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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 오늘의 인용-집합체를 구성하는 관계들의 6가지 요소

 

 

"각주의 두번째 부분은 짧지만 [...] 매우 중요한 언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주의깊게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공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동적인 태도, 즉 인간생활(따라서 인간생활의 온갖 사회적 관계와 거기에서 생겨나는 정신적 표상들)의 직접적인 생산과정을 밝혀주고 있다. [...]

 

맑스는 여기에서 한 문장 속에 [집합체(collective)를 구성하는 관계들의] 6개의 개념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먼저 기술(공학)이 있고, 자연과의 관계가 있고, 현실의 생산과정이 있으며, 그런 다음에는 약간 은유적인 형태로 일상의 생산과 재생산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와 정신적 개념들도 있다. 이 개념들은 그저 정적인 개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인간의 진화를 이끄는 "생산과정"과 연결됨으로써 동적인 개념으로 움직인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 6가지 개념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

 

[...] 맑스가 말하고 있는 것은 [...] 기술과 그 조직적 형태가 정신적 개념이나 사회적 관계, 혹은 일상생활과 노동과정 등은 물론 자연과의 일정한 관계까지도 모두 내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내부화" 덕분에 기술과 그 조직적 행태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다른 모든 요소들에 대한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타내거나" "드러내는" 것이다. 거꾸로 이 모든 요소들은 기술의 본질과 관련된 어떤 것을 내부화한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하에서의 일상생활을 상세히 탐구하게 되면 자연, 기술, 사회적 관계, 정신적 개념, 생산의 노동과정 등과 우리와의 관계에 대한 많은 것이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와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 우리의 생산체제, 우리의 정신적 세계관,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 우리의 일상생활의 내용 등을 살펴보지 않고는 진전되기 어렵다. 이 모든 요소들은 하나의 총체를 이루고 있고, 우리는 이들간의 상호관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

 

[집합체(collective)를 구성하는 관계들의] 6가지 요소들은 인류의 진화과정 전반에 걸쳐 각기 다른 계기들을 이루면서 하나의 총체성으로 이해된다. 어떤 요소도 다른 요소를 지배하지 못하며, 이는 각 개별 요소 내부에 독자적 발전의 가능성이 존재할 경우에도 역시 그러하다[...]. 이 모든 요소들은 공동으로 진화해나가는 것들로서, 하나의 총체성 내부의 동적인 계기들을 이루면서 끊임없이 갱신과 변화를 수행해나가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때의 총체성은 각 계기가 다른 모든 계기들을 긴밀하게 내부에 포괄하는 헤겔적 의미의 총체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르페브르가 '조화'(ensemble)['집합체'로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불렀던 것, 혹은 들뢰즈가 '집합'(assemblage)['조립체'로 번역되어야 함]이라고 불렀던 것, 즉 열려 있는 변증법적 방식으로 공동으로 진화해나가는 요소들의 생태학적 총체성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이 요소들간의 불균등한 발전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우연성을 만들어낸다(이것은 예측할 수 없는 돌연변이가 다윈의 이론에서 우연성을 만들어내는 것과 꼭 마찬가지다).

 

사회이론에 있어 하나의 요소를 다른 모든 요소의 결정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봉건제[...]로부터 자본주의로의 이행과 같은 중요한 변화는 모든 계기들에 걸쳐 전반적으로 진행되는 변화의 변증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공동의 진화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불균등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것은 온갖 국지적인 우연성[...]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건설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 특수성에 맞춰 이 모든 계기들에 정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점에 있다. 혁명적 공산주의에 대한 유혹은 변증법을 단순한 인과론적 모델로, 즉 하나 혹은 둘의 계기가 모든 변화를 선도하도록[...] 환원해버렸다. 물론 이런 접근방식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맑스『자본』강의(A Companion to Marx's Capital)>>(강신준 옮김, 창비, 2011), pp. 35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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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의 도표의 강력한 특징은, 집합체에 속하는 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들의 지도를 그릴 때 하비는 관계들의 장을 표상, 즉 기호학적인 것, 이데올로기적인 것, 또는 언어학적인 것들에 대한 강박적인 집중을 훌쩍 넘어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상 영역은 집합체에서 하나의 요소, 그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

 

그 결과, 오직 표상적인 것들에 집중하는 사회적 분석과 정치적 분석 양식들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무력할 확률이 매우 높다. [...] 이데올로기는 확실히 [자본주의의] 문제의 일부이며, 사물들의 거대한 도식에서는 매우 사소한 부분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쟁점들은 생산수단, 기술,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의 층위에 놓여져 있을 것인데, 그것들은 모두 인간 집합체 속에서 비인간 행위자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

하비의 도표의 또 하나의 매력적인 특징은 그가 요약하는 여섯 가지 영역들은 다소간 서로 자율적이라는 것이다. [...] 여기서 핵심은 변화란 표상 영역을 넘어 여러 영역들에서 유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