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오르떼가 이 가세트: 오늘의 인용-예술의 비인간화

 

"화가가 서툴게나마 현실[인간에 의해 지각되는 실재]을 좇아가려 하기는 커녕 오히려 현실을 역행하려 한다. 현실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변형하고 본래의 인간적인 면을 부수어 그것을 비인간화하려고 작정을 했다. 우리는 전통화 속의 사물들을 보면서 상상으로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영국인들이 지오꼰다 부인[모나리자]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새로운 그림에 표현된 사물들과는 교감이 불가능하다. 지금의 화가들은 사물에서 현실의 모습을 모두 제거해 버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려 할 때 타야 할 배를 불태우고 다리를 끊어버렸다. 그들은 우리를 난해한 우주 속에 가두어 인간적인 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상들과 친해지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물을 대해왔던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착안해 내야만 한다. 그 비범한 그림에 맞는 전대미문의 표현 방법을 우리는 개발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 새로운 삶, 본래의 모습들을 이미 무효화해 버리고 창안된 이 삶이 바로 예술의 이해이며 즐거움이다. 거기에는 감정이나 열정이라는 것도 들어가 있다. 물론 여기서 감정이나 열정이라는 것은 우리의 원초적이며 인간적인 삶의 풍경을 이루는 식물군과는 매우 다른 심리적인 식물군이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화가 내부에서 초월적인 오브제를 부추기는 다른 차원의 감정들이다. 하지만 분명 심미적 감정들이다."

―― 오르떼가 이 가세트(Jose Ortega y Gasset) <<예술의 비인간화>>(안영옥 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2004), pp.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