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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말이 맞든지 우리는 우주의 먼지로부터 생겨났고, 우주의 먼지로 되돌아갈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생각 덕분에 우리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살아 있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시간이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훨씬 더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이 찰나의 시간이 언젠가 종료되리라는 전망 때문에 낙담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전혀 유익하지 않은 태도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전혀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은커녕 수많은 테크노 낙관론자들은 죽음이 치료되어야 하는 질병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노력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대략 그들은 스스로를 "트랜스휴머니스트"라고 부르는데, 그런 사람들의 무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첨단 기술 보유 회사들 상당수가 자리 잡고 있는 실리콘 밸리 지역의 백인 남성 백만장자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은 레이 커즈와일이라는 미래학자일 것이다[...]. 그는 현재 구글에서 자연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 이 책을 쓰는 지금 현재 68세인 그는 우리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함으로써 우리가 불멸성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전부터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일이 언제든 가능할 것이란다. 이왕이면 이른바 특이점이 오기 전에 그런 위업을 이루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이 고안한 특이점이라는 용어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져서 인류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리고 어쩌면 의사를 거슬러가면서까지 독자적으로 기술의 진보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할 바로 그 시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특이점이라는 발상 자체가 지능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실제로 우리의 의식이 어떤 사물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컴퓨터에 "업로딩"한다는 발상이 개연성이 극히 떨어지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나는 커즈와일이나 거의 맹신에 가까운 그의 추종자들이 드러내는 대담함에 더 관심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마치 신처럼 자연의 법칙 그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세계가 당면한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들을 개선하는 쪽에 사용할 수도 있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그들의 성공이 불러올[...] 끔찍한 윤리적이고 환경적인 귀결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누가, 그리고 얼마의 가격에 그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게 될 것인가? 만일 우리가 육체적으로 불멸에 성공한다면[...] 아이들을 낳는 일은 어떻게 될까? 만약 아이들을 계속 낳는다면, 이미 중병에 걸려 있는 이 행성이 그렇게 가차 없이 증가한 인구에게 필요한 천연 자원을 어떻게 제공할 것이며, 끝없이 늘어날 폐기물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해 생각하면 할수록 그리스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고방식을 가리키기 위해 멋지게 고안한 휘브리스hubris(자만)라는 말이 무척이나 입에 잘 감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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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시모 피글리우치(Massimo Pigliucci),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How to Be a Stoic)』(석기용 옮김, 2019), pp. 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