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커슈너 & 게하트: 오늘의 인용-다윈 진화론의 세 기둥

 

"

다윈의 포괄적인 진화론은 세 개의 주요한 토대 위에 서 있었다. 자연선택에 대한 이론, 유전에 대한 이론, 유기체 내에서의 변이의 발생에 대한 이론이 그것이다. 다윈의 관점에서, 현대적인 용어로 바꿔 말하자면, 집단 내의 유기체들은 유전[자]적으로 다양하고, 그래서 다음 세대가 가질 능력에 기여하는 특성이 제각기 다르다. 유기체들은 서로 경쟁하고 환경의 압력에 직면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적합한 유기체들이 번성하고 그보다 덜 적합한 유기체들은 다음 세대에 자손을 보태지 못한다. 이 과정으로 적응력이 더 높은 부분집합이 선택되고 그래서 다른 유전자,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집단은 유전자 ㅂ변이를 이용하여 선택하에 진화해왔다고들 말한다.

 

처음부터 상상력을 가장 적게 요구하는 것이 자연선택 또는 생존 투쟁이었다. '더 약한' 개체들의 선택적 죽음은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 다윈은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생물학적 지식과 설득력이 높은 논리를 이용해 결론을 이끌어냈으며, 그의 확고한 주장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 그럼에도 일부 비판가들은 예컨대 단세포로부터 복잡한 동물이 진화하거나 동물로부터 인간이 진화하는 것처럼, 아주 큰 해부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유일한 메커니즘으로서 자연선택의 효율성을 부인했다.

 

반면에 다윈 시대에 유전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다. 오늘날 유전은 거의 다 해결된 문제다. 1953년에 DNA 구조가 해독됨에 따라 유전자 변이와 그 변이의 유전에 대한 정교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유전자 변이는 돌연변이[...], 재조합[...], 그리고 난자 및 정자가 형성되는 동안의 염색체 조합 때문에 일어난다. 이 모든 요인들이 따로 그리고 함께 자손의 DNA 배열을 변화시키고, 이 변화는 확실하게 유전된다.

 

유전학 이론의 훌륭한 성과에 도취된 일부 생물학자들이 보기에는 DNA가 무작위로 매우 드물게 배열 변화를 겪는다[...]는 것과 배열 변화를 겪지 않을 경우에 DNA는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매우 충실하게 복제된다는 지식은, 유전성에 관한 이론의 포괄적인 이해가 잘 발달된 선택의 이론과 결합하여 다윈의 혁신적 이론이 완성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다른 생물학자들이 보기에는 큰 약점이 여전히 존재했고, 그로 인해 다른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그들의 풀리지 않은 질문은, DNA의 무작위적인 변화와 뒤섞임이 예컨대 눈, 뇌 또는 공작새의 꼬리같이,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기능에서 고도로 복잡하고 적응력이 대단히 높은 혁신물을 불러들일 수 있는가였다. [...] 선택 이론과 무작위적인 DNA 변화의 유전에 대한 이론에만 의존하는 진화 이론으로는 충족될 수가 없었다.

 

진화에서 선택은 항상, 유기체의 관찰 가능한 기능적인 특징을 포함하는 표현형(phenotype)의 변이에만 작용한다. [...] 선택은 DNA 서열(또는 유전자형이라 불린다)에 직접적인 작용을 가하지 않는다. [...] 선택은 표현형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유전자형에 작용을 가한다. 유기체의 크기, 속도, 시각적 예민함, 질병에 대한 저항성, 행동 반응 등이 모두 표현형에 속한다. 표현형은 선택에 직면하지만 유전자형은 선택형을 생산하기 위해 유전되기 때문에, 그 둘을 연결시키는 과정들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진화 이론의 잘 확립된 두 기둥(선택과 유전)으로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DNA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와 성격을 놓고 볼 때, 과연 선택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종류의 표현형 변이가 충분히 발생하여 복잡한 진화적 변화를 촉진하는가이다. [...]

 

선택은 성취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선택은 단지 변이체들의 일부를 보존하고 다른 일부를 걸러내는 체와 같은 역할을 하지, 변이를 창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만일 유전자 변화가 무작위적이라면, 유리한 표현형 변이가 충분히 발생하여 선택이 오늘날 지구 상에 존재하는 절묘한 적응 형태들과 다양성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무엇으로 보증하겠는가? [...]

 

유전자 변이는 순전히 무작위적일까, 아니면 진화적 변화를 촉진하는 경향을 갖고 있을까? [...]

 

1940년 무렵에, 유전자 변이는 무작위적이고 환경 조건과 무관하다고 확신하였다. 환경 조건을 제거한 진화생물학자들은 순전히 무작위적인(촉진되지 않은) 유전자 변이와 선택에 기초한 이론을 만들었다. 그렇게 합의에 도달한 모델이 현대종합설(Modern Synthesis)이었다. 그러나 이 이론은 현대의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발생생물학[...]이 출현하기 이전에 공식화된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유기체가 자신의 유전적 명령인 유전자형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의 표현형을 구축하는가에 대해 심지어 이론적인 용어로도 적절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현대종합설은 가치 있는 모델이지만, 불완전한 모델이다. 거기에는 일반적인 진화론에 필요한 세 번째 기둥, 즉 진화적 변화의 실행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기둥이 없다.

 

이 세 번째 기둥은, 유전성 표현형 변이의 발생에 유전자 변이가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그리고 물려받은 유전적 재료가 환경과 더불어 어떻게 수정란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의 개별 유기체를 구축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 DNA 서열에서의 변화는 유기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기능에서의 변화와 단지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현재 이 연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어떤 유전자 변화에서 어떤 표현형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는 개인이 암에 걸릴 소인이 있는 유전자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유전자와 질병 간의 완벽한 상관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DNA와 표현형 간의 원격한 관계를 놓고 볼 떄, 우리는 무작위적인 DNA 변화로 얼마나 자주 선택에 유용한 결과물들이 나오는지를 알 방도가 없다. DNA 변화들이 어떻게 해독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이 진화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또는 최초의 변이가 그 결과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한다.

 

DNA의 변화가 어떤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표현형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는 표현형이 어떻게 DNA의 구체적인 변화에 반응하는가를 개략적으로나마 알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의 세 번째 기둥, 즉 유전자 변화에 유기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이해이고, 이 책의 주제이자 다윈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열쇠다. 대단히 현대적인 이 이야기의 개요는 현재로서는 아주 막연하게 인식될 뿐이고, 진화에 대한 그 의미도 단지 부분적으로만 식별될 만큼 아직 생소하다. 유전자 변화에 반응하여 유기체가 수행하는 역할을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DNA의 변화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다윈이 기본 개요에 마지막 기둥을 더할 수 있고, 더 그럴듯하고 더 완벽한 진화 이론을 확립할 수 있다.

"

―― 마크 W. 커슈너(Marc W. Kirschner) & 존 C. 게하트(John C. Gehart), <<생명의 개연성(The Plausibility of Life: Resolving Darwin's Dilemma)>>(김한영 옮김, 해나무, 2010), pp. 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