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의 지동설과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 1809-1882)의 진화론 그리고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정신분석학을 서구 지성사에서 일어난 가장 심대한 혁명으로 간주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내포된 혁명성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에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
그런데 여기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이처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지적 혁명이라는 동일한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은 그 누구도 아닌 프로이트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917년 <<이마고(imago)>>라는 정신분석학 저널에 게재된 짧은 글 <정신분석학의 한 가지 어려움(Eine Schwierigkeit der Psychoanalyse)>에서 프로이트는 코페르니쿠스와 다윈 그리고 그 자신을 연결시키고 있다. [...]
[...] 프로이트는 이 개인적 차원의 '자기애' 개념을 인간 전체에 적용한다. 인간은 자고로 보편적 나르시시즘, 즉 자기애를 앓아왔는데, 이것은 최근까지의 과학적 탐구에 의해 심각한 모욕을 당했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코페르니쿠스와 다윈 그리고 그 자신의 과학적 탐구에 의해서 말이다!
지구가 돈다, 우주론적 모욕
먼저 인간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 지구가 우주의 고정적인 중심이며 태양·달·행성 등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확고하게 믿어왔다. [...] 이러한 인간의 자기애적 환상은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의해 파괴되었다. [...] 그 결과 인간의 자기애는 첫 번째 중대한 모욕을 당했다. 프로이트는 이를 우주론적 모욕이라고 명명한다.
인간은 동물이다, 생물학적 모욕
[...] 인간은 [...] 인간과 동물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놓았다. 즉 인간은 영혼과 이성을 지닌 존재로서 동물들과 달리 신에 의해 특별히 창조되었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다윈과 그의 동료들 및 선구자들의 과학적 탐구에 의해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인간은 동물들과 다르거나 동물들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인간은 동물로부터 진화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종과는 더 가까운 관계이고, 다른 어떤 종과는 더 먼 관계일 뿐이다, 그 결과 인간의 자기애는 두 번째 중대한 모욕을 당했다. 프로이트는 이를 생물학적 모욕이라고 명명한다.
인간의 정신은 무의식이 지배한다, 심리학적 모욕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존재로 생각해왔다. 정신은 곧 의식과 동일시되었다. 그러다가 정신분석학에 이르러 인간은 의식적인 존재인 동시에 무의식적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 정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임이 폭로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자기애는 세 번째 중대한 모욕을 당했다. 프로이트는 이를 심리학적 모욕이라고 명명한다.
―― 김덕영,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인물과사상사, 2009), pp.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