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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 오늘의 인용-마르크스주의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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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은 상황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원하는 바다. 이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일은 불교 신자나 억만장자와 되는 일과는 다르다. 그보다는 의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의사는 환자들을 치료하여 더는 자신이 필요하지 않게 만듦으로써 스스로 업무를  박탈하는, 제 발등을 찍는 도착적인 존재다. 이와 비슷하게 정치적 급진주의자들의 임무는 자기네 목표가 달성되어 더는 자신들이 필요하지 않은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물러나 체 게바라 포스터를 불태우고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첼로를 집어 들거나 아시아적 생산양식 같은 것보다는 더 흥미로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20년 후에도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자나 페미니스트가 존재한다면 그건 매우 유감스러운 전망이 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의미는 그것이 엄밀히 한시적이라는 데 있으며, 따라서 자기 정체성의 전부를 그것에 투여하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이후에도 삶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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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황정아 옮김, 길, 2012), pp.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