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에드가 모랭: 오늘의 인용-복잡성 사고의 필요성

 

"[...] 복잡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처한 곤란함과 불명료함, 즉 간단히 정의하는 것과 분명하게 이름 붙이는 것, 우리의 생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지식을 단순화하는 방식이 그 지식이 고려하는 현실이나 현상을 제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손상시킨다면, 현실이나 현상을 해명하기보다는 오히려 맹목으로 몰아넣는다면,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단순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떻게 복잡성을 설명할 것인가? [...] 복잡성이라는 단어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며 인식론적인 고귀한 유산이 없기에 스스로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

단순화하는 사유의 한계와 불충분함, 결함 등이 드러나고 우리가 복잡한 것의 도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드러나면서 복잡성 사고는 점차 필요해진다. [...] 이제 실재를 통제하고 제어하려는 단순성 사고라는 야심을 버려야 한다. 실재와 교섭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는 사유를 훈련해야 한다.

 

복잡성 사고를 단념하게 하는 두 가지 환상을 제거해야 한다. 첫 번째 환상은 복잡성이 단순성을 제거한다고 믿는 것이다. 복잡성은 물론 단순화하는 사유가 물러나면 나타나지만, 인식의 질서를 포착·판별하며 분명하게 하는 모든 것을 그 안에 통합한다. 단순화하는 사유는 실재의 복잡성을 분해하는 데 반해, 복잡성 사고는 단순화하는 사유의 방법을 가능한 한 통합한다. 그렇지만 복잡성 사고는 절단하고 환원하고 일차원적으로 만드는 단순화의 맹목적인 결과를 거부한다. 이 단순화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실재를 자신이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환상은 복잡성과 완전성을 혼동하는 것이다. 분명 복잡성 사고는 분리하는 사고가 끊어놓은 학제 간 영역의 마디를 고찰하겠다는 야심이 있다. 분리하는 사고는 단순화 사고의 중대한 특징 중 하나이다. 분리하는 사고는 분리한 것을 따로따로 다루며, 연결하고 통합하고 경합하는 모든 것을 은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복잡성 사고는 다차원적 지식을 열망한다. 하지만 복잡성 사고는 처음부터 복잡한 지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다. 복잡성의 공리 중 하나는 이론에서조차 전지성(全知性)이 불가능한다는 것이다. 복잡성 사고는 '전체는 비(非)진리이다'는 아도르노의 말을 모토로 삼는다. 복잡성 사고는 불완정성과 불확실성의 원칙을 인정한다. 하지만 개체 간의 관계도 인정한다. 우리의 사유는 이 개체를 당연히 구별해야겠지만 서로 분리해선 안 된다. [...] 복잡성 사고는 단편적이지도 세분화되지도 환원되지도 않는 지식에 대한 열망과, 모든 지식은 미완성이고 불완전하다는 인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긴장에 고무된다."

 

―― 에드가 모랭(Edgar Morin), <<복잡성 사고 입문>>(신지은 옮김, 에코리브르, 2012) 서문에서 인용, pp.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