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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오늘의 인용-명료한 세계와 모호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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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명료하다. 세계에는 모호함 따위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모호하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명료함이 부족하다. 자신도 알 수 없는 비밀이 인간을 둘러싸고 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삶이라고 부른다.

 

명료한 세계와 모호한 인간 사이에 중간 지대 같은 것은 없다. 명료한 세계 속에서 모호한 인간들의 권력투쟁이 끝나지 않을 뿐이다. 모호한 의미를 규정하고 장악하려는 인간들 간의 싸움이다. 인간이 명료함의 일부가 되는 것은, 죽음의 순간뿐이다. 그것은 더 이상 모호함이 불가능해지는 순간이다. 모호함이 제로에 도달하는 순간이다.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순간이다. 인간이 세계 자체가 되었으니까. 나는 가끔 내가 그런 세계를 꿈꾸고 있다고 느낀다. 모든 것이 명료한 유토피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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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욱, <<천국보다 낯선>>(민음사, 2013), pp.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