이다. 위그너의 상태는 실험실 장치의 해당 기록과 상관되어 있는 자기 친구가 겪은 경험에 대한 모든 가능한 보고를 중첩할 것이다.

 

측정 결과를 행위자의 경험 내용이 아니라 세계의 객관적인 특징이라고 간주할 때에만 위그너의 의견과 그의 친구의 의견 사이의 불일치가 역설적인 것이 된다. 측정 결과는 그것을 경험하는 행위자에게 사사로운 것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그 역설은 사라진다. 위그너의 친구의 경험 속에는 실험 결과가 존재한다. 위그너의 경험 속에는 아직 아무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의견은 다르다. 위그너가 계속해서 자기 친구에게 그의 경험에 대해 묻는다면, 위그너가 자기 친구의 보고를 받는 순간에, 즉 실험 결과가 위그너 자신의 경험에 진입하는 순간에 의견 불일치는 해소된다.

 

이것은 평소의 비국소성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이 이야기에서 앨리스와 밥은 한 쌍의 체계들―하나는 앨리스 근처에, 나머지 다른 하나는 밥 근처에 있는―에 할당된 어떤 특수한 얽힘 상태에 대하여 의견이 일치한다. 그 다음에 각자는 자기 근처의 체계에 대해 측정을 수행한다. 평소의 이야기에서는 측정이 수행되는 순간에 각 측정 현장에서 결과들이 생성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된다.

 

평소의 이야기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특수한 측정 결과의 생성은 그 결과를 경험하는 행위자에 대해서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측정 순간에 밥이 앨리스의 멀리 떨어진 위그너에 대한 친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자신의 측정 순간에 앨리스는 밥의 위그너에 대한 친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 각자는 자신의 측정에 대한 결과는 경험할지라도, 상대방이 수행한 측정에 대한 결과는 그들이 상대방의 보고를 받을 때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다. 밥 또는 앨리스 자신의 개별적 경험 속에 기록된 두 측정 결과들의 상관관계들을 설명하기 위해, 그들 각자는 적용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양자역학을 적용한다. 그리고 앞에서 강조했듯이, 단일한 행위자의 경험들은 반드시 시간처럼 분리되어 있다. 비국소성이라는 쟁점은 결코 제기되지 않는다.

 

행위를 수행하는 행위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또는 그 행위자의 후속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측정 결과들을 물화함으로써 일반적인 비국소성 논변들은, 측정 결과들은 행위자들 그리고/또는 그들의 경험에 독립적인 객관적("고전") 영역에 속한다는 코펜하겐 견해를 암묵적으로 수용한다. 그런데 큐비즘에서는 행위자가 자신의 주관적 내부 경험 밖에 있는 모든 것에 양자역학을 적용한다. 큐비즘에는 코펜하겐 고전 영역의 흔적 유물이 존재하지만, 이 "고전 영역"의 흔적은 행위자마다 다르고 행위자가 직접 지각하는 주관적 경험에 한정된다.

 

―― 크리스토퍼 푹스, 데이비드 머민, 뤼디거 샤크(pp.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