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니콜라스 카: 오늘의 인용-뇌의 가소성

 

"시냅스의 가소성은 수세기 동안 경쟁해온 사고방식에 대한 두 가지 철학 사조인 경험주의와 이성주의의 조화까지 이끌어냈다. 존 로크(John Locke)와 같은 경험주의자들은 우리가 태어날 때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라틴어로 백지라는 뜻), 즉 백지 상태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배운 결과다. 이를 더 익숙한 용어로 표현하면 우리는 양육의 결과물이지 천성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매뉴얼 칸트(Immanuel Kant)와 같은 이성론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내장된 정신적 본보기를 지니고 태어나며, 이는 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할지를 결정한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이처럼 선천적인 원형이라는 여과기를 통과한다. 천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군소 실험은 캔델이 말한 대로 "양쪽의 시각이 각자 가치를 지니며, 사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임을 밝혀냈다. 우리의 유전자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 즉 어떤 뉴런이 다른 뉴런과 언제 시냅스 간 연결을 형성하는지에 관해 상당 부분을 지정한다. 유전적으로  정해진 이 같은 연결들은 칸트가 말하는 선천적 원형, 즉 뇌의 기본적 구조와 통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은 이 같은 연결의 힘, 곧 '장기적 효력'을 규제하며 로크가 말한 대로 사고의 재형성과 '새로운 형태의 행동에 대한 표현'을 가능케 한다. 경험주의자와 이성주의자들의 상반되는 철학은 시냅스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다. 뉴욕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는 <<시냅스와 자아(Synaptic Self)>>라는 책에서 천성과 양육은 실상, 같은 이야기라고 적었다. 양쪽 모두는 궁극적으로 뇌의 시냅스 조직 형성을 통해 정신적·행동적인 영향을 받는다."

――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2011), pp.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