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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웨스터호프: 오늘의 인용-실재와 관련된 철학적 지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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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 언급된 [실재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정합적인 철학적 입장을 형성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몇 가지 철학적 지도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 지도들은 욕실 바닥의 타일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결합된 팔각형과 사각형 도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팔각형 도형들은 의식이 있는 정신들을 나타내는데, 특히 중앙의 팔각형 도형은 당신을 나타낼 것이다. 사각형 도형들은 모든 종류의 의식이 없는 다른 사물들을 나타낸다. 어떤 도형이 나타내는 객체가 실재적이라면 그것을 회색으로 채색하고, 그렇지 않다면 백색으로 남겨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입장들은 다음과 같다.

 

지도 A는 모든 도형들이 회색으로 채색되었다. 보편주의(universalism)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것이 실재적이다. 전자, 정신, 돈, 수는 모두 이 세계의 완전한 구성원들이다. 보편주의와 관련된 난점은 그것이 당신의 현존하지 않는 쌍둥이 형제 또는 현재의 네팔 왕 같은 매우 확실하지 않는 어떤 사물들도 실재적이라고 간주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들을 단순히 가능한 객체들의 영역에 수용할 수도 있는 반면에, 가장 큰 수, 불임 여성의 아들, 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대한 반례 같은 불가능한 객체들에 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이런 존재론적 밀림과 비교하면, 지도 B는 훨씬 더 최소주의적이다. 유일한 실재적 사물은 당신이고, 나머지 사물들은 실재적이지 않다. 이 견해, 즉 유아론(solipsism)은 수 세기 동안 철학적 사유의 팜므파탈(femme fatale)이고 베테느와르(bete noire)였는데, 그것은 반박할 수 없는 듯 보이기 때문에 유혹적이고, 그런 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폐쇄 공포증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에 끔찍하다.

 

유아론이 지도 C에 보여준, 똑같이 흥미로운 그것의 사촌인 반유아론(anti-solipsism)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유감스럽다. 반유아론에 따르면, 다른 모든 것은 실재적이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허구적 인물이 (자신이 거주하는 허구적 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저자의 세계에 관해 가질 수 있는 관점을 나타내며, 우리가 세계의 중심, 즉 세계라는 거대한 바퀴가 계속 회전하는 고정점이라는 우리의 소중한 믿음에 정면으로 대립한다.

 

지도 D는 선택적 실재론(selective realism)이라고 부르고 싶은 하나의 이론(또는 오히려 일련의 이론들)을 나타낸다. 현재 논의된 다수의 철학적 이론들은 이 표지 아래 포섭될 수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당신은 실재적이고, 다양한 다른 사람들도 실재적이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가 반례를 제공하는 라라 크로프트(Lara Croft)와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같은 인물들인 것은 아니다. 사각형 도형으로 나타내어지는 의식이 없는 사물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실재적이고 어떤 것들은 그렇지 않다. 정확히 무엇이 실재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무엇이 비실재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선택적 실재론'이라는 표지 아래 수집된 다양한 상이한 이론들을 반영한다. 어떤 이론들의 경우에, 전자는 실재적일 수 있지만, 수와 함수 같은 수학적 객체들은 실재적이지 않다. 다른 이론들의 경우에, 수학적 객체들은 실재적이지만, 물질적 객체들은 실재적이지 않다. 어떤 이론들의 경우에는 시간이 실재적이지만, 어떤 이론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택적 실재론 사이에서 두 개의 큰 하부집합을 판별할 수 있다. 이것들은 지도 E와 F에 나타나 있다. (내가 무심한 이론들이라고 부를) 첫번째 종류의 이론들의 경우에는 의식이 있는 그 어떤 것도 실재적이지 않다. 근본적으로 세계는 정신, 인간, 또는 자기가 아니라 아원자 입자, 시공간 점, 또는 수학적 객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런 이론들은 의식이 있는 것들이 어떻게 무심한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무심한 이론들이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통찰을 낳았지만, 이 기획은 아직 모든 사람이 만족하도록 완성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집단 심리 이론들이라고 부르는) 지도 F의 이론들은 유일한 실재적 사물들은 의식이 있는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실재적인 모든 것은 정신이거나, 또는 정신이 행하는 것이다. 이때 난점은 찻잔 또는 에베레스트 산 같은 명백히 비정신적인 것들이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정신이 물질로부터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하는 대신에, 집단 심리 이론들은 물질이 어떻게 정신으로부터 비롯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마지막 지도 G에서 모든 도형은 백색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무것도 실재적이지 않다. 명백히 매우 최소주의적인 이 이론[비실재론(irrealism)으로 불리는]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가까운 사촌인 허무주의보다 약간 더 잘 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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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웨스터호프(Jan Westerhoff), <<실재: 매우 간략한 입문(Reality: A Very Short Introduction)>>(2011), pp. 1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