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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오늘의 인용-연금술 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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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정신에서 짜증스러운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점성술을 믿는다는 것?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점성술을 믿어 왔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톤헨지가 별의 마법이 만들어 낸 기적이라고 믿는 것도 괜찮다. 고대에 사람들은 이미 해시계를 발명했기에 태양이 뜨고 지는 방향에 따라 바위들을 배치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당시의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태양을 관찰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임이 분명하다. 뉴에이지 정신에서 정말 짜증스러운 부분은 바로 싱크리티즘이다. 싱크리티즘은 어느 하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설령 서로 모순되는 것일지라도 그 모든 것을 믿는다.

 

싱크리티즘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 나란히 실린 체자레 메다일의 두 칼럼이 좋은 예시가 된다. 각각 따로 놓고 보면 두 개의 칼럼 모두 옳은 얘기를 하고 있다. 하나는 마이클 화이트의 『뉴턴Newton』이라는 책으로 시작한다. 그 책은 아주 선정적인데, 학자들에게 이미 알려진 내용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보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으며 유명한 책들의 제목을 틀리게 인용하고 있다. [...] 현대과학의 아버지 뉴턴에 대해서는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뉴턴이 오늘날 우리가 비교학(秘敎學)이라고 부르는 학문에 깊은 관심을 뒀을 뿐만 아니라 신비적인 힘에 의해 세상이 지배되고 있다고 믿었기에 바로 그의 위대한 물리-수학적인 발견이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매우 자신있게!

 

다른 칼럼에서 메다일은 고대 연금술 서적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에디지오니 메디테라네에 출판사에서 나온 몇 권의 책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이 출판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연금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책들[...]을 수년간 발행하고 있다. 이따금 믿을 만한 학자들의 책을 출판하기도 하는데, 싱크리티즘의 효과는 몇 안 되는 믿을 만한 책들도 하나로 묶여 그렇지 못한 책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입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란히 놓인 이 두 칼럼은 무엇을 제안하고 있는가? 신비주의자들이 뉴턴의 과학적 연구에 영감을 줬기에 오늘날의 우리 역시 신비주의에 진지한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순진한 독자들을 유혹하는 지름길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서쪽으로 항해하면 인도에 도착할 것이라는 확신에 의해 이뤄졌다. 잘못된 판단을 통해 좋은 발견을 하는 것은 뜻밖이 기쁨이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고 해서 누구든 쉽게 서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콜럼버스의 발견은 인도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곳을 지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

 

두 가지 일이 언제나 동시에 사실일 수는 없다. 연금술사들 덕분에 뉴턴은 연금술사들이 틀렸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메다일이나 다른 사람들보다 신비로운 것들에 매혹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면서도, 나는 팡토마스, 미키 마우스, 마술사 맨드레이크에게 매료되어 있다.

――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가재걸음: 세계는 왜 뒷걸음질 치는가>>(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2012), pp. 35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