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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링기스: 오늘의 인용-죽어가는 사람들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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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흔히 공통언어나 공통개념형식 같은 공통적인 것을 공유하고 국가나 도시나 제도制度 같은 공통적인 것을 공립하는 다수의 개인들로 구성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먼저 '모든 것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죽음은 개인이 단독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저마다 홀로 죽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갔던 병원들에서 오랫동안 숙고한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할 필요성이었다. 이런 필요성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뿐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이 어떤 치료도 불가능해질 때까지 그 사람 곁에 머물며 그 사람을 돌보는―자신이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아는―남자나 여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지만,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이 우리의 인생을 함께한 부모나 애인일 때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옆에 있는 병상이나 병실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혼자 죽어갈 때도 우리는 그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 도덕심을 나타내는 유일하고 결정적인 지표일까? 나는 병원들에서나 빈민촌들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홀로 죽어가도록 방치하는 사회는 급속히 붕괴되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더불어 아무것도―인종적 유사성도, 언어도, 종교도, 경제적 이익도―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을 우리와 유관한 것으로 믿는 확신은 오늘날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증대하면서 더 뚜렷해지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우리의 세대가 '캄보디아인들', '소말리아인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들에서 사회적으로 버림받고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들' 같은 사람들을 방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심판받고 있다는 기분을 막연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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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소 링기스(Alphonso Lingis),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은 자들의 공동체>>(김성균 옮김, 바다출판사, 2013), p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