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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브라이언트: 오늘의 인용-질료형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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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유물론에 대한 비판의 중심 가정은 [...] 물질(질료)은 정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질에 구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유래되는 형상이 물질에 부과되어야 한다. [...] 그리고 우리는 형상이 무정형의 물질에 저절로 전해지는 방식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물질은 [...] 조물주 또는 신의 행위를 통해 형상을 갖추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런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된 질료형상론(hylomorphism)이라는 이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형상과 질료가 물화되고 별개의 존재자들로 다루어지는 이런 우둔한 형식의 질료형상론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는 듯 보이지만, 이런 종류의 질료형상론이 모든 사변적 사유의 가장 지속적인 경향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누군가가 진흙 벽돌[...]을 만들고 있는 것을 바라볼 때, 그들은 진흙이 압착되는 나무 형상틀의 결과로서 새로운 형태를 갖춘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추리한다.

 

[...] 진흙은 무정형이었고 이제 형상을 갖추고 있다. 그 형상은 외부에서 비롯되어 부과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리고 그 부과는 [...] 그 형상을 빚어서 무정형의 물질에 그 형상을 부과하는 행위자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진흙이 무정형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진흙은 분자적 층위에서 전적으로 정교하고 명확한 형상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그것은 덩치 층위에서도 한 덩어리의 진흙으로서 형상을 갖추고 있다. 그 형상이 우리가 원하는 형상이 아닐 뿐이다. 나무 형상틀과 진흙 사이의 일어나는 일은 무정형의 것에 형상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물질의 교섭의 결과로서 새로운 구조를 생성하는 조직화된 물질들 사이의 만남이다. 그것은 외부에서 "능동적 원리"(형상)가 "수동적 원리"(질료)에 부과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 물질은 조직화되어 있고, 두 물질은 상호 관계에서 능동적인 동시에 수동적이다.

 

[,,,] 문제는 이런 논변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조직화되지 않은 또는 형상을 갖추지 못한 물질 같은 것이 있다고 가정할 그 어떤 이유도 결코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곳에서 정교하게 조직화된 물질을 발견한다. 우리는 결코 순수한 질료 같은 것은 발견하지 못한다. [...] 들뢰즈는 구조가 물질에 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 물질은 구조와 특이한 잠재태들이 충만해 있다. 물질들 사이의 만남 속에서 그리고 만남을 통해서 [...] 물질은 항상 변형될 수는 있지만, 결코 무정형이지는 않다.

 

형이상학에서 우선적으로 피해야 하는 다섯 가지 철학적 오류의 목록이 있다면, 질료형상론이 포함될 것이다. 철학에서, 인문학에서, 그리고 과학에서, 모든 곳에서 우리는 질료형상론적 유혹을 만난다. 그것은 칸트가 개념들 또는 오성과 감성의 범주들 사이의 관계에 관해 말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촘스키가 심층 문법에 관해 말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유기체와 표현형의 청사진으로서 유전자에 관해 말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예술 작품의 의미는 작가에게 있으며, 작가는 무정형의 회화 재료로 "육화"했을 뿐인 이미지를 자신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는 점을 함축하면서 사람들이 예술과 예술가들에 관해 말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사회적인 것은 지도자/왕(지상에서의 신의 반영)의 행위를 통해서만 계획, 구조, 질서를 갖출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해 말하는 방식에서 발견한다. 그것은 규칙 또는 법률의 체계로서의 사회에 관해 이런 규칙과 법률이 사회적 관계들에 내재하는 훨씬 더 흐릿한 구조들의 결과이자 구성물이 아닌 것처럼 흔히 말하는 방식에서 발견된다. [...] 비질료형상론적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질료형상론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유전학, 법률, 그리고 왕의 사례가 가리키듯이, 질료형상론은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질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항상 공산주의적 또는 무정부주의적 결과...말하자면, 그것은 항상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인 조직화된 물질들의 협동적 교섭의 결과이다. [...] 질료형상론은 형이상학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인식론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그리고 정치적으로, 윤리적으로 위험하다. [...] 존재론, 정치학,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미학은 여전히 평평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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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