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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 오늘의 에세이-시간은 어떻게 자체의 화살을 갖게 되었는가?

 

시간은 어떻게 자체의 화살을 갖게 되었는가?

How Time Got Its Arrow

 

―― 리 스몰린(Lee Smolin)

 

나는 시간의 존재를 믿는다.

 

지금까지 나는 항상 시간의 존재를 믿지는 않았다. 많은 물리학자와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한때 일반상대성과 양자중력 이론으로부터 시간은 자연의 근본적인 양태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한, 더 심층적인 서술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시작하여 브라질인 철학자 로베르토 망가베이라 웅거(Roberto Mangabeira Unger)와 수행한 8년 동안의 공동 연구에 의해 가속되어서 나는 그 대신에 시간이 근본적인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 이제 나는, 시간을 근본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일반상대성 이론과 표준 모형이 더 심층적인 이론에서 어떻게 비롯되는지, 시간은 왜 일방적으로만 이행하는지 그리고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야기는 변화로 시작한다. 가장 넓게 규정하면, 과학은 변화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이다. 우리가 관측하고 경험하는 세계는 항상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관측하는 대부분의 변화는 비가역적이다.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태어나고, 우리는 성장하고, 우리는 늙고, 우리는 죽는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우리 행위는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엎질러진 우유는 말끔히 처리하기 어렵다. 차가운 음료 또는 뜨거운 욕탕은 상온을 향하는 경향이 있다. 닫힌 체계의 엔트로피는 일반적으로 증가하며 드물게 감소한다고 주장하는 열역학 제2볍칙에 의해 수학적으로 포착되듯이, 생물과 무생물의 세계 전체는 비가역적인 과정들이 지배한다.

 

그렇다면 물리학이 이런 비가역성을 우주의 우연한 사건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방향을 바꿀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의 자연 법칙들은 모두 가역적이다. 그런 법칙들에 의해 서술되는 한 과정을 녹화한 다음에 그 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되감긴 그 판본도 물리학 법칙들에 의해 허용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의 방향을 반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오른쪽을 왼쪽으로 그리고 입자를 반입자로 바꾸어야 할 것이지만,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은 원래 과정과 그것의 반전 과정이 마찬가지로 개연적이라고 예측한다.

 

중력과 우주론을 서술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참이다. 우주 전체가 팽창하면서 냉각되기보다는 붕괴되면서 가열되도록 시간적으로 역행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대로의 이런 근본적인 법칙들에 마찬가지로 부합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을 낳는다. 법칙들이 가역적이라면, 왜 우주는 비가역적인 과정들이 그렇게 지배하고 있는가? 열역학 제2법칙은 왜 그렇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가?

 

중력이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일부이다. 제2법칙은, 닫힌 체계의 엔트로피―체계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운동에 있어서 무질서 또는 무작위성의 척도―는 최대 무질서의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증가할 개연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이 상태는 평형이라고 불린다. 일단 평형에 도달하게 되면, 그 체계는 가능한 만큼 혼합된 상태이고, 그래서 모든 부분들은 같은 온도를 가지고 모든 원소들은 균일하게 분포한다.

 

그런데 거시적 규모에서 우주는 결코 평형이 아니다. 우리 은하 같은 은하들은 끊임없이 항성들을 형성하는데, 은하 원반들을 특징짓는 에너지와 물질의 비가역적인 흐름들을 추동하면서 핵 위치에너지를 열과 빛으로 변환시킨다. 이런 거시적 규모에서 중력은 물질을 뭉치게 함으로써 평형으로의 쇠퇴와 싸우고, 그래서 항성과 행성 같은 하부 체계들을 생성한다. 이것은 최근에 바버(Barbour), 코슬로브스키(Koslowski) 그리고 메르카티(Mercati)가 발표한 몇몇 논문들에서 멋지게 예시된다.

 

그런데 이것은 왜 우주가 평형에서 벗어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의 일부일 뿐이다. 왜 빅뱅에서의 우주가 애초에 평형 상태로 생성되지 않았는가라는 불가사의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관측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우주상은 우주가 극히 비개연적인 상태―평형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로 생성되었다는 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왜?

 

그러므로 우리 우주가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개시되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초기 상태가 모든 가능한 상태들의 집합에서 무작위적으로 선택되었다면, 그것이 개연성이 매우 낮았을 상태에서 개시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역적인 법칙들에 의거하여 우리 세계에 있어서 비가역적인 과정들의 편재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엄청난 비개연성을 수용해야 한다.

 

특히,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초기 우주에 현존한 조건은 대단히 비가역적인 것이다. 초기 우주를 빅크런치(big crunch)로 역행시키면, 우리 미래에 나타날 후기 우주와 결코 유사한 듯 보이지 않을 것이다.

 

1979년에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는 비가역성이라는 불가사의에 대한 급진적인 해답을 제시했다. 그의 제안은 양자중력, 즉 오랫동안 탐구된 모든 알려진 법칙들의 통일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양자중력이 빅뱅에서 우주를 생성한 과정들―또는 빅뱅 이전에 어떤 상태에 있었든 간에 그 상태에서 우주를 변형시킨―을 관장했다고 믿고 있다.

 

펜로즈는, 가장 근본적인 법칙으로서의 양자중력은 그것이 비가역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칙들과 다를 것이라고 가정했다. 시간 가역성과 더불어 알려진 법칙들은 우주가 팽창하여 냉각되고 희박해질 때 양자중력에 근사적인 것들로서 출현한다고 펜로즈는 주장했다. 그런데 그런 근사적인 법칙들은 더 근본적인 비가역적 법칙들에 의해 설정된 초기 조건을 갖춘 우주 내에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초기 조건의 비개연성은 설명될 수 있다.

 

도중에 초기 우주에 관한 우리 지식은 일단의 우주론적 관측들에 의해 극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이것들은 우리가 논의한 불가사의들을 심화시켰을 뿐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에딘버러 천문학 연구소의 우주론자 마리나 코르테스(Marina Cortes)와 나는 그때까지 관측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확득된 모든 지식에 비추어 펜로즈의 제안을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코르테스 박사는, 시간은 근본적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비가역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우주는 현재 사건들로부터 새로운 사건들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제안했다. 사건들은 발생하며,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건의 반전은 그 사건을 지우지 못한다고 코르테스는 말하는데, 그것은 뒤에 발생하는 하나의 새로운 사건이다.

 

2011년 12월에 코르테스 박사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페리미터 인스티튜트(Perimeter Institute)에서 삼 개월 동안의 방문 연구를 시작하면서 내게 이런 착상들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제의했다. 첫 번째 결과는, 우리가 에너지 인과적 집합 모형(energetic causal set model)으로 부른, 사건들에 의해 생성되는 우주에 관해 우리가 개발한 모형이었다.

 

이것은 인과적 집합 모형으로 불리는 모형 종류의 한 판본인데, 여기서 우주의 역사는 원인과 결과에 의해서만 관련된 사건들의 이산적인 집합으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우리 모형은 이전 모형들과 달랐다. 그 모형에서 사건들은 자체의 고유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 의해 생성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과정은 각 사건이 여타의 사건들과 상이한 사건들에 의해 생성되는 우주를 산출한다. 그런데 공간은 근본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에너지는 근본적인 것이다. 사건들은 각기 선행 사건들로부터 얻어서 후행 사건들에 넘겨주는 어떤 양의 에너지를 갖는다. 세계 속 여타의 것들은 이런 사건들과 그것들이 전달하는 에너지로부터 창발한다.

 

우리는 이런 과정들에 의해 생성되는 모형 우주들을 연구했고, 그래서 그것들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진화 단계를 거친다는 점을 알아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각기 고유한 사건들을 생성하는 비가역적인 과정들이 모형 우주들을 지배한다. 시간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것은 사건들의 궤적들이 전파하여 입자들에 관한 창발적 관념들이 생성되는 듯한 두 번째 단계를 초래한다. 근사적으로 가역적인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만 입자들이 출현한다. 이런 창발적 입자들은 전파하고, 가역적인 듯 보이는 창발적 법칙들을 통해서 상호작용하는 듯 보인다. 사실상 우리는, 입자들과 근사적으로 가역적인 법칙들이 더 근본적인 비가역적인 무(無)입자 체계로부터 얼마 후에 창발하는 많은 가능한 모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펜로즈가 가정했듯이, 일반상대성 이론과 표준 모형이 더 근본적인 이론에서 비롯되는 방식을 설명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반상대성에서 출발하여, 그 이론의 언어 내에 머무른 채, 비가역적인 이론을 서술하기 위해 그것을 수정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하게 여겼다. 이것은 우리에게 초기의 비가역적인 단계와 나중의 가역적인 단계 사이의 전환을 연결할 틀을 제공할 것이었다.

 

최근의 한 논문에서 마리나 코르테스, 헨리크 고메스(Henrique Gomes) 그리고 나는 시간의 우선 방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일반상대성을 수정하는 한 가지 방법을 보여주었고, 초기 우주의 우주론에 대한 가능한 결과를 탐구했다. 특히 우리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유사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시간의 우선 방향을 도입함으로써 축소하는 우주는 더 이상 팽창하는 우주의 시간 반전이 아니다.

 

이것을 행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물리적으로 선호되는 시간 관념을 포함하는 일반상대성을 수정해야 했다. 그것이 없다면 시간 반전이라는 관념도 없다. 운이 좋게도, 그런 수정은 이미 존재했다. 모양 동역학(shape dynamics)이라 불리는 그것은 2011년에 고메스를 비롯한 세 명의 젊은이들에 의해 제안되었다. 그들의 연구는 크기의 상대성이 시간을 상대성을 대체하도록 일반상대성이 재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었던 줄리안 바버에 의해 고무되었다.

 

모양 동역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코르테스, 고메스 그리고 나는 항성, 은하 그리고 행성의 규모에서 거의 변화가 없도록 일반상대성을 부드럽게 수정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중력파에 대한 일반상대성의 예측들은 아무 영향도 받는다. 그런데 우주 전체의 규모에서 그리고 초기 우주의 경우에는 근본적인 시간의 방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편차가 존재한다.

 

매우 최근에 나는 일반상대성의 법칙들을 비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것들을 수정하는 다른 한 방법을 찾아냈다. 일반상대성은 두 가지 고정된 자연 상수들, 즉 중력 세기의 척도가 되는 뉴턴 상수와 텅빈 공간 속 에너지 밀도의 척도가 되는 우주 상수의 영향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이것들은 둘 다 고정된 상수이지만, 나는 일반상대성에 관한 아인슈타인 방정식들의 아름다운 조화와 정합성을 파괴하지 않은 채 그것들이 시간에 따라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이런 발달은 매우 최근에 전개되었고, 우리가 주변에서 목격하는 비가역성이 근본적인 시간의 화살의 반영이라는 점을 결코 입증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것들은 우리 우주가 우주의 우연한 사건의 결과라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 시간이 어떻게 자체의 방향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에 이르는 한 가지 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