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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스트레턴: 오늘의 인용-책상 앞의 멘델레예프

 

"19세기 어느 날 찍은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의 빛바랜 사진이 한 장 있다. 그 사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구하는 모습을 찍은 것으로, 많은 책과 문서들이 흩어져 있는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긴 멘델레예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모습은 옛날의 마술사를 연상케 하면서도 현대의 환경에 맞게 겉모습이 약간 변화된 시베리아 마술사와 흡사해 보인다. 그는 흰 턱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르고 있는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느라 정신을 쏟고 있는 동안 강박적으로 손가락빗질을 한 듯, 턱수염은 세 뭉치로 나뉘어져 있다. 그의 텁수룩한 흰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멘델레예프는 1년에 한 번씩 머리를 자르는 습관이 있었다. 따뜻한 봄날씨가 되면, 그는 동네의 목동을 불러 양의 털처럼 자라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내게 했다. 그의 이러한 습관은 스코틀랜드 화학자인 윌리엄 램지가 그를 "아주 특이한 외국인으로서, 그의 머리에 있는 머리카락 하나하나는 모두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묘사하게 만든 한 원인이었다. 램지는 멘델레예프를 외계인 중 한 명이라고 비난했으며, 시베리아 출신이라고 가정했다.

 

사진을 보면, 멘델레예프는 한 장의 종이에 집중하면서 그의 긴 손가락 끝에 쥔 펜으로 무언가를 쓰고 있다. 그의 어질러진 넓은 책상은 완전히 혼란상태이다. 종이들이 겹쳐져 있고, 소스가 발린 빵과 목적을 알 수 없는 많은 기구들이 놓여져 있으며, 책상에 붙어 있는 선반에는 과학논문과 책들이 무질서하게 수북히 쌓여 있다.

 

멘델레예프 뒤에는 수많은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세 줄로 꽂혀 있는 책꽂이가 있다. 이 책꽂이 중앙에는 마치 과학의 후광인 듯, 혹은 '유레카'하는 감탄부호처럼 큰 열쇠가 그의 머리 위로 보인다. 책꽂이 위쪽으로는 그 시기에 사용된 불규칙한 배열의 벽지가 과거의 위대한 과학자의 초상화에 그려진 그림자처럼 덮여 있다. 그리고 희미한 곳에서 갈릴레이, 데카르트, 뉴턴, 패러데이가 무언가를 휘갈겨 쓰고 있는 특이한 수염의 멘델레예프를 내려다보고 있다."

 

―― 폴 스트레턴(Paul Strathern), <<멘델레예프의 꿈(Mendeleyev's Dream)>>(예병일 옮김, 몸과마음, 2003), pp.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