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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 오늘의 인용-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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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목적을 지닌 자는 타인과 교류하는 것을 성가셔 한다.

 

투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가 생긴 순간 시간이 귀중해져 인간관계를 꼭 필요한 범위로 좁힌다.

 

고독하고 암담한 쪽은 이들이 아니라, 타인과 맺은 끈끈한 관계를 끊지 못하는 목적 없는 인간들이다. 타인과 불필요하게 교제하면서 유난히 밝은 척하거나 오기를 부리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인간들이다.

 

만약 태어나기 이전에 태어날 확고한 의미와 흔들림 없는 목적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사람은 그 의미와 목적의 노예가 되어 오히려 그것들을 잃고 말 것이다.

 

의미도 목적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즉,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의지의 자유로움이 존중된다는 뜻이며, 의지의 세계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컨대 스스로 그것들을 발견하면서 멋대로 사는 것이 좋다는 영원한 암시인 동시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는 의미가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렇게 멋진 조건과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귀찮다고 내던지고서는 타인의 목적을 위해 일하고, 타인의 목적이 달성되느냐 마느냐를 팬의 한 사람인 양 성원하며 거짓 감동에 취한다. 그런 식으로 인생을 흘려보내는 게으른 선택밖에 하지 않는 자는 태만과 기만의 독에 오염되는 악순환 속에 갇힌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모르고, 인생의 목적을 찾는 데서 오는 기쁨도 모른다. 삶의 목적이라는 아주 중요한 책무를 방기하고, 고뇌를 위한 고뇌로 끝날 수밖에 없는 좁은 길을 가기가 괴로워 그때그때 방종한 쾌락을 추구하며 그것을 사는 목적이라고 착각한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늘 변화하는 인생의 허망함이라고 믿고, 지적 변모를 꾀하기는커녕 태어났을 때보다 한층 격이 떨어진 처절한 패배자로 변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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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야마 겐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3), pp.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