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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해밀턴: 오늘의 인용-왜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진실을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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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중에게 의심을 안겨 탄소 배출 절감의 필요성을 외면하도록 만드는 화석연료 업체의 정치적 로비이다. [...] 그들이 기후변화 논쟁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 [...] 있다. [...] 성장에 대한 집착과 소비주의가 우리의 제도에 구현되고 세계의 가치관이 된 과정을 통해 이런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

 

제도라는 요소와 더불어, 인간의 마음이 외부의 위협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거나 늦추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자. 무엇보다 산업계의 목표는 날씨의 영향에서 인간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혁명의 꿈과는 반대로 지구온난화는 자연이 잘 길들여지지 않고 괴팍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혼돈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확실성에 공포를 느끼고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특히 기후회론자들]에게는 특별한 도전이다. [...] 그래서 그들은 기후 모델이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경멸을 보내고, 모든 문제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없는 기후 시스템 모델을 만든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실패로 돌린다. [...]

 

회의론자들의 부정으로 대중의 이성이 흐릿해지는 동안, 대중이 과학적인 경고를 무시하거나 경시하게 하려는 지속적인 전략은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인식하는 것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인간은 인식의 과정보다 지금 느껴지는 위협에 평가하고 반응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 즉, 우리는 과학적 경고를 통해 그 위협이 우리의 행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공포, 불안, 두려움 같은 본능적인 반응이 위협을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

 

[...] 우리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느낄지 예측해보면 [미래의] 기후 재앙에 대한 두려움은 직장을 잃거나 세금이 올라가는 현재의 불안에 비해 약한 자극이다. 다시 말해 인류가 순간의 본능적인 반응을 통해 위협을 평가하도록 진화되었다면 깊은 인지 처리 과정을 요구하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

 

표면상으로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후과학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 특히 투표에 대한 결정을 바꿀 만큼 강하지 않다. [...]

 

[...] 기후변화의 특성상 개인은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상황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 심리학자들은 기후과학의 메시지에 노출되었을 때 사람들이 기분 나쁜 감정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의 대응 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대응 방식은 적응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부적응'의 대응 방식은 몇몇 사실을 인정하고 감정의 일부를 허락하지만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적응'의 대응 방식은 사실과 감정적 경험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보인다. [...]

 

'부적응' 대응 방식은 [...] 세계의 고통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다양한 방어 기제와 비슷하다. [...]

 

부주의Distraction는 부정의 흔한 형태 중 하나다. 우리는 신문을 보거나 뉴스에서 지구온난화가 너무 많이 언급되면 당황스러운 나머지 차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미래와, 아이들, 세계의 미래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주의를 덜 고통스러운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 때때로 고통스러워 보이는 새로운 재앙에 주목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드러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면서 이렇게 방어에 집중하는 것은 부적응의 대표적인 대응 방식이다.

 

지구온난화의 위협에 대한 또 다른 흔한 부적응 방식은 위협을 '비문제화De-problematise'해서 평가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문제를 이전에도 해결해왔어', '과학자들이 과장하는 거야', '이게 진짜 위협이면 정부가 뭔가 하겠지'라는 식의 내적인 판단을 통해 공포를 없애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 인식에서 오는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와 비슷하게 '거리 두기Distancing'는 우리가 온난화의 결과를 느낄 수 있는 경과 시간을 강조한다. '먼 훗날의 문제라 해결할 시간이 있을 거야'라며 문제를 미래로 미루고 우리가 대응하기 전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희망적 사고의 한 모습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들 역시 항상 이런 상태에 있거나 거쳐가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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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노르가르드는 골치 아픈 감정을 관리하는 데 책임 전가Blame-shifting가 효과적인 방법임을 밝혀냈다. 작은 국가의 국민인 그녀의 연구 대상들은 다수가 '미국을 비난했고 부시 정부의 교토의정서 거부를 언급했다. 노르웨이가 세계 두 번째의 석유 수출국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자 그들은 노르웨이가 지정학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화제를 옮겼다.

 

[...] 지난 몇 년간 세계는 중국을 희생양으로 지목했다. [...] 2008년 미국 국립광산협회의 회장이 미국의 석탄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말에는 책임 전가의 수준이 거의 숭고한 경지에 이르렀다. "이미 중국과 인도의 온실가스 배출이 미국을 넘어섰기 때문에 미국이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

 

비슷한 전략으로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더 강한 존재에게 넘겨 자신은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종교적 관점을 갖는 사람과 과학적 관점을 갖는 사람에게서 보인다. 어떤 근본주의자의 휴거 운동에서는 기후 재앙이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며 인간의 죄를 응징하기 위한 신성한 시련이다. [...] 여기서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는 신의 의지로 재해석되고, 그럼으로써 좋은 것이거나 최소한 필요한 것이 된다.

 

[과학적 관점에서의 회피 전략은] 인간을 단지 하나의 생명체라고 분류하면서 지구온난화와 그것이 세계에 미칠 영향조차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정의하여 두려움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런 관념화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사용했던 대응 방식이기도 하다. [...]

 

기후변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한편, 모두가 '희망'이라는 생각[비현실적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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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후가 심각하게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망상이다. 소비자들이 행동을 바꾸고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는 등의 밝혀지지 않은 믿음으로 유지되는 낙관주의는 희망을 공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려면 현실과 직면해야 한다. [...]

 

인간의 능력으로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무모한 낙관론은 틀렸다. 하지만 우리가 온난화 이후의 현실과 모든 공포를 직면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새로운 현실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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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는 결국에는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라며 사람들을 현실에서 분리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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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Requiem For A Species)>>(홍상현 옮김, 이책, 2013), pp. 16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