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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C. 힉크먼: 오늘의 인용-물러서 있는 존재자들

 

"선승이 제자와 함께 좌선을 하며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텅빔에 관해 명상하고 있을 때, 제자가 간단한 질문 하나를 묻는다. "달은 무엇입니까?" 선승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킨다. 당혹스러운 제자가 다시 묻는다. "달은 무엇입니까?" 선승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달을 향해 집어던진다. 여전히 당혹스러운 제자가 세번째 묻는다. "달은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선승이 자신의 나머지 신발를 벗어 제자의 이마를 때린다. 제자가 갑작스럽게 이해한다. 깨달음이 이루어진다.

 

제자가 이해한 것은 무엇인가? 선승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객체들은 명제적 진술들의 언어적 매트릭스로 결코 환원될 수 없다. 존재는 로도 로도 표현될 수 없다. 존재는 존재하는 것에 관한 우리의 사유을 넘어서 있다. 단순한 이유 때문에 선승은 침묵한다. 우리가 존재를 말하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잘못 말해버렸는데, 존재와 사유는 서술적 웅변으로 결코 결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이 존재한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는 선승처럼 달을 가리킬 수 있다. 우리는 달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달을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달에 가기 위해 우주선을 건조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달의 표면에서 춤을 출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달의 신비를 결코 완전히 해명할 수도 없고, 그것을 우리에 대한 현상으로 환원시킬 수도 없다. 우리 인간들의 서술과 어휘들이 아무리 강력한 도구일지라도 그것들을 벗어나는, 모든 접근으로부터 물러서 있는 여분이 항상 있을 것이다."

 

―― S. C. 힉크먼(S. C. Hick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