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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홀: 오늘의 소식-킬번 선언

 

킬번 선언: 신자유주의의 승리에 대한 우리의 도전

The Kilburn Manifesto: our challenge to the neoliberal victory

 

―― 스튜어트 홀(Stuart Hall)

 

2006-08년의 금융 붕괴에 의해 야기된 세계 경제 체계의 위기는 세계 자본주의의 진화에 있어서 새로운 계기를 재촉했다. 그러나 그것의 참신성은 일반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이전의 몇 가지 위기들―1930년대의 대공황이 가장 유명하다―은 급진적인 사회적 변화―파시즘의 등장뿐 아니라 복지국가와 뉴딜 정책―를 초래했다. 지난 오 년 동안 <점거하라> 같은 시위 집단들이 출현했고, 긴축에 대한 저항이 증가했다. 그러나 체계나 그것의 지배 이데올로기에는 아무 균열도 없었다. 사실상, 영국에서 벌어지는 생활 수준, 국민건강보험, 그리고 복지국가에 대한 공격이 보여주듯이, 엘리트 계급은 유럽과 북미의 위기를 활용하여 신자유주의적 기획을 진전시켰다.

 

영국 전후 합의의 해체는 신우파의 가장 정치적으로 단호한 인물들 가운데 일인이었던 마거릿 대처의 기획이었다. 지난 주에 거행되었던 대처의 장례식은 그를 통일된 국가의 상징으로 세우고, 영국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수행된 세 가지 정치 체제―대처주의, 신노동당, 연합정부―의 삼십 년 작업을 승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데이비드 캐머런이 BBC에 말했듯이, "이제 우리는 모두 대체주의자들이다." 대처는 죽었지만, 대처주의는 만수무강이다.

 

이 단계의 자본주의와 관련하여 새로운 점은 무엇인가? 부분적으로는 신기술에 의해 추동되는 전지구적인 상호연결성과 새로운 종류의 금융자본주의의 지배는, 이 체계의 위기가 도처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 영향들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브릭 국가들은 비교적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보이는 반면, 경제적 참상의 영향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오랜 사회적 연대 형식들의 붕괴는 체계를 운영하거나 그것의 조력자들로서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과 가난한 노동자들, 실업자들, 불완전 고용자들 또는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의 확대와 두드러진 불평등의 증가를 수반한다.

 

금번 위기는 민족적으로 다양하고 국제적인 새로운 거대 부자들이 출현했다. <<선데이 타임즈>> 부자 명부는 두 명의 러시아 과두체제 지배자와 한 명의 인도 백만장자가 제일 위에 있다. 명백히 멈출 수 없는 이윤 욕구에 의해 추동되는 거대 부자들은 보통사람들과 완전히 단절되고 그들이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산다.

 

신자유주의의 승리는 전지구적 자본의 대담함과 야심, 그리고 이제 그것이 경제뿐 아니라 사회 생활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확신에 의존했다. 개조된 자유주의적 정치 이론과 경제 이론에 힘입어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은 사회에 속속들이 스며든 견해와 새로운 상식을 구성했다. 시장 세력들은 정치적 담론을 지배할 뿐 아니라 제도적 삶의 모형을 만들어 우리의 사생활에 깊이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성과 성공을 찬양하고 사적 이득과 소유적 개인주의를 고무하는 대중 문화를 형성했다. 그들은 복지국가의 떠받치는 평등주의적 재분배 합의의 기반을 철저히 약화시킴으로써 여성, 노인, 청년, 그리고 소수민족 같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들에게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에 의한 저임금 노동, 자연 자원, 그리고 토지의 착취는 개발도상국의 위기를 악화시켰다. 환경파괴, 빈곤, 질병의 유행, 빈약한 교육, 민족 분리, 그리고 내전은 식민지 독립 후의 불가피한 실패로 간주되어 오랜 권력자들이 자본 축적을 위한 조건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하도록 부추킨다.

 

신자유주의의 승리는 지배 계급들의 권력과 지위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이 승리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다. 그 어떤 사회적 합의도 영구적이지 않으며, 칠레의 쿠데타와 영국 광부들의 패배에서 노동자 권리와 복지 체제에 대한 현재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이번 승리는 싸워서 얻은 것이었다. 현재의 파국에서 빠져 나갈 길은 하나 이상 존재한다. 대안은 항상 존재한다.

 

오늘―수요일―1995년에 처음 출간된 신좌파 저널인 <<사운딩스(Soundings)>>의 창간 편집진은 나아갈 길의 개요를 설명하려고 시도할 선언을 개시한다. 다음 해까지 우리와 우리의 협력자들은 매월 게재되는 연재물에서 현재 위기의 상이한 측면들을 검토하고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것보다 더 체계적인 일련의 질문들을 구성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이 작업하는 환경을 이루는 더 광범위한 논쟁에 기여할 것이라고 희망하는 요구들과 대안적 접근방식들을 제시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기획에 대한 신노동당의 결탁―공공 부문의 민영화, 외주, 그리고 시장화라는 의제를 통한―은 노동당을 연합정부와 분명히 구별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대처주의의 개선책들 가운데 많은 것을 추진함으로써 노동당은 분명한 비전과 새로운 발상이 결여된 소극적인 지도력에 묶여 있다.

 

환경 단체, 삭감 반대 단체, 그리고 여성주의 단체를 비롯한 정당 정치 외부의 새로운 사회 운동들은 노동자 계급의 오랜 방어적인 조직들과 충분히 연계하여 효과적인 정치 세력이 될 수 있을 연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예를 들면, 켄 리빙스턴의 런던광역시 정부의 짧은 시기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진핸 중인 급진적인 실험들에서, 그런 타협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예시들이 존재한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긴축에 대한 저항이 파시즘의 부활과 짝을 이루는 한편, 중동에서의 혼란은 민주적 요구들이 충족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지금은 그냥 후퇴할 시기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과거의 대피호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편에 서 있다는 갱신된 의식이다. 우리는 구식의 복지 국가 형식들이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정초했던 원리들―재분배, 평등주의, 집단적 공급, 민주적 책임과 참여, 교육과 보건에 대한 권리―은 단호히 옹호해야 하며 그것들이 제도화되고 표현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찾아내야 한다.

 

정당 정치 또는 다른 조직들의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간에 현재의 방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은 발명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공통 감각을 파괴하는 데 착수하여 21세기의 정치적 담론을 조직하는 가정들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선언이 상이한 정치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세대와의 대화를 개시할 것으로 희망한다.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것이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고 도약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