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범죄소설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1888-1959)의 에세이 <심플 아트 오브 머더(The Simple Art of Murder)>에서 일부 옮긴 것이다(pp. 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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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 불리는 모든 것에는 구원의 요소가 있다. 그것은 순수한 비극일 수도 있고, 동정과 아이러니일 수도 있고, 강한 남자의 거친 웃음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비열한 거리에서 홀로 고고하게 비열하지도 때묻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남자는 떠나야 한다. 리얼리즘 속의 탐정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히어로이다. 그는 모든 것이다. 그는 완전한 남자여야 하고, 평균적인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평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진부한 표현으로 그는 진정한 남자다. 그것은 몸에 배어 자연스럽고, 본능적이고, 필연적이지만 남들 앞에서 스스로 떠벌이지는 않는다.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는 최고의 남자여야 하며 다른 세상에서도 잘 통하는 남자다. 그의 사생활에 필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그는 내시도 아니며 호색가도 아니다. 조직 보스의 여자를 유혹할 수는 있지만 처녀를 더럽히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면에서 진정한 남자라면 다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비교적 가난한 축에 드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탐정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평균적인 사람인 이유는 다른 사람들 틈에 자연스럽게 섞여야 하기 때문이다. 강한 개성은 그의 직업에 필수적이다. 그는 다른 이의 돈을 부정하게 갈취하지 않을 것이고, 정당하고 계획된 복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모욕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나이 또래 사람들과 비슷한 언어로 말할 것이다―거친 재치, 그로테스크에 대한 감각, 위선에 대한 혐오, 비열함에 대한 경멸을 표할 것이다.
소설은 이 남자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도전이다. 그러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도전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에겐 놀라울 만큼 폭넓은 분별력이 있지만 그것은 그가 살아가는 세상의 일부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이 있다면 세상은 살기에 안전한 곳이 될 것이다. 살아갈 가치가 있으면서도 동시에 따분하지 않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