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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굴리스: 오늘의 인용-세계 속 인간의 지위

 

 

- 아래 글은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SET, serial endosybiosis theory)'을 주창한 미합중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공생과 가이아 이론을 근본적으로 새로운 생명관의 맥락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 <<공생자 행성(Symbiotic Planet)>>(이한음 역, 2007)에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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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거대한 존재의 사슬[이]라는 관념도 은연중에 깔려 있는 그런 가정 중 하나다. 신부터 돌까지 이어지는 존재의 사슬 한가운데, 우주의 중심에 있는 존엄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인간 중심주의적 관념은 종교적 사유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종교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과학적 세계관을 갖다 놓은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지배한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맨 위에 여러 신들이 있고, 그 밑으로 남자, 여자, 노예, 동물, 식물의 순으로 이어지는 사슬이 있다고 가정했다. 돌과 광물은 가장 낮은 자리에 놓였다. 유대-기독교는 그 사슬을 약간 변형시켰다. 인간이 동물 바로 위, 천사보다 약간 낮은 자리에 있다고 보았다. 물론 가장 존엄한 존재가 인간 대신 전능한 하느님으로 바뀐 것은 당연했다.

 

과학적 세계관은 이런 관념들을 낡은 헛소리라고 치부한다. 오늘날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똑같이 진화를 거쳤다. 모두 공통의 세균 조상으로부터 30억 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진화하여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고등한 존재'도, '하등한 동물'도, 천사도, 신도 없다. 산타클로스와 마찬가지로 악마도 나름대로 유용한 전설일 뿐이다. '고등한' 영장류인 원숭이와 유인원도 그 명칭이 어떻든 간에 [...] 남보다 더 고등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진화라는 무대에 최근에야 등장한 신참이다,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훨씬 더 많다. 기나긴 지질 시대를 거치며 맺어 온 깊은 관계를 생각할 때, 우리는 다른 생물들에게 혐오감이 아니라 경외심을 보여야 마땅하다." (pp. 14-5)

 

"인간은 이 행성의 동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인간은 자연을 끝장낼 수 없다. 인간은 오직 스스로에게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원자력 발전소의 온수조나 열수 배출구에 번성하는 세균들을 비롯한 모든 생물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우스꽝스럽다. 나는 인간이 아닌 생명의 동료들이 코웃음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 당신들 없이도 잘 지내 왔으니까, 지금 당신들이 없어져도 잘 지낼거야." 그들은 멋진 화음으로 그렇게 우리를 향해 합창한다. 그들 대부분, 즉 미생물, 고래, 곤충, 종자식물, 새 등은 지금도 노래하고 있다. 열대 숲의 나무들은 평소처럼 자라는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간이 오만한 벌목을 끝내기를 기다리면서 자기들끼리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사라지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불협화음과 화음을 적절히 섞어 가면서 계속 노래 부를 것이다."(pp. 2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