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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오늘의 인용-인문학/학문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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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위기인가, 아닌가 하는 물음 자체가 잘못된 물음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간의 문화가 존재하는 한 인문학은 사라지지 않는다. 쇠퇴한다면 그것은 제도권 내의 길든 인문학이며, 돈과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대학의 인문학일 뿐이다. 인문학은 자본과 국가, 그리고 테크놀로지로부터 독립적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도와주지 않으면 망한다면서 징징 울며, 인문학을 소외시킨 원흉인 국가와 자본의 치마꼬리를 쥐고 동전 한 푼의 적선을 원하는 것은, 이미 인문학이 아니다. [...] 고통스럽지만, 가능한 한 학진과 외부 기관을 우습게 알면서 그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한 낮추고, 등재지를 경멸하면서 최소한의 논문을 내고, 어떻게 하든지 대학의 행정적 간섭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것, 그리하여 그들의 권력과 지배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탈출할 것! 대학 내부에 연구비를 접착제로 하여 묶이는 팀이 아니라, 연구자 개인의 자발성에 입각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팀을 조직하는 것,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문학의 총체성과 비판성을 회복할 것! 그리하여 [...] 대학 내부에서부터 자본, 국가, 테크놀로지로부터 해방된 공간을 만들고 증식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유일한 생존로다.

 

진정한 인문학은 수공업이다. 인문학의 유일한 생존로는 인문학자가 다시 수공업의 장인이 되는 데 있다. 그제야 자동화된, 통제된 공장의 침묵을 걷어내고, 다시 사내들의 노래와 아낙들의 웃음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그들의 건강한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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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관, <<침묵의 공장: 복종하는 공부에 지친 이들을 위하여>>(천년의상상, 2013), pp.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