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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 오늘의 인용-근대화인가, 생태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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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아직도 기술과 과학을 역사의 나머지 것과 분리되고 구별된 것인 양 논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학이 정치나 역사와 점점 더 구별되어왔다고 생각하는 일이 지금까지 어떻게 가능했느냔 말입니다. 좀 더 힘주어 말하자면, 어떻게 그들은 과학이 점점 더 '분리되어야만' 정치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지식의 '자율성'이 존중될 거라고 역설할 수 있을까요?

 

이건 마치 내가 방금 한 이야기에 근본적으로 상반되는 두 가지 해석을 내릴 수 있다는 것 같군요. 첫 번째 해석은 각 단계에서 과거와의 근본적 결별을 상정하고, 그 결별에 힘입어 주체적인 것과 객체적인 것, 정치와 과학, 인간과 비인간이 언제나 한층 더 구분됩니다. 나는 이것을 '해방과 근대화'[...] 이야기라고 부르는데요[...], 두 번째 해석은 그와 반대로 각 단계에서 점점 더 크고 점점 더 밀접한 연루[...]를 상정합니다. 그 규모는 매번 더 커지고, 기술과 과학과 정치는 매번 더 복잡하게 얽히고얽혀 더욱더 긴 우회를 거치게 되지요…, 나는 이 두 번째 이야기를 '밀착과 생태화'[...]의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

우리가 어느 쪽 이야기를 따르느냐에 따라서 과거는 달라집니다. 게다가 우리가 동일한 사건들을 계승하지 않으므로 현재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그 여파로, 우리가 근대화의 모험을 이어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밀착을 소화하는 작업에 매달리며 차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인가 따라서 미래도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 두 스토리는 비록 그 안에 들어 있는 현상들은 '정확히 동일하지만' 조화시키기가 어렵습니다. [...]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역사에 대해 합의를 볼 수가 없습니다만' 공동의 삶 전체는 이 불가능한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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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과학인문학 편지>>(이세진 옮김, 사월의책, 2012), pp. 7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