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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브라이언트: 오늘의 인용-현상학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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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현상학은 육체의 실재계를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 현상학은 확실히 우리가 우리의 육체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서술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육체와 정동의 근본적인 불투명성을 파악해내지 못한다. 실재적인 것으로서의 육체는 의식 또는 체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육체는 우리가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우리는 우리 육체의 결과들을 경험하는 것이지, 우리 육체 자체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다.

 

[...] <<에티카>>에서 스피노자가 적고 있듯이, "인간 육체의 무엇이든 어떤 정서에 관한 관념은 인간 육체에 대한 적절한 지식을 포함하지 않는다". 스피노자의 경우에, 무엇이든 어떤 정동의 원인은 결코 의식에 주어지지 않는다. 내 우울증은 신경화학적 과정의 결과인가, 나쁜 식생활 습관의 결과인가, 그 밖의 다른 것의 결과인가, 아니면 그것은 경험과 체험적 의식의 층위에서 내 실존적 삶의 기획과 관련된 것의 결과인가? 체험의 입장에서는 이 의문에 대해 결코 답할 수 없다. 체험은 나의 체화된 생명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정동들에 관해 내게 말해주지만, 그것들의 원인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상학은 부수현상학일 수밖에 없다. 현상학은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들을 서술적으로 말해주지만[...], 그것은 이런 경험들의 원인들과 진실성에 관한 의문들에 답할 수 없다. 그 결과, 현상학은 메를로-퐁티를 비롯한 현상학자들이 그것에 대해 주장하고 싶은 토대주의적 역할을 결코 담당할 수 없다. 현상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다른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기는 커녕, 현상학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 일련의 결과나 서술들을 제시한다. 자체의 견지에서 고려되거나 토대로서 여겨질 때 흔히 그런 설명들은 대단히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 물론 현상학은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대한 서술로서 유효하다. 현상학의 단점은 이중적이다. 첫째, 현상은 여전히 너무나 인간주의적인데, 인간의 경험에 대한 현상학에 집중하는 반면에 다른 존재자들의 경험은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문제가 있다. 한편으로, 현상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신경적 다양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에 "인간적인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 과도하게 일반화한다. 이 문제는 [...] 비교 현상학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더 본원적으로, 우리는 [...] 종을 가로지르는 비교 현상학이 필요하다. [...] 둘째, 이런 [현상학적] 서술들은 기껏해야 서술일 뿐이다. 자연적 태도에 대한 금지는 우리로 하여금 이런 것들이 [...] 설명되어야 하는(때로는 문화적으로, 때로는 신경학적으로/생물학적으로, 때로는 의식의 견지에서) 것들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든다. 현상학자들은 우리로 하여금 원인들을 탐구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교조주의, 즉 대륙 학파들의 철학과 사유에 걸림돌이 되어버린 새로운 무지, 새로운 부정주의를 조장했다. [...]

 

어쨌든, 육체는 여러분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며, 여러분이 경험하는 것은 육체의 결과들이다. 모든 사람이 각성과 피로를 경험했지만, 대사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으며, 그리고 자신의 뇌를 느끼거나 오메가-3 지방산이 자신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느낀 사람도 결코 아무도 없다. 모든 육체는 구조적으로 자체의 결과로부터 물러서 있기 때문에 육체는 결코 경험될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상학의] 서술적 분석이 토대로서 다루어질 때마다 항상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거나 반동적이다. [...] 물질성은 항상 모든 의미작용과 체험으로부터 구조적으로 물러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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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