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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허시먼: 오늘의 인용- 보수 세력이 사용하는 반동 수사학의 세 가지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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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세력이] '진보적' 추진력을 비판하고 공격하고 조롱하는 근본적인 방법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 세 가지 대칭 명제들을 발견했다. 내가 찾아낸 것은 세 가지 근본적인 반동적/반작용적 명제들인데, 나는 그것을 역효과 명제(perversity thesis, 엉뚱한 결과를 낳는 명제), 무용 명제(futility thesis), 위험 명제(jeopardy thesis)라고 부른다. 역효과 명제에 따르면 정치·사회·경제 질서의 일부를 향상시키려는 어떤 의도적인 행위도 행위자가 개선하려는 환경을 악화시킬 뿐이다. 무용 명제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효과가 그 노력들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위험 명제는 변화나 개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변화나 개혁은 이전의 소중한 성취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한다. (27-8)

 

[1] 반동파는 그 목적에 진심이건 진심이 아니건 겉으로는 찬성하면서, 그 목적을 위해 제안되거나 취해진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려고 한다. 실제로 반동파는 그런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 가지 결과를 낳기 때문에 결국 처음 주창되고 추진됐던 목적과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흔히 주장한다.

 

[...] [역효과 명제는] 단순히 어떤 정책이나 운동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거나 혹은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나 좋지 않은 부작용을 수반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사회를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시도는 당연히 사회를 움직이기는 하지만 의도된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주장한다. [...] 현재의 여러 논쟁들에서는 일부 '진보적' 혹은 '선의의' 공공 정책이 시행 과정에서 반反직관적이고 반생산적이거나 혹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곤 한다. 자유를 얻으려는 시도는 사회를 노예 상태로 떨어뜨릴 것이며, 민주주의를 추구하면 과두정치나 전제정치를 만들어낼 것이고,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은 빈곤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것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말이다.(35-6)

 

[2] [무용 명제는] 역효과 명제와는 대단히 다르게, 변화에 대한 시도는 허사라고 말한다. 즉, 과거나 현재나 미래의 어떤 변화라는 것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부분 표피적이고 외형적이고 표면적인 환상에 불과하며, '깊숙한' 사회 구조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무용 명제의] 진술들은 변화의 가능성이나 변화를 위한 노력을 거부하거나 조롱하는 것이며, 동시에 현상의 회복력을 강조하고 심지어는 찬양하는 것이다.

[...]

무용 명제의 주장들은 역효과 명제의 주장들보다 상당히 온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개혁가'들에게는 훨씬 더 모욕적이다. 사회가 인간의 변화를 향한 행동에 어쨌든 반응해서 잘못된 방향으로라도 움직인다면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결코 '자국도 만들어낼' 수 없다면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굴욕을 당하고, 사기를 잃고, 자신의 노력의 가치나 진정한 동기에 의문을 품게 될 수밖에 없다.(77-80)

 

[3] 변화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는 [...] 세 번째 방법[위험 명제]은 지배적인 여론 상황 때문에 정면으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 방법은, 제안된 변화가 어쩌면 그것 자체로는 바람직한 것일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들거나 이런저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두 개의 개혁이 어떤 의미에서 서로 배타적이어서 먼저 것이 나중 것으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면 비교 가능성이라는 요소가 논쟁에 끼어들고 막연히 '진보라는 것'을 가지고 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 새로운 진보를 위해 옛 진보를 희생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주장으로 반동주의자들은 다시 한 번 진보주의자들의 옷자락을 잡고, 새 진보나 옛 진보나 모두 바람직한 것처럼 주장한다. 그런 뒤에 일반적으로 새 개혁이(만약 시행된다면) 어떻게 해서 귀중한 이전 개혁을, 특히 최근에야 이루어낸 그것을 치명적으로 위태롭게 하는지를 보여준다.(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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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버트 허시먼(Albert Hirschman),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The Rhetoric of Reaction)>>(이근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