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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오늘의 인용-기묘한 세계

 

"그는 말했다. 이곳 지구에는 온갖 기묘한 것이 있지[세계에 관한 진리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어나 평생을 살아도 지구 전부를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기묘함을 목격하네. 약장수의 모자 마술이나 열기 어린 꿈이나 전무후무한 환상으로 넘쳐나는 황홀이나 유랑하는 카니발이나 수많은 흙바닥에 수많은 천막을 세워야 할 절대적 운명의 말할 수 없는 비참함을 겪는 순회 서커스단이나 다 마찬가지야.

 

우주는 광대하긴 하지만, 한곳에 존재하는 것이 다른 곳에도 존재하는 일은 결단코 없다네. 심지어 이 지구에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이 있네. 창조의 체계는 미궁 속의 실처럼 명징해서 일단 실만 있으면 결코 길을 잃을 수 없지. 이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름의 체계가 필요해, 하지만 어떤 인간의 정신도 그 체계를 헤아릴 수는 없어. 사실 인간의 정신 역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일부에 불과하지."

―― 코맥 맥카시(Cormac McCarthy), <<핓빛 자오선(Blood Meridian)>>(김시현 옮김, 민음사, 2008), p.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