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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아타루: 오늘의 인용-세계를 낳는 것/개념과 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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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온갖 책에서 '회임', '임신'이라는 은유를 사용합니다. [...] 예컨대 "임신 상태보다 장중한 상태가 있을까?", "이 장중함 안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기대되는 것이 사상이든 행위든――우리는 모든 본질적인 완성에 대해 임신이라는 관계 이외의 관계를 갖지 않는다"라고. [...] 임신, 회태懷胎, 수태. 이런 은유를 그는 반드시 '침묵', '과묵'과 연결시켜 말합니다. 또는 휴식이라든가 양생이라든가, 어쨌든 소요는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

 

들뢰즈는 철학이란 개념concept의 창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념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애초에 '잉태된 것conceptus'이라는 뜻입니다. '개념으로 한다, 개념화한다conception'라는 말도 '임신conceptio'이라는 말에서 유래합니다. '마리아의 수태'는 'conceptio Mariae'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마리아의 개념화conceptio에 의해 산출된 개념인 것입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통상 신학 문헌에서 첫머리가 대문자로 쓰인 말Verbe는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또한 그리스도교 세계 전체를 '그리스도교 공동체corpus Christianum'라고 합니다만, 전통적으로 이것은 세계로 크게 확산되는 '그리스도의 신체corpus Christi' 자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구성원을 멤버라고 하는데, 이것은 애초에 사지四肢, membrium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성원(멤버)들은 구체적인 그리스도 신체의 사지인 것입니다. 즉 '말'인 그리스도는 마리아의 개념이고, 그 개념은 '세계' 자체의 신체입니다. 개념. 임신, 그것은 세계를 다시 낳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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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2012), pp.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