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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카: 오늘의 인용-책을 읽는다는 것

 

"독자들은 단지 독서에 능숙해졌을 뿐 아니라 집중력도 더 좋아졌다. 오늘날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꺼운 책을 차분히 읽기 위해서는 책 속으로 빠져들어 무아지경의 상태로 오랜 시간 집중하는 능력이 요구되었다. 우리의 친적뻘인 동물들의 뇌와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의 인간의 뇌는 산만하다. 우리는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최대한 알기 위해 시선을 계속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결과 관심이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성향이 있다. [...]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조짐이다. [...] 정지되거나 또는 변하지 않는 대상은 풍경의 일부가 되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무언가가 변할 때 이것은 우리에게 위험 또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잘 감지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이 신속하고 반사적으로 변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포획자가 갑자기 습격하거나 우리가 주변에 있는 식량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 같은 위기 상황을 최소화한다.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사고의 과정을 연습해야 함을 의미했고 하나의 정적인 대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집중을 요하는 일이었다. [...] 독자들은 뇌로 하여금 모든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하나의 감각 신호에서 다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려는 욕구를 물리치도록 해야 했다. 또한 본능적인 산만함에 대항하기 위해 더 강력한 "위에서 아래로의 통제" 방식을 적용하면서 필요한 신경 연결망을 구축하거나 강화해야 했다. [...]

 

[...] 책을 읽는 데 있어 매우 특이할 만한 점은 깊은 집중이 매우 활발하고 효율적인 문자 해석 활동 그리고 의미를 파악하는 활동과 협력한다는 것이다. 인쇄된 책을 읽는 행위는 독자들이 저자의 글에서 지식을 얻기 때문만이 아니라 책 속의 글들이 독자의 사고 영역에서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익하다. 오랜 시간, 집중해서 읽는 독서가 열어준 조용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연관성을 생각하고 자신만의 유추와 논리를 끌어내고 고유한 생각을 키운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한다."

――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2011), pp. 99-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