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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 오늘의 인용-일반 상대성의 주요한 가르침

 

- 아래 글은 미합중국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Lee Smolin)이 "기초물리학의 위기"를 주장하는 책 <<물리학의 문제점: 끈 이론의 부상, 과학의 쇠퇴,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이 오는가(The Trouble with Physics: The Rise of String Theory, the Fall of a Science and What Comes Next)>>(2006)의 6장 <양자중력: 갈림길(Quantum Gravity: The Fork in the Road)>에서 일부(pp. 81-3)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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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대성의 주요한 가르침은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역동적으로 진전되는데, 물질이 주위를 움직임에 따라 이윽고 변화한다.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를 통과하여 진행하는 파동―중력파(gravitational wave)―들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배운 유클리드 기하학의 법칙들이 영원한 법칙들로 여겨졌는데,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180도라는 점은 항상 참이었고 항상 참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에서는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굽을 수 있기 때문에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이것이 공간을 특징짓는 어떤 다른 고정된 기하학적 형태가 있다―공간이 평면 대신에 구 또는 안장 모양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물질과 힘에 반응하여 시간에 따라 진전되기 때문에 어떤 모양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힘이 물체들의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정함으로써 뉴턴의 법칙들이 그것들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 주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무엇인지 진술하는 법칙 대신에 그 기하학적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좌우하는 법칙이 있다.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법칙들의 일부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더 심층적인 다른 법칙들에 따라 시간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 점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는 자연 법칙들의 일부가 아니다. 그러므로 자연 법칙들에는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들을 풀기 전에는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 방정식들을 푼 이후에야 알게 된다.

 

이것은 자연 법칙들이 공간이 어떤 고정된 기하학적 형태를 갖는다고 가정하지 않는 형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가르침의 핵심이다. 그것은 앞에서 서술한 하나의 원리, 즉 배경 독립성(background independence)이라는 원리로 요약된다. 그 원리는, 자연 법칙들은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에 관한 선행하는 어떤 가정도 하지 않는 채 완전히 규정될 수 있다고 진술한다.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고정되어 있었던 구식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배경, 즉 자연의 변화무쌍함이 전개되는 불변의 무대의 일부로서 간주될 수 있었다. 물리학 법칙들이 배경 독립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전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공간과 시간은 일들이 일어나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칙들로부터 출현한다.

 

배경 독립성의 또 하나의 측면은 어떤 선호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은 사건들과 그것들 사이의 관계들의 견지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세계의 역사를 서술한다. 주요한 관계들은 인과성과 관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한 사건은 다른 한 사건을 낳는 원인들의 연쇄 속에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간은 이차적 개념이다. 사실상 공간 개념은 시간 관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나의 시계가 주어지면, 정오를 가리키는 그 시계와 동시적인 모든 사건들에 관해 생각할 수 있다. 이것들이 공간을 구성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의 중요한 한 측면은 시간을 잴 어떤 선호 방식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원인이 결과를 선행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어떤 종류의 시계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공간의 정의는 시간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간만큼이나 공간에 관한 상이한 정의들도 많이 있다. 바로 위에서 나는 시간에 따라 진전하는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에 관해 말했다. 그것은 단일한 보편적인 시간 관념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시간 관념에 대해 적용된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정교한 미의 일부이다.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는, 그 이론의 방정식들이 시간에 관한 하나의 정의가 아니라 가능한 어떤 정의에 대해서도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전되는지 말해준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사실상 배경 독립성은 이것을 훨씬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학 법칙들의 일반적인 표현들에는 고정되어 있는 자연의 다른 측면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그래야 할 당위성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삼차원의 공간만이 있다는 사실이 그 배경의 일부이다. 공간적 차원들의 수에 관해 선행하는 어떤 가정도 할 필요가 없는 더 심층적인 이론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이론에서는 삼차원이 어떤 동역학적 법칙에 대한 해로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런 이론에서는 공간적 차원들의 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론을 발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 우주가 왜 삼차원인지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진보를 구성할 것인데, 이전에는 그저 가정되었던 무언가가 마침내 설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의 가장 넓은 견지에서 배경 독립성이라는 관념은 물리학을 수행하는 방식에 관한 한 편의 지혜이다. 지금은 가정되어 있는 것들을 어떤 새로운 법칙에 따라 진전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런 것들이 설명되는 더 좋은 이론들을 고안하라.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에 대해 바로 그런 일을 수행했다.

 

번역: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