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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오늘의 인용-왜 사회주의인가?

 

- 아래의 글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1949년 5월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기고한 글 <왜 사회주의인가?(Why Socialism?)>>에서 일부 인용한 것이다. 이 글을 읽다보면 인간 세상은 참으로 더디게 변화하는 듯하며, 아인슈타인은 "사회주의적 몽상가"라기보다 "사회주의적 선지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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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무정부 상태가 온갖 해학의 진정한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거대한 생산자 공동체가 있으며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서로 노동의 결실을 상대방으로부터 빼앗으려고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물론 이런 투쟁은 폭력이 아니라 대체로 법으로 정해진 규칙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생산수단[...]이 합법적으로 개인의 사유 재산일 수 있으며 또 현실적으로 대체로 그렇다는 사실이다.

[...]

자본 사유제에 기반한 경제에서 두드러진 상황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으로 특징지워진다. 첫째 생산 수단(자본)은 개인이 소유하고 그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이를 적절하게 처리한다. 둘째 노동계약은 자유롭게 이뤄진다. 이런 의미에서의 '순수한' 자본주의 사회가 존재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특정 노동 분야의 경우 노동자들이 장기간에 걸친 치열한 정치투쟁을 통해 다소 개선된 형태의 '자유 노동계약'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의 경제 상황은 '순수' 자본주의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산은 사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얻기 위해 이뤄진다.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람은 모두가 언제라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 때문에 거의 언제나 '실업자군'이 존재하게 된다. 노동자는 항상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실업 또는 저임 노동자들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시장을 위축시키고 그에 따라 소비재 생산이 감소하면서 경제 상황은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기술 발전은 힘겨운 육체 노동의 부담을 덜어 주기보다는 실업을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윤 동기는 자본가들의 상호 경쟁과 함께 자본의 축적과 활용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더욱 심한 경기 침체를 가져온다. 무한 경쟁은 노동력의 엄청난 낭비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내가 앞서 언급한 개인의 사회 의식도 크게 마비시킨다.

 

나는 이처럼 개인의 사회 의식을 마비시키는 것이 자본주의의 가장 나쁜 폐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전체 교육제도도 이런 폐해로 병들고 있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경쟁 의식을 주입시켜 물질적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여기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심각한 폐해를 없애는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수립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여러가지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교육제도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제체제에서는 생산 수단을 사회 자체가 소유해 계획에 따라 활용한다. 공동체의 요구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계획경제체제는 일할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고 남녀노소 모두의 생계를 보장해 줄 것이다. 타고난 능력의 개발을 포함한 개인에 대한 교육은 권력과 성공을 미화하고 숭배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 대신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 의식을 키워 주는 방향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경제가 아직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계획경제는 개인을 완전히 노예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매우 어려운 몇몇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광범한 집중화에 비춰 볼 때 관료조직이 자만심에 가득 찬 전능한 기구로 바뀌는 것을 과연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개인의 권리를 어떤 형태로 보호하고 또 관료조직의 힘을 견제할 민주적 장치는 어떻게 강구할 것인가?"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홍수원, 구자현 옮김, 중심, 2003), pp.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