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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그라시: 거대사-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

 

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

The Great Matrix of Being

 

―― 윌리엄 그라시(William Grassie)

 

한때 유럽인 조상들은 우주를 존재의 거대한 연쇄로 이해했다.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동물, 식물, 광물―은 위계적으로 조직되었다. 맨 아래에는 금속, 귀금속, 그리고 보석들이 있었다. 그 다음에 식물과 나무들이 있었고, 그 위에 야생 동물과 길들인 동물이 있었다. 인간들도 아이에서 여자, 남자, 나아가서 평민, 귀족, 군주, 그리고 왕족이라는 계층에 따라 위계적으로 정열되었다. 존재의 거대한 연쇄는 천상의 영역―달, 항성, 천사, 그리고 대천사들―으로까지 연장되었는데, 맨 꼭대기에서는 신이 전체 창조를 주재한다. 이런 자연의 단계(scala naturae)는 인간들에게 자연적 질서를 제공했는데, 그들은 또한 이것을 자신들의 사회들을 조직하는 자연적인 인간적 질서로 이해했다.

 

과학이 우주와 인간에 관한 이런 견해를 무너뜨렸다고 전해진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그리고 케풀러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수정구들을 파괴하고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서 하찮은 주변으로 강등시켰다. 다윈은 인간 동물을 비롯하여 식물과 동물이 이른바 원시 점액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공통 조상에서 진화하고 있다고 이해했다. 프로이트는 합리적 인간이 사실상 무의식의 엉망진창이고 자신의 사유와 정념을 통제하기는 커녕 거의 의식하지도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존재의 거대한 연쇄는 초월성과 의미가 부재하는 거대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일들의 뒤얽힌 그물이 되었다. 신은 필요 없거나 무능한 창조자가 되었다. 새로운 실존주의 철학자들과 스토아 철학자들은, 우주는 무심하고, 인간은 하찮고, 인간의 의식은 부수현상이며, 그리고 인간의 진화는 우연한 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실제 과학과 역사를 전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판명된다. 중세인들이 이해했던 대로의 존재의 거대한 연쇄는 전혀 없는 반면에, 모든 존재자들이 속하는 거대한 매트릭스가 대단히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 과학이 발견한 모든 과정, 인류가 길들인 자연의 모든 힘, 그리고 인간의 육체와 뇌,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은 여러 자연적 위계 내에 위치될 수 있다. 이런 위계들은 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를 규정하며, 다음과 같은 척도들로 판정된다. 1)연대기, 2)크기, 3) 에너지 흐름, 4)전자기 복사, 5)창발적 복잡성의 문턱.

 

각 척도를 차례대로 살펴보자.

 

1. 연대기. 우주는 수십억 년에서 원자시계 세슘의 나노초 진동에 이르는 시간 척도가 있다. 우리의 최선의 계산 결과는, 우주 나이는 137억 년이고, 지구 나이는 46억 년이고, 인류 나이는 20만 년이며, 인간 문명의 드라마는 대략 12,00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시사한다. 오늘날 우주와 인간에 대한 이런 연대기적 이해를 "거대사(Big History)"라고 한다. 현재 이 교육과정을 진흥하려고 노력하는 여러 계획들이 있다. 그렇지만 연대기는 매트릭스의 한 차원에 불과하다.

 

 

2. 크기. 또한 우주는 크기 척도가 있다. 가장 작은 단위는 플랑크 척도―1.616252×10^(-36) m―이다. 이 척도에서는 양자 비결정성이 절대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크기와 거리 개념이 붕괴된다. 우주에서 관찰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지구에서 137억 광년 떨어져 있는 빅뱅의 배경 복사이다. 매우 빠른 것, 밀도가 매우 높은 것, 그리고 매우 뜨거운 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시간과 공간 개념은 탄성적인 것이 되지만, 이런 극단들 사이에서는 크기가 중요하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인간 척도―센티미터와 미터로 측정되는―는 매우 작은 것들과 매우 큰 것들의 대략 중간에 존재하고 어떤 유형들의 복잡성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이다. 우리는 수천 억 개의 은하 규모에서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지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원자와 아원자 층위와 비교할 때 인간이 얼마나 거대한지도 기억해야 한다. 상대성 이론에서 시공간은 하나의 연속체이지만, 인간적 목적을 위해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별개로 다룬다. 연대기와 크기는 매트릭스를 이차원으로 구성하는 x축과 y축이다.

 

 3. 에너지: 에너지 흐름의 세기가 매트릭스의 다른 한 축이다. 에너지는 열, 전기, 화학, 핵, 그리고 운동 에너지를 비롯한 매우 다양한 형식으로 오기 때문에 에너지의 균일한 척도는 없다. 물리학자들은 빅뱅 순간의 우주 에너지를 10^(19) GeV(10억 전자볼트)로 계산하다. 반대편 끝에는 절대온도 0도 또는 섭씨 영하 273.15도(화씨 영하 459.67도)가 있다. 양 극단에서 물질은 기묘한 거동을 나타낸다.

 

우주에서 나타나는 모든 복잡한 현상은 그램당 초당 에르그로 측정될 수 있는 에너지 구배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것은 반직관적이지만, 질량에 대해 규격화될 때, 광합성 식물은 태양의 약 2,000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 흐름을 갖는다. 포유류 동물은 태양의 약 20,000배 정도의 에너지 밀도 흐름을 갖는다. 인간 몸무게의 대략 2%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간 음식 에너지의 대략 20%를 소비하는 인간 뇌는 태양보다 약 150,000배 더 큰 에너지 밀도 흐름을 갖는다. 그리고 인간의 전지구적 문명에서 인간 육체들의 외부에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를 포함하면, 오늘날 많은 인간들은 태양보다 수백 만 배 더 큰 에너지 밀도 흐름을 달성한다.

 

4. 전자기 복사: 전자기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현상을 지배한다. 음으로 대전된 전자들은 전자기파에 의해 양으로 대전된 원자핵 주위의 오비탈들로 속박된다. 원자들은 전자기적 배치와 선호들을 통해 복잡한 분자들로 결합된다. 모든 화학, 그러므로 모든 생물학은 전자기력에 의해 지배된다. 인간 세포의 ATP 분자들, 인간 뇌의 신경세포들, 자동차의 연소 개솔린, 인간이 먹는 음식, 그리고 일상 생활의 모든 전자기기들―전구에서 인터넷까지―은 전자기적이다.

 

전자기 복사의 전체 스펙트럼은 한쪽 끝의 라디오파에서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그리고 x선을 거쳐 다른 한쪽 끝의 감마선까지 이르지만, 인간 눈은 작은 범위의 가시광선만 보도록 진화되었다.

 

전자기 복사는 과학과 기술의 모든 보철적 "시각" 장비들―라디오파 망원경에서 전자현미경까지―에 중요하다. 매우 작은 것과 매우 큰 것들, 매우 뜨거운 것과 매우 차가운 것들, 매우 빠른 것과 매우 느린 것들의 우주를 인간이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으며,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들은 모두 지각 기술에 있어서 전자기 효과를 활용한다. 전자기 복사의 스펙트럼은 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의 네번째 축이다.

 

 

5. 창발적 복잡성: 여기서는 자연의 어떤 이산적인 측정 가능한 감각질이 아니라 정보에 근거한 직관과 추론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

 

거대사의 서사는 일반적으로 창발적 복잡성의 여덟 가지 문턱 주변을 정향한다. 예를 들면, 주기율표의 원소들이 도출되는 항성 주물 공장들에서 무거운 원소들의 생성은 복잡한 화학이 나중에 진화하는 데 필요한 창발적 복잡성의 한 문턱이다. 복잡한 화학이 생명을 촉진시켰을 때, 또 다시 새로운 상이한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식물과 동물의 진화가 중앙신경체계, 복잡한 뇌, 마주보는 엄지손가락, 성대, 언어, 도구 제작, 그리고 집단 학습을 갖춘 종들을 낳았을 때, 우주에서, 최소한 한 작은 행성에서 또 다시 새로운 것이 출현했다.

 

창발적 복잡성은 더 낮은 층위들의 복잡성이 존재하고 기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발적 특성들은 아래로부터 전적으로 설명될 수는 없지만, 더 높은 층위들의 복잡성은 아래에서 위로 구축된다.

 

창발적 복잡성의 문턱들과 함께 매트릭스는 실재의 좌표계일 뿐 아니라, 이제 생성의 서사도 된다.

 

 

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의 다섯 가지 차원은 실재를 측정하는 다섯 가지 방법―시간, 규모, 에너지 밀도 흐름, 전자기 복사, 그리고 창발적 복잡성의 문턱―을 제공한다. 모든 현상은 이 매트릭스 내에 위치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매트릭스의 또 하나의 축, 즉 의식의 위계를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뇌-마음은 창발적 현상이고 잠재적으로 척도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신경과학 실험실의 선충은 겨우 수백 개의 신경세포가 있을 뿐이지만, 인간 뇌는 수천 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확실히, 동물계 전체에 걸쳐 뇌-마음 복잡성의 객관적인 차이점들이 있다. 그렇지만,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 뇌-마음은 육체와 대사, 성대와 마주보는 엄지손가락, 그리고 풍성한 사회적 환경과 자연적 환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경세포 수만을 세는 것은 뇌-마음에 대한 적절한 척도를 사실상 제공하지 못한다. 아마도 언젠가 우리는 인간을 갑오징어와 비교하고, 코끼리를 선충과 비교하며, 스마트폰을 슈퍼컴퓨터와 비교할 수 있게 할 의식에 대한 확고한 척도를 갖게 될 것이다.

 

매트릭스와 관련하여 인식할 중요한 것은 인간이 위계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 어딘가에 있다는 점이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을 때,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을 때 복잡성은 번성한다. 매트릭스 내에서 상이한 존재자들은 상이한 골디락스 적소를 갖는다. 매트릭스 내에서 인간의 적소는 당분간 특히 우호적인데, 우리 각자는 인과적 관계들(물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심적)의 결합체이며, 근대 시대에 특별한 에너지 밀도 흐름, 경험의 세기, 그리고 가속하는 변화들을 실현하고 있다.

 

노동의 전문화화 분업을 향한 추동에 있어서 우리는 이런 자연적 위계들과 그것들이 과학, 자기, 그리고 신성한 것들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 대해 의미할 수도 있는 것에 관해 거의 성찰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현대 과학에 적절한 그 어떤 신 개념도 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에 비추어 재구성되어야 한다. 천상의 왕좌에 앉아 있는 인간형상적 군주는 더 이상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석기 시대의 감정, 중세 시대의 믿음, 그리고 신과 같은 기술의 당혹스러운 조합으로 존재한다"고 E. O. 윌슨이 주장했다. 이런 정신분열적 사태를 이해하고 그것을 더 총체적인 것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매트릭스가 상이한 척도와 시각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화학과 세포생물학의 창발적 복잡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따. 우리는 전자기의 편재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을 톻애 흐르는 에너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존재를 우주의 가장 먼 끝으로 확장하고 우리의 완전한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은 그런 일들을 의식적으로 행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생물학적-사회적-물리적인 여러분과 나는 결코 매트릭스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이런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행위로 우리는 멀리 떨어져 위에서 매트릭스를 내려다보는 듯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우주의 그 어떤 다른 존재자도 이런 능력을 획득한 적이 없으며, 인간이 더 이상 매트릭스의 보통 생물체가 아닌 것은 이런 영역에서이다. 특히 과학의 진보를 통해 실현된 우리의 자기초월은 대단한 그리고 전적으로 자연적인 창발적 현상이다. 존재의 거대한 매트릭스는 우리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매트릭스를 내부에서부터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