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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오늘의 인용-현대 이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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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이주, 또는 [...] 민중의 이주는 현대성과 현대화, 맨 처음부터 계속되어온 삶의 방식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현대화의 두 가지 중요한 구성요소인 질서 확립과 경제 성장을 고려하면 고향에서 필요 없는 존재로 낙인찍힌 사람들, 질서 확립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와 경제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가 늘어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현대 이주의 역사는 뚜렷히 구별되는 세 국면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는 '그 당시 지구에서 유일하게 현대화된 지역[...]이었던 유럽에서 '[...] 비어 있는 땅'으로 약 6,000만 명이 이주한 사건이다. 대규모 학살과 그에 버금가는 대규모 전염병의 맹공이 지나간 다음 원주민 인구가 얼마나 남았건 간에, 원주민들은 새로 온 사람들이 자기들 고향에서 그곳의 문화적 엘리트들에게 이미 시도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경작', 이제는 '백인의 사명'으로 격상된 활동의 새로운 사례가 되었다.

 

두 번째 물결은 기존의 제국주의적 이주의 방향성을 180도 바꾸었다. 식민주의 제국의 쇠퇴와 함께 [...] 토착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식민지 개척자들을 따라갔다. 그들은 도시에 정착해서, 국가 건설 초기 단계에 만들어졌으며 그 당시의 유일한 세계관이자 전략적 모델이었던 인종, 언어, 문화 소수자를 동화시키는 모델에 적응해야 했다. 그들을 흡수하고 근대국가의 보호 아래 국가를 통합할 목적으로, 새로 온 사람들은 [...] 문화적 십자군과 문화 투쟁[...]과 선교 사명의 대상인 '소수 집단'이 되었다. 현대 이주 역사의 이 두 번째 국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상황의 식견보다 타성이 더 많이 작용하여, 아직도 정치가들의 공식적인 의향서에서 때때로 그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

 

막으려고 부단히 노력함에도 지금 한창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 현대 이주의 세 번째 국면은 디아스포라[...]의 시대이다. 제국/식민지 시대의 사건들이 계획하고 포장한 길을 무시하고, 그 대신 현재의 세계화 각축장 특유의 생존 가능성과 전 세계적인 생활 자원 재분배의 논리가 이끄는 방향을 따라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착한 무한히 많은 섬. 디아스포라들은 수많은 독립 영토 여기저기에 널리 산재해 있다. 그들은 지역의 필요, 요구, 자격에 대한 원주민의 우선권 주장을 무시하고, 이중(또는 다중) 국적의 유혹에, 심지어 이중(또는 다중) 충성심의 유혹에 휩쓸려 다닌다. 오늘날의 이주는 가능한 경로가 아주 많다는 점에서――그리고 오늘날에는 자국으로나 타국으로의 이주를 배척하는 국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이전의 국면과 구별된다. 이주 경로는 [...] 그때그때 형성되고 재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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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 아마 유럽인 대다수가 오늘날 디아스포라[...] 속에 살고 있거나 디아스포라들[...] 틈에서 살고 있다. '다름을 수용하는 기술'이 처음으로 일상적인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단지 일시적으로 거슬리는 존재 정도로만 인식되기를 멈출 때에만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과거와 달리, 이방인들과 대단히 밀접한 삶이라는 현실은 이제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된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우리 자신의 삶의 방식보다 타인의 삶의 방식과 매일 공존하는 기술을 반드시 획득하고 익힐 것이 요구된다. 게다가 그런 공존은 [...] 그저 견딜 만한 정도가 아니라 서로 이익이 되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영토가 정하는 권리[...]라는 발상, 말하자면 '소유권'을 대체하는 것으로 승격된 오늘날의 '인권'이라는 개념은 결국 차이의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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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유행의 시대: 유동하는 현대사회의 문화(Culture in a Liquid Modern World)>>(윤태준 옮김, 오월의봄, 2013), pp. 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