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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안 쉴로스하우어: 우아함과 불가사의-양자 인터뷰1

 

- 오스트리아 양자물리학자 막시밀리안 쉴로스하우어(Maximilian Schlosshauer)가 편집한 이 책 <<우아함과 불가사의: 양자 인터뷰(Elegance and Enigma: The Quantum Interviews)>>―'우아함'과 '불가사의'라는 낱말들은 양자역학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나타낸다―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양자론의 토대를 이해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진 17명의 물리학자와 수학자, 철학자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 인터뷰에 응한 17명의 학자들은 다음과 같다.

 

1. 귀도 바치아갈루피(Guido Bacciagaluppi); 2. 카슬라프 브루크너(Caslav Brukner);

3. 제프리 버브(Jeffrey Bub); 4. 아서 파인(Arther Fine);

5. 크리스토퍼 푹스(Christopher Fuchs); 6. 지안카를로 기라르디(GianCarlo Ghirardi);

7. 셸리 골트스타인(Shelly Goldstein); 8. 대니얼 그린버거(Daniel Greenberger);

9. 루시엔 하디(Lucien Hardy); 10. 앤서니 레깃(Anthony Leggett);

11. 팀 모들린(Tim Maudlin); 12. 데이비드 머민(David Mermin); 13. 리 스몰린(Lee Smolin);

14. 안토니 발렌티니(Antony Valentini); 15. 데이비드 월리스(David Wallace); 16.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

17. 보이치에흐 주렉(Wojciech Zurek)

 

"이 책을 위해 인터뷰 대상으로 선택된 인물들은 양자역학에 대한 온갖 종류의 해석적 견해―불가지론자, 정보론자, 보어주의자, 에버릿주의자, 봄주의자, 베이즈주의자, 붕괴론자, 앙상블주의자, 재구성론자―를 갖고 있다. 그들은 물리학자, 철학자, 그리고 수학자들이고, 연령대는 젊은 신진 학자들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와 악수도 나누었을지도 모르는 뛰어난 명예교수까지 걸쳐 있다. 그렇지만 모든 참가자들이 [서양] 남성이기 때문에 성별[과 지리적 분포]에 있어서 다양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물리학(그리고 물리학의 철학) 세계는 얼마나 [서양] 남성 지배적인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서문, p. x)   

 

― 각 학자들에게 공통으로 제시한 17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첫번째 만남: "양자역학의 토대에 관한 관심을 처음으로 자극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2. 큰 쟁점들: "오늘날 양자역학의 토대와 관련된 가장 긴급한 문제들은 무엇입니까?"

3. 내가 선호하는 해석: "어떤 해석 프로그램이 양자역학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4. 양자 상태: "양자 상태는 무엇입니까?"

5. 무작위성: "양자역학은 자연의 환원 불가능한 무작위성을 의미합니까?"

6. 양자 확률: "양자 확률은 주관적입니까 아니면 객관적입니까?"

7. 측정 문제: "양자 측정 문제는 심각한 장애물입니까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사이비 쟁점입니까?"

8. 벨의 부등식: "벨의 부등호에 대한 실험적으로 관찰된 위배 결과들은 자연에 관해 무엇을 말해줍니까?"

9. 양자 정보: "양자 정보 이론이 양자역학의 토대에 어떤 기여를 했으며, 또는 어떤 기여를 할 것입니까? 정보라는 관념이 토대에 있어서의 진보를 위한 엄밀한 기초로서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10. 재구성: "기본 원리들로부터 양자역학을 재구성하는 접근방식이 양자역학의 토대에 어떻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재구성은 해석에 대한 욕구를 축소할 수 있겠습니까?"

11. 꿈의 실험: "현재의 기술적 실행 가능성에 무관하게 토대적 질문에 대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실험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실험을 선택할 것입니까?"

12. 견해 바꾸기: "양자역학에 대한 선호하는 해석이 있다면, 견해를 바꾸는 데 무엇이 필요할 것 같습니까?"

13. 믿음과 가치: "개인적 믿음과 가치가 해석를 선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14. 철학의 역할: "양자역학의 토대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서 철학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15. 통일: "양자론과 중력/상대성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그리고 통일 이론에 대한 추구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어떤 새로운 입력과 시각들이 비롯될 것 같습니까?"

16. 다음의 빅뱅: "양자역학의 토대에 있어서 다음의 주요한 발전을 예측하게 될 때 어디에 돈을 걸 것입니까?"

17. 신탁: "양자역학의 토대에 관한 어떤 단 하나의 질문을 전지적 존재자에게 제기할 것입니까?"

 

― 첫번째 질문에 대한 안토니 발렌티니의 대답을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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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발렌티니:

 

공교롭게도 저는 양자론을 공부하기 전에 일반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이것이 양자론에 대한 제 반응에 영향을 미친 듯 보입니다. 양자론이 고전물리학과 같은 기본적인 자유도들―위치, 운동량, 각운동량 등―을 사용하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본원적으로 새로운 어떤 자유도도 도입되지 않습니다(스핀이 가능한 예외입니다). 고전적 변수들은 연산자로 격상됩니다. 값들은 고유값들에 한정됩니다. 그러나 기본 변수들의 집합은 고전물리학과 동일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반 상대성 이론은 뉴턴적 중력을 폐기하고 휘어진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합니다. 기본적인 존재론이 바뀝니다. 저는 어떤 의미에서 양자론이 그것보다 훨씬 더 참신할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본 변수들이 변하지 않았으며, 그것 자체가 고전물리학과 유사하게 구성되는 연산자 계산법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양자론은 비고전적 계들에 관해 그것들이 여전히 고전적인 것처럼 말합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관련된 경험 때문에 저는 양자론이, 방금 진술했듯이, 고전물리학과 다른 존재론에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또렷하게 양자적인 존재자가 아무것도 없는 것에 저는 실망했습니다. 물론 파동함수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일반적인 일련의 고전적 변수들이 취하는 값들에 대한 확률을 부여할 뿐인 듯 보였습니다. 또한 저는 패러데이가 전자기장이라는 개념을 개발할 때 이루었었던 개념적 도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참신하고 비뉴턴적인 존재론, 즉 근본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양자론은 비견할 만한 어떤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붕괴(collapse) 가설에 대한 명시적인 진술을 최초로 만났던 때를 기억합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한 계가 관찰당할 때 그것이 어떻게 한 고유상태에 "놓이게 되는"지에 관해 무언가를 말했습니다. 무언가를 다만 보는 것이 어떻게 그것을 그처럼 도약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학부생일 때 저는 통계적 해석에 관한 발렌타인(Ballentine)의 유명한 1970년 리뷰 논문을 읽었는데, 매우 많은 난삽한 점들이 해명되어 있는 것을 깨닫고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숨은 변수의 노선을 따라 더 심층적인 것을 가리켰고, 그래서 그 자체로는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저는 드 브로이-봄(de Broglie-Bohm) 이론에 관해 조금 읽었습니다만, 불행하게도 제가 읽었던 논문들은 명백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저는 그 이론이 틀렸거나 기껏해야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졸업한 후에 강단 밖에서 보낸 몇 년 동안, 저는 양자 비국소성에 대단히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는데, 특히 순간적인 신호 전달에 왜 그것을 사용할 수 없는지에 관한 수수께끼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1980년대에 신호 전달에 EPR 상관관계를 사용하는 방법들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는데, 물론 항상 다른 누군가가 그 제안들이 틀렸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예를 들면, 그런 제안에 대한 반응으로 복제 불가능 정리(no-cloning theorem)가 제기되었습니다. 저는 이면에서 비국소적인 것이 진행되고 있으며, 양자 불확정성 잡음이 그것을 보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벨의 정리에 의해 우리는 비국소성이 존재한다고 연역할 수 있었습니다만, 불확정성 원리가 그것을 신호 전달에 사용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강하게 느낀 인상이었습니다. 시모니(Shimony)는 이런 종류의 것을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이라고 불렀습니다. 저에게 그것은 설명이 필요한 어둡고 불편한 공모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숨은 변수 층위가 비국소적 효과들이 평균하여 사라지는 어떤 종류의 통계적 평형 상태에 있음에 틀림없다는 모호한 관념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상적인 통계역학에서 열적 평형은 세부 균형(detailed balancing), 요동-소산 정리(fluctuation-dissipation theorem) 등과 같은 미세하게 조정된 관계들을 낳습니다. 또한 저는 맥스웰의 악마와의 유사성에 매혹당했습니다. 맥스웰의 악마는 기체와 열적 평형 상태에 있고, 그래서 분자들 자체와 같은 열적 잡음을 겪는다는 이유만으로 빠른 기체 분자들과 느린 기체 분자들을 분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숨은 변수 층위에서도 비슷한 것이 진행되고 있음―우리 자신들이 평형 상태에 묶여 있기 때문에 숨은 변수들의 세부를 제어할 수 없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햇습니다. 저는, 양자론이 허용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스핀 측정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그래서 비국소적 신호 전달에 EPR 상관관계를 이용할 수 있는 가설적인 "아양자 악마(subquantum demon)"에 관한 모호한 생각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제 이론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1988년 무렵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제가 드 브로이-봄 이론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각한 1990년 초가 되었어야 저는 그 착상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깨달았습니다.

 

번역: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