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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 & 루벤 포크스 : 포스트휴먼 개념어 사전 - 코스모폴리틱스

코스모폴리틱스

Cosmopolitics

 

-- 마자 & 루벤 포크스(Maja and Reuben Fowkes)

 

코스모폴리틱스는 생태적 불안의 시대에 정치 이론 및 행동의 행성적 권역를 다시 활성화하기를 지향한다. 그것은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승리주의적 수사법이 그것이 의지하던 문화적 및 정치적 가정들이 근본적으로 불안정해진 세계에서 부적당하다는 깨달음에서 생겨난다. 코스모폴리타니즘이 시대에 뒤진 국가적 정체성의 양태들을 가릴 수밖에 없는 어떤 긍정적이고 진보적인 정치적 서사의 타당성을 단언할 수 있었던 확신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 의식의 견지에서, 세계화 과정들의 명백한 가역성에 의해 그 기반이 약화되었다. 코스모폴리틱스적 제안은 확립된 범주들과 경계들, 영토들을 넘어서는 정치의 야심만만한 재구성이 바람직함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더 포괄적인 기초에 근거하여 행성적 정치를 다시 조성하는 데 있어서 실천적 및 철학적 난점들도 인식한다.

 

1990년대에 세계화가 발흥하는 동안에도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옹호자들은, 이동성과 상호연결성이 증가하는 결과로서 어떤 지구적이고 다원적이며 대중적인 정치적 의식이 출현함과 관련하여 불가피한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는데, 펭 치아(Peng Cheah)라는 이론가는 우리가 "현존하는 지구적 조건"을 "하나의 세계 공동체에 속한다는 현존하는 집단적 느낌(코스모폴리타니즘)"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진술한다. 2008년에 개시된 지구적 경제 위기의 여파로 초-국가적이고 포스트-국가적인 소속감을 산출하기 위한 물질적 조건이 후퇴하였는데, 그리하여 문화적 지역주의와 지구적 엘리트 계급과 그 문화적 대리인들의 정치적 동기에 대한 대중의 냉소주의와 문화적 지역주의가 공고해졌다. 국민-국가들과 시민-주체들 사이의 교섭에 기반을 둔 정치적 합리성의 수용된 규칙과 제약 대신에, 코스모폴리틱스적 제안은 이사벨 스탕게스(Isabelle Stengers)가 "다양한 세계에 ··· 의해 구성되는 미지의 것"이라고 일컬은 것으로 전개된다.

 

코스모폴리타니즘적 사명의 교착, 그리고 코스모폴리틱스적 명제의 동원은 더 근본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국민주의적 본질주의의 협소함에 비해서 코스모폴리타니즘적 전망이 광대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의지하는 우주관은 인간중심주의적이자 민족중심주의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세로 요약되고 기후 긴급사태와 멸종에 대한 언제나 더 명백해지는 증거에 의해 가속화되는, 인간이 지구의 자연적 과정들에 유발한 변화의 획기적인 규모를 인식함으로써 코스모스의 정치를 순전히 인간적 견지에서 혹은 오로지 서양의 정치적 전통에 준거하여 생각하려는 시도는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코스모폴리틱스의 시의적절성은 그것이 코스모폴리타니즘에 각인된 자동적인 배제를 논의할 수 있게 하는 잠재력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는데, 그리하여 모든 종류의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를 포괄하는 어떤 행성적 공동체에 대한 상상을 제약하는 빗장이 올라가게 된다.

 

코스모폴리틱스는, 브뤼노 라투르가 주장한 대로, "배타적인 인간 클럽에서 주고-받기"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고려되어야 하는 존재자들의 유한한 목록"으로서의 코스모스에 대한 무반성적 가정들을 퇴출하는 정치에 관한 확장된 관념이 출현할 징조다. 코스모폴리틱스적 논쟁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존재자들의 목록을 공개하는 것은, 스위스 헌법이 현재 식물 및 다른 유기체들의 존엄권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에콰도르 헌법의 경우에 파차마마(Pachamama), 즉 자연의 권리를 성문화하는 행성적 법체계의 발흥에서 볼 수 있다. 상부-정치적 프로젝트로서 코스모폴리틱스의 참신성은 다른 종들에 대한 인간의 연결 관계뿐만 아니라, 바위와 강에서 입자와 물리적 힘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물질성을 갖춘 존재자들과 비인간 행위주체성에 대한 인간의 연결 관계도 부각하는 데 있다.

 

코스모폴리틱스적 명제의 생태적 긴급성은 "다양하게 배열되는 하나의 집단적 주어로서 지구 시민의 집단을 재구성하"기 위해 "과정들의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새로운 헌법 논쟁"에 대한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요청에서 탐지될 수 있다. 인류세에 신홉스주의적 자연상태가 부활하는 사태에 대응하는 그런 과정은, 슬로터다이크가 주장하는 대로. 인간 및 비인간 형태의 지구 시민들의 공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코스모폴리틱스는, 지구적 정치 영역의 주제와 경계를 둘러싼 일상적 합의를 넘어서, 기후변화의 충격을 지연시킬 채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행성적 빈곤 계급과 지구화된 엘리트 계급 사이의 고질적인 이해 충돌에 대처할 방법을 보여준다. 또한, 코스모폴리틱스는  코스모스가 종-중립적인 배경에서 부지중에 확장된 인간 영역으로 변환한 사태에 대한 인류 수준의 집단적인 정치적 책임에 관한 인식을 반영한다.

 

--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 마리아 흘라바요바(Maria Hlavoajova) 편집, 『포스트휴먼 개념어 사전(Posthuman Glossary)』, pp. 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