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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브라이언트: 선언-암흑 생태학을 위한 공리들

 

암흑 생태학을 위한 공리들

Axioms for a Dark Ecology

 

――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 [여기여기를 보라]

 

다음 공리들은 현대의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분과학문적 의문들이 제기되어야 할 제약 또는 틀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시되었다. 현대 수학에서 공리는 "자명한 진리"(오늘날에는 아무것도 자명하게 참이지 않다)가 아니라, 어떤 특수한 수학 분야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약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리는 일종의 게임의 규칙이다. 그것은 "이런 제약이 주어지면, 이 수학 분야에서 의문들이 어떻게 제기되어야 하며 무엇이 연역될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다음 공리들은 오늘날 물리과학, 생물학, 신경학, 심리학 등의 지식 상태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유일한 정당한 결론이라고 내가 간주하는 것들이다. 목적성, 몸/마음 분리, 설계, 초자연적인 것, 기타 등등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세계를 정직하게 믿는 것은 정말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니체가 오래 전에 깨달았듯이, 우리는 이런 세계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1. 우주 속의 존재 또는 그 어떤 것에도 아무 의미가 없다. 생명은 우연한 사건이고 그 어떤 신성한 의미도 없다(생명은 살아 있는 것들에게 명백히 중요하지만).

 

2. 그럼에도, 많은 생명체들은 우주에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는 결코 사물들 자체에 새겨져 있지 않다.

 

3. 모든 생명은 사라지고 소멸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태양은 결국 팽창하여 모든 생명과 문화를 집어삼키고 격렬하게 마감할 것이다. 우주 공간의 방대한 거리를 고려하면 항성간 여행이 도대체 현실적이거나 가능할 법하지 않고, 그래서 이것이 일어날 때 모든 의식 있는 생명과 문화의 인공물들은 사라질 것이다.

 

4. 그 어떤 유의미한 측면에서도 사후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렇다. 벌레들이 자신들의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내 시체를 음식으로 활용할 것이지만, 그것은 가 아니다). 내가 생명을 잃을 때 나는 죽은 것이고, 그것으로 끝이다(트랜스인간주의자들이 옳을지도 모르고, 우리가 자아를 업로드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여 유물론적 불멸성을 확증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그것을 의심하지만, 누구 알겠는가?).

 

5. 존재에는 아무 목적(아리스토텔레스적, 플라톤적, 그리고 기독교적 의미에서)도 없으며, 역사의 목표 또는 목적도 전혀 없다. 그러므로 모든 종말론은 부끄러운 것이다. 말했다시피, 스스로 목적과 목표들을 만들어내는 듯 보이는 유기적 존재자들과 기술적 존재자들은 자연 속에서 생성된다.

 

6.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 계획도 없으며, 오히려 그것은 전적으로 무정부적이며 우연한 것이다.

 

7. 그 어떤 종류의 초자연적 인과관계도 없고, 진정으로 신비스러운 경험(예를 들면, 점성술과 사물들의 총체성과의 융합)도 없으며, 그래서 깊은 의미, 초자연적 원인, 목적 등을 상정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경멸하고 무시해야 한다.

 

8. 그럼에도, 사람들은 "신비스러운 경험"을 겪는다. 그런 경험은 결코 그들이 추정하는 방식으로 초래되지 않으며, 전적으로 평범한 자연적/생리학적 사건이다(어떤 간질 환자가 발작 후에 서술하는 만물과의 하나됨은 모든 신경세포들이 일시에 다소 발화됨으로 초래된다). 그러므로 불교적 명상이 훌륭한 정신신경학적 요법이다.

 

9. 모든 것은 우연한 사건이고 무의미하며, 그래서 대체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암흑 생태학자들은 사물들에 대한 경탄, 경이, 그리고 존중을 경험한다. 언어를 남용하고 싶지 않다면 이것과 관련하여 "영성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사실상 영성은 자체의 비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생명의 현존 같은 것들에 대한 경탄을 경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둔화시키곤 하는데, 영성은 이런 것들 배후에 설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 물리적 또는 물질적 기체가 없는 존재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11. 고대인들의 특별한 지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상이한 감정 전이 형식을 통해 타자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기법들이 있었을 뿐이다.

 

12. 그리스인들은 지난 삼백 년 동안 과학, 사회사상 및 정치사상, 수학, 예술 등에서 이루어진 성취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하이데거와 해석학의 숭상은 어리석고 근시안적이다. 그리스인들이 우리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에게 부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3. 문화를 비롯하여 모든 것은 자연 속에 존재한다.

 

14. 그 어떤 신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15.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진화의 역사에서 이 특수한 장의 끝을 잘 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6. 카푸토(Caputo)가 말하듯이, 종교 서적들이 가치 있는 삶 이야기와 이상들을 제공하는 만화책 이야기와 비슷하다면, 미신, 비유물론적 야만성, 그리고 무지를 초래하는 끔찍하게 쓰여지고 부실하게 조직된 성서들보다 위대한 문학으로부터 그런 것들에 대한 사례들을 도출하는 것이 더 낫다.

 

17. 신성한 것들에 대한 그 어떤 논의도 항상 다양한 형식들의 압제에 대한 정당화로서 벌충되기 때문에(예를 들면, 자신들의 대의를 위해 신에 대한 호킹과 아인슈타인의 진술들을 동원하는 근본주의자들) 진보적인 형식의 영성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이런 권력의 동학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온건한 신자들이 근본주의자들보다 더 나쁜 경우가 흔히 있다.

 

18. 사람들은 멍청하여 이런 것들을 믿을 필요가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냉소적이다. 우리가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지각한다.

 

19. 최악의 역사 남용 행위들은 우리가 역사의 목표나 목적, 또는 사후의 삶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믿는 데서 초래된다. 일단 사유에서 죽음의 영속성이 지워지면, 이 세계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가장 끔찍한 학대 행위들이 전적으로 정당화되며, 그리고 역사는 목적이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해 현재 행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정당화한다.

 

20. 이 세계가 우리에게 있는 전부다.

 

21. 인간들은 존재 또는 현존의 정점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 가운데 특수한 유형의 동물이다.

 

22. 모든 인간적 인지 능력들은 생물학적으로 비롯되거나 근거하고 있다.

 

23. 이런 인지 능력들은 다른 포식자들이 우굴거리는 적대적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생식을 위해 진화했다. 그런데 우리의 신경 체계들은 이런 본래의 진화적 목적들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자체를 사용할 수 있는 듯 보인다.

 

24. 우리의 인지 체계들은 세계를 알기 위해, 또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표상하기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지식 생산 실천에 있어서 우리의 인지 구조들의 미흡한 점들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판에 영원히 관여해야 한다.

 

25. 의식은 그것이 비롯되는 육체의 작동 방식들에 대한 그 어떤 특별한 통찰도 없으며, 그것의 인지적 상태와 정동적 상태들의 원인들에 대한 그 어떤 특별한 통찰도 없다. 그 결과, 내성에서 도출되는 증거는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26. 모든 마음에 신경학적 기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신경학적 구조로서의 인간 마음에 관해 유적 견지나 일반적 견지에서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이 점은 뇌의 발달적 가소성에 의해서도 증명된다.

 

27. 과학의 발견 결과들을 무시하거나 괄호치는 그 어떤 철학도 정당화될 수 없다. 훌륭한 철학적 작업을 위해서는 어떤 기본적인 과학적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철학적 작업을 위해서는 민족지학, 언어학, 사회학, 그리고 심리학의 발견 결과들에 대한 기본적인 리터러시도 필요하다.

 

28. 철학은 여타의 분과학문에 대한 토대가 아니며, 여타의 분과학문은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철학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각 분과학문은 자체의 지식 기준과 규약들을 자체 탐구의 함수로서 발달시킨다. 물론 철학이 이런 규약들에 대한 비판에 관여하여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다른 분과학문들은 철학의 인식론적 작업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실상, 철학자는 다른 분과학문들에서 추구되고 사용되는 방법론들과 특정한 문제들을 거의 알지 못하며, 그래서 이런 분과학문들에서의 지식관에 대한 대단히 왜곡된 이해를 지닌 채로 접근하기 때문에 철학적 인식론들은 다른 분과학문들의 연구에 방해가 되곤 한다.

 

29.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발생 또는 발달의 결과이다.

 

30. 종교는 믿음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조직하는 정치적 제도이다. 그 결과, 믿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에 관한 논의들은, 그런 믿음이 참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종교가 사회학적 존재자라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31. 신학은 우리가 종교를 이해하는 데 거의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하고, 합리화된 판본의 통속적 믿음과 종교를 제시함으로써 물을 흐리곤 한다. 신학자들의 주장들은 대중들이 믿고 있는 바를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 그 결과 우리는, 가장 진보적인 순간에도 일반적으로 들뢰즈가 국가 사상가라고 불렀던 역할을 하는 신학자보다 민족지학자와 종교사회학자로부터 종교에 관해 배울 것이 더 많다.

 

32. 초자연적인 것들을 포함하지 않는 종교는 없다. 종교는 정말 의미와 상징들에 관련된 것이라고 우리를 설득하고자 하는 신학자들은 자신들이 말하고 있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33. 문화는 자연 바깥의 영역이 아니라, 자연 속의 구성체이다. 문화는 다른 생태들에 둘러싸인 또 하나의 생태이다.

 

34. 가끔 조화가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지만, 자연은 조화롭지도 않고 조화를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는다.

 

35. 세계는 적대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고 항상 그럴 것이다.

 

36. 생태와 사회에서는 그 어떤 특수한 사건에 대해서도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건들은 "과대결정"되거나 다양한 원인들의 결과이다.

 

37. 모든 것은 끊임없는 해체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무엇이든 어떤 질서정연한 존재자가 시간적으로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는 일, 에너지, 그리고 조작들이 필요하다.

 

38. 세계는 우리, 우리의 고통,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계속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39. 언젠가 에일리언들이 우리 행성을 방문한다면, 그들은 다정하지 않을 것이고 나쁜 일을 꾸밀 것이다. 스타 트렉은 실화가 아니다.

 

40. 분자생물학으로 생기론과 그것의 모든 변양태들은 신용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