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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스펙컨즈: 오늘의 인용-양자 상태에 대한 존재적 견해와 인식적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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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재의 상태와 지식의 상태를 구분하는 이분법을 분명히 하자. 이런 구분을 편리하게 가리킬 수 있도록 존재적(ontic)[...]이라는 수식어와 인식적(epistemic)[...]이라는 수식어를 도입하자. 그 구분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것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맥락―고전물리학의 맥락―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조사하는 것이 유용하다.

 

고전물리학을 공부할 때 전형적으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상태 관념은 위상공간(phase space)에서의 한 점과 관련된 것이다. 이 상태는 계의 모든 특성을 완전히 규정한다[입자 역학에서 그런 상태는 때때로 "뉴턴적 상태(Newtonian state)"로 불린다]. 그것은 존재적 상태다. 다른 한편으로, 고전통계역학을 배울 때는 위상공간에 걸친 한 확률분포에 해당하는 새로운 종류의 상태[때때로 "리우비 상태(Liouville state)"로 불리는]가 도입된다. 이것은 인식적 상태다. 위상공간에서의 한 점과 위상공간에 걸친 한 확률분포 사이의 결정적 차이점은 후자가 함수라는 점이 아니다. 전자기장 배치는 삼차원 공간에 걸친 함수이지만, 그럼에도 존재적 상태다. 확률분포와 관련하여 결정적인 점은 두 개의 상이한 점에서의 상대적인 함수 높이가 계의 특성이 아니라는 점이다(공간의 두 점에서의 상대적인 전자기장 높이와는 달리). 오히려 이런 상대적인 높이는 어떤 행위자가 위상공간의 그런 점들과 관련된 두 개의 존재적 상태에 할당하는 상대적인 확률을 나타낸다. 그 분포는 이 행위자가 계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을 서술할 뿐이다.

 

존재적 상태와 인식적 상태 사이의 구분이 붕괴되는 경우가 하나 있으며, 그리고 그것은 완전한 지식을 서술하는 인식적 상태들의 경우에 그러한데, 후자도 어떤 계의 특성들에 관한 완전한 규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전 이론에서 완전한 지식의 상태는 위상공간 위에서 디랙-델타(Dirac-delta) 함수로 표현되고, 그래서 이것은 위상공간의 점과 일대일로 대응된다. [일반적으로] 인식적 상태는 [...] 불완전한 지식을 서술하는 것이다.

 

물리학자들과 물리철학자들 사이의 표준적 견해는 순수한 양자 상태는 존재적 상태라는 것이다. 혼합된 양자 상태만이 인식적 상태, 구체적으로, 어떤 순수한 양자 상태가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불완전한 지식의 상태로 간주된다. 이런 견해의 한 변양태에서는 혼합된 양자 상태도 존재적 상태로 해석된다[...]. 이런 견해들 둘 다의 옹호자들을 양자 상태에 대한 존재적 견해의 옹호자들로 서술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기서 옹호하고 싶은 논제는, 혼합된 상태이든 순수한 상태이든, 모든 양자 상태가 불완전한 지식의 상태라는 것이다. 이 견해는 양자 상태에 대한 인식적 견해로 불릴 것이다.

 

양자 상태에 대한 존재적 견해는 양자역학의 해석에서 역사가 오래되었다. 슈뢰딩거(Schrodinger)는 애초에 양자 상태를 물리적 상태로 해석하였으며, 그리고 이 견해를 결코 전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디랙과 폰 노이만(von Neumann)의 고전적 교과서들에서 양자 상태는 어떤 계의 특성들을 완전히 규정한다고 간주된다. 또한 이것은 붕괴 이론(collapse theory)들과 에버릿(Everett) 유형의 해석들 모두의 경우에도 참이다. 드 브로이-봄 이론(de Broglie-Bohm theory)과 양상 해석(modal interpretation) 같은 인기 있는 숨은 변수 이론들 내에서도, 양자 상태가 숨은 변수들에 걸친 확률분포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담당하는 인식적 역할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숨은 변수들의 동역학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도 파동으로 작용하는 한에 있어서 양자 상태는 근본적으로 존재적 상태다. 이런 해석들에 있어서 양자 상태의 인식적 역할과 존재적 역할 사이의 긴장이 많은 저자들을 괴롭혀왔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으며, 그리고 그 긴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지만, 이런 노력들은 양자 상태에 인식적 의미를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적게 부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존재적 견해보다는 덜 일반적이지만, 인식적 견해도 긴 전통을 지니고 있다. [...]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에 대한 아인슈타인(Einstein)의 논변은 [...] 양자 상태에 대한 인식적 견해를 지지하는 논변이다. 통계적 해석에 관한 발렌타인(Ballentine)의 작업은 인식적 견해에 대한 변호로 해석될 수 있다[...]. 파이얼스(Peierls)도 양자 상태에 대한 이런 해석의 초기 옹호자였다. 최근에 양자정보 이론이 등장하고 나서야 인식적 견해가 더 널리 퍼지게 되었으며, 이 접근방식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고 유창한 옹호자는 푹스다(Fuchs)다. [...]

 

인식적 견해가 증가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상은 지지자로 자청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적 선입견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아마도 문헌에 나타나는 존재적 언어의 편재성 때문이며, 그리고 아마도 인식적 경로가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증명된 것이라는 모호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

 

우리는 존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불가사의한 다양한 양자 현상들이 인식적 관심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자연적인 듯 보이는지 예증함으로써 존재적 견해에 비해 인식적 견해가 우월하다는 점을 논증할 것이다. 이런 현상들에는 간섭, 비가환성, 얽힘, 복제 불가능성, 원격전송 등이 포함된다. 우리가 강조하고 있는 구분은 그 현상들이 개념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 여부이지, 그것들이 양자 형식의 수학적 결과들로 이해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자. 후자 유형의 이해는 양자 형식에 대한 해석에 무관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존재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불가사의한 듯 보이지만 인식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연적인 듯 보이는 현상들의 수가 더 커질수록, 후자의 관점은 더욱 더 설득력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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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스펙컨즈(Robert W. Spekkens), "양자 상태에 대한 인식적 견해를 옹호하며: 한 토이 이론(In defense of the epistemic view of quantum states: a toy theory)", pp.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