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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브라이언트: 오늘의 인용-안정성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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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야 할 중요한 것은, 설명이 필요한 것은 변화, 운동, 그리고 생성의 가능성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 안정성, 내구성이라는 점이다. 비개연적인 것은 안정적인 존재자이지 엔트로피가 아니다. 안정성을 "자연적"이고 원초적인 것으로 전제하는 형이하(상)학에서 시작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존재신학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운동을 다중우주 속에 도입하는 어떤 원초적 근거, 어떤 제일 원리, 어떤 최초의 존재자―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원동자, 일원론적 세 종교의 신,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안정성, 부동성, 정지 상태가 존재론적으로 원초적인 것으로 다루어질 때, 우리는 항상 운동의 출현을 설명할 외부 세계로부터의 어떤 행위주체성을 필요로 한다. 변화와 운동은 설명되어야 할 것들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여태까지 경험 속 어디에서 운동보다 안정성의 편재성을 만난 적이 있는가? 물론, 확실히 우리는 "연속성", 즉 다양한 존재자들의 영속 또는 지속을 대면한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끊임없는 쇠퇴와 해체의 상태에 있는 존재자들을 대면한다. 우리 자신들의 육체는 해체된다.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것들은 매일 먼지가 쌓이고, 부서지며, 쇠퇴한다. 엔트로피가 다중우주의 규칙이다. 시멘트 보도는 계절이 바뀜에 따라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들 속에서 잡초들이 자라서 그 틈을 더 벌린다. 모든 것이 운동 중에 있다. 이것들 가운데 일부는 다른 것들보다 더 천천히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은 운동 중에 있다.

 

진짜 의문은 사물들이 변화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이 왜 그냥 해체되지 않는지이다. 사물, 유형, 안정적인 것, 조직들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리학의 탄생>>에서 세르(Serres)가 주장하듯이, 객체, 사물, 기계, 또는 그 어떤 종류의 조직이든 간에 그것들은 기계들의 만남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용돌이다. 그것들은 잠깐 동안 어떤 특수한 조직을 유지해내는 소용돌이다. 자체의 관념론적 경향 때문에 철학은 일과 에너지에 관한 개념들이 거의 없다. 철학에게 중요한 것은 항상 가지적인 것들, 개념적인 것들, 관념, 정신에 관한 문제이다. 철학자들의 상대적인 계급 위치 때문에 철학은 대체로 일과 에너지를 보지 못한다. 철학자들은 무언가를 제작하기, 무언가를 유지하기, 조직을 배치하기 등에 관한 쟁점을 거의 대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철학자들은 형상과 질료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형상(이데아/개념/본질)을 정말로 실재적인 것으로 다루고 어떤 형상을 유지하는 데 투입되는 에너지 또는 일은 무시한다. 항상 그러하듯이, 이 규칙에도 예외들이 있는데, 라이프니츠, 니체, 마르크스, 베르그송, 들뢰즈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철학은 대체로 형상에 대해 요구되는 물질적인 일, 에너지를 보지 못한다. 철학은 사유에 지나지 않으며 사유에 의해 단박에 파악될 수 있는 세계를 꿈꾼다. 관념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관주의와 접근의 철학들을 극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렇지 않다. 그 어떤 유형 또는 가지적인 것의 생산에 관여하는 일과 에너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철학자는 형상, 가지적인 것들, 구조적인 것들의 특권화도 극복해야 한다. 본질은 근거 또는 기체(基體)가 아니라 활기찬 과정들의 산물로 여겨져야 한다. 객체들은 변화 전체에 걸쳐 영속하는 물러서 있는 본질이 아니라, 잠깐 동안 지속되는 힘들의 작용에서 발생하는 회오리바람으로 여겨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면, 그 까닭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비개연적인 것("조직화된 존재자", "객체", "기계". "사물" 등은 모든 비개연적인 것에 대한 동의어이다)들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는 억압적인 유형들 또는 조직들에 개입할 수단을 식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유형들이 과정들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우리는 그런 과정들에 개입하여 억압적이고 다양한 존재자들의 생성을 막는 유형들을 처리하는 흐름들의 연결망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할 수 있다. 어떤 규범에 헌신적인 진리 절차는 훌륭한 것이지만, 존재자들을 만들어내는 영토적 과정들에 대한 좋은 지도를 제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거의 공상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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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 브라이언트(Levi Bry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