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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터프 코흐: 오늘의 인용-의식과 뇌의 간극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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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 여러분이 산과 사람들, 나무와 개들, 별과 음악의 세계와 자신의 육체를 경험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의 주관적인 경험, 사유, 그리고 기억을 통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행동하고 움직이며, 보고 들으며, 사랑하고 미워하며,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여러분은 그저 의식을 통한 세계의 표현들로 세계를 만날 뿐이다. 그래서 의식이 멈출 때 이 세계도 멈춘다.

 

많은 전통들은 인간들을 마음(또는 정신), 육체, 그리고 초월적 영혼을 지닌 것으로 여긴다. 다른 전통들은 몸-마음 이중성을 선호하여 이런 삼자 분리를 거부한다. 고대 이집트인들과 히브리인들은 정신을 심장에 위치시켰던 반면에, 마야인들은 정신을 간에 위치시켰다. 우리 근대인들은 의식하는 마음이 뇌의 산물이라는 점을 안다.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다. 뇌가 어떻게 생물전기적 활동을 주관적인 상태로 변환하는지의 문제, 물에서 반사된 광자들이 어떻게 반짝이는 청록색의 산속 호수에 대한 지각물로 신비롭게 변환되는지의 문제는 수수께끼다. 신경 체계와 의식 사이의 관계의 본성은 여전히 파악하기 힘들고 끊이지 않는 열띤 논쟁의 주제다.

[...]

의식이 있는 경험하는 관찰자의 독특한 관점은 일인칭 시점(first-person perspective)으로 불린다. 고도로 조직화된 한 조각의 물질이 어떻게 내부 시각을 지닐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매우 다양한 다른 분야들에서 대단히 유용한 것으로 판명된 과학적 방법을 위축시킨다.

 

미합중국 항공우주국의 코브(COBE) 위성에 의해 이루어진 측정들을 생각하자. 1994년에 코브 위성은 적황색의 얼룩이 있는 계란 모양의 청록색 하늘 전경 사진으로 일면 뉴스를 장식했다. 따뜻한 색깔들은 우리 우주를 산출했던 빅뱅의 자취인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에 있어서 매우 작은 변이들을 나타낸다. 우주론자들은 이 거대한 공간 자체의 폭발의 메아리에 귀를 기울여 초기 우주의 모양을 추론할 수 있다. 코브 위성의 데이터는 그들의 예상 결과를 확증했다. 즉, 천문학은 137억 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에 관한 시험 가능한 진술들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지금 느끼는 치통과 같은 평범한 것은 여전히 불가해하다.

 

생물학자들은 완전히 형성된 개체의 간, 근육, 뇌, 그리고 다른 기관들을 구성하는 수십 조 개의 세포들로 변환되는 단일한 포유류 수정 난자 내부의 상세한 분자 프로그램들을 아직 특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위업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들이 언제든지 쓸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 단순한 다세포 식물과 동물을 [...] 프로그래밍하는 데 이론적 장벽은 전혀 없으며, 막대한 실천적 장벽들만 있을 뿐이다. 연금술사의 오랜 꿈―실험실에서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까이 있다.

 

[...] 우리의 지능에 필적하고 궁극적으로는 능가할 지능을 갖춘 소프트웨어 구성물들이 출현할 것이라는 점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컴퓨터 과학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인간 지능을 획득하는 데 수십 년 걸릴 것이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데 아무 어려움도 없다. [...]

 

의식의 경우에는 견줄 만한 것이 전혀 없으며, 의식의 물리적 기초를 이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무 합의도 없다. 하늘이 파란 이유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대기에서 열을 가두는 가장 큰 두 가지 온실 기체라는 점을 발견한 아일랜드 태생의 물리학자 존 틴달(John Tyndall)은 멀리 거슬러 올라가 1868년에 의식과 뇌를 연결하는 것의 어려움을 잘 표명하였다.

 

뇌의 물리학에서 해당하는 의식의 사실들로의 이행은 역학의 결과로 생각하기가 불가능하다. 뇌 속에서 어떤 일정한 사유와 어떤 일정한 분자적 작용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우리로 하여금 전자의 현상에서 후자의 현상으로 추리 과정에 의해 이행할 수 있게 할 지적인 기관을 [...] 지니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함께 일어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른다. 우리의 마음과 감각이 매우 확대되고, 강화되며, 그리고 밝아져서 우리가 뇌의 바로 그 분자들을 보고 느낄 수 있더라도, 우리가 그것들의 모든 운동, 모든 집단화, 모든 전하들을 [...] 추적할 수 있더라도, 그리고 해당하는 사유와 느낌의 상태들에 긴밀히 익숙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물리적 과정들이 어떻게 의식의 사실들과 연결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부터 틀림없이 항상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이런 두 종류의 현상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지적으로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의 의식은 뇌 분자들의 우회선 운동과 관련이 있고, 미움의 의식은 좌회선 운동과 관련이 있다고 하자. 그때 우리는 사랑한다면 그 운동이 전자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미워한다면 그 운동이 후자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틀림없이 알 것이지만, "왜?"라는 질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찰머스(David Chalmers)가 어려운 문제(Hard Problem)라고 부르는 것이다.

[...] 

이런 [신경과학적] 기법들은 모두 삼인칭 시점(third-person perspective)에서 신경 체계를 교란한다. 그런데 신경 조직은 어떻게 내면의 일인칭 관점을 획득하는가? [...]

 

많은 학자들은 뇌의 메커니즘들과 뇌가 드러내는 의식 사이의 이 간극을 연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의식이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과학의 설명 영역은 과학 실천자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보다, 그리고 과학 선전자들이 지붕에서 소리치는 것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다. 경험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량적인 틀 내에서 의식을 설명할 수 없는 무능력은 수치스러울 것이다.

 

나는 이런 패배주의적 태도를 공유하지 않는다. 해체주의자, "비판적" 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의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여전히 실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믿음직하고, 누적적이며, 객관적인 방법이다. 과학은 결코 절대적으로 확실하지는 않다. 그것은 수많은 오류가 있는 결론, 좌절, 사기, 실천자들 사이의 권력 투쟁, 그리고 여타의 인간적 결점들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실재를 이해하고, 예측하며, 조작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서 과학은 그 어떤 대안보다도 훨씬 더 우수하다. 과학은 우리 주변 세계를 파악하는 데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의 내면 세계를 설명하는 데에도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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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 <<의식: 한 낭만적 환원주의자의 고백록(Consciousness: Confessions of a Romantic Reductionist)>> (2012), pp.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